농업 피해 급증
호주 전역에서 야생돼지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모든 주와 준주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강력한 방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번식 여건이 좋아지면서 호주의 야생돼지 개체 수는 약 500만 마리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농업 분야에서는 매년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토종 동식물 148종과 생태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NSW주 정부는 월젯(Walgett) 지역에서 생물보안법을 활용한 새로운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공공·민간을 포함한 모든 토지 소유주가 야생돼지 퇴치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호주 최초의 법적 명령이다.
토지 소유주가 자신의 토지에서 미끼 방제나 항공 사격을 거부할 경우 개인은 최대 22만 달러, 법인은 최대 44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전국 주·준주 도입 촉구
호주침입종협의회(Invasive Species Council)는 이번 조치를 “획기적인 전환점(landmark)”이라고 평가하며, 이미 유사한 정책을 시행 중인 남호주(South Australia)의 사례처럼 다른 모든 주와 준주도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주침입종협의회 최고경영자 잭 고프(Jack Gough)는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과의 인터뷰에서 “야생동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장기적인 전략과 지속적인 재정 지원, 그리고 모든 토지 소유주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만드는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지역에서는 정부가 모든 사람이 방제에 참여하도록 하는 규제 권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야생동물은 토지 경계를 신경 쓰지 않고, 누가 땅을 소유했는지도 상관하지 않으며 하루도 쉬지 않는다. 일부 지역만 방제를 하지 않으면 그곳이 해충의 피난처가 되기 때문에 모든 토지 소유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개입 놓고 충돌
반면 슈터스·피셔스·파머스당(Shooters, Fishers and Farmers Party)은 이번 생물보안 명령이 지나친 정부 개입이며 토지 소유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정당은 토지 소유주들이 이제 정부의 항공 사격 프로그램을 자신의 토지에서 허용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거액의 벌금과 거대한 정부가 지역사회를 압박하는 정책”이라며 야생돼지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는 정부가 아니라 토지 소유주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잭 고프(Jack Gough)는 이 정당이 “효율적인 야생동물 방제보다 취미 사냥의 이해관계를 우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장 덮친 야생돼지 떼
더보(Dubbo) 북서쪽에서 소 사육과 곡물 농사를 짓는 농민 테리 윌리엄스(Terry Williams)는 최근 자신의 농장을 야생돼지 100여 마리가 떼지어 지나가는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무리에서 저 정도 숫자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직접 세어보니 103마리였다”며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돼지들은 우리 농장을 지나 관목지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농장에는 지난 100년 동안 야생돼지가 없었는데, 최근 18개월 사이 처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야생돼지가 농장 운영에 두 가지 큰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소에게 질병을 옮길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농작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곡물 농사에서는 수확 직전 야생돼지 피해 때문에 전체 생산량의 약 30%를 잃었다”며 “30%만 손실이 나도 사실상 농장의 이익은 거의 사라진다”고 말했다.

NSW 방제 의무화 추진
윌리엄스는 정부가 방제 참여를 의무화하는 데 대한 우려를 이해하지만, 농민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전제된다면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와 이웃 농가들은 함께 비용을 부담해 헬기 사격을 실시하거나 미끼 방제를 한다”며 “혼자만 방제를 하지 않는 농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NSW주 농업부(Agriculture NSW) 장관 타라 모리아티(Tara Moriarty)는 오는 11월 시작 예정인 월젯 샤이어(Walgett Shire) 시범사업에 앞서 지역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세부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이 NSW주 독립생물보안위원회(NSW Independent Biosecurity Commissioner)의 권고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모리아티 장관은 “농민들은 사유지든 공공부지든 부재지주가 소유한 토지든, 이웃 토지에서 야생돼지를 방치해 결국 주변 지역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 지쳤다고 정부에 반복해서 호소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생물보안 책임을 외면하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모든 토지 소유주에게 적절한 방제 의무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생물보안 계획 제공, 무료 미끼 지원, 공동 도태 프로그램 운영 등 가능한 모든 지원 수단을 활용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법 집행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적 번식력 경고
전문가들은 야생돼지는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매년 전체 개체 수의 약 70%를 제거해야만 개체 수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방제를 하지 않을 경우 야생돼지 100마리는 10년 만에 약 3만 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