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오인 살인
뉴사우스웨일스(NSW) 경찰이 조직범죄와 관련된 인물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중대범죄예방명령(SCPO-Serious Crime Prevention Order)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기존에는 대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법원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임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시드니(Sydney)에서 조직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폭력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나왔다. 지난주에는 범행 대상이 잘못 지목되면서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살인 사건이 48시간 사이 두 차례 발생했다.
첫 번째 사건의 희생자인 마르코 타피아(Marco Tapia)와 두 번째 사건에서 숨진 조슈아 맥도날드(Joshua Macdonald)의 사망으로, 최근 1년 동안 조직범죄 세력 간 갈등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사람은 모두 7명으로 늘었다.
광범위한 행동 제한
SCPO는 경찰이 조직범죄 분쟁에 연루됐다고 판단하는 인물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되는 강력한 수단이다.
명령 대상자는 특정 인물과의 접촉이나 거주 장소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사용하는 은행계좌를 제한하거나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계정의 비밀번호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와 차량의 사용에도 조건이 붙을 수 있으며, 어떤 옷을 입을 수 있는지까지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SCPO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형사절차와 차이가 있다. 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함지 범죄조직과 연계된 가산 아문(Ghassan Amoun)은 2021년 중대범죄예방명령(SCPO)을 위반한 혐의로 1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함지 범죄조직은 시드니에서 활동해온 조직범죄 세력 가운데 하나로, 당시 알라메딘 범죄조직(Alameddine crime family)과의 갈등에 연루돼 있었다. 아문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지 며칠 만에 사우스 웬트워스빌(South Wentworthville)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대응 속도 높인다
기존 제도에서는 경찰이 SCPO를 발령하기 위해 대법원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조직범죄 간 보복 공격이 빠르게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명령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이 경찰 대응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2022년에도 시드니에서 활동하던 한 바이키 갱단 수장에게 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약 6개월이 지나서야 SCPO가 내려진 사례가 있었다.
크리스 민스(Chris Minns) NSW주 총리는 지난 월요일 법원의 승인을 요구하지 않는 ‘임시 SCPO’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조직범죄 관련 위협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존 절차상의 지연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해외 도피한 핵심 인사
새로운 권한이 도입되더라도 최근 조직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최근 발생한 공격을 주도하는 범죄조직의 주요 인사 상당수가 NSW에 머물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 납치와 폭행, 살인 등을 지시하고 있다면 NSW 안에서 활동하는 조직원에게 SCPO를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관들은 이른바 ‘코코넛 카르텔(Coconut Cartel)’과 알라메딘 범죄조직(Alameddine crime family)의 핵심 인사들이 아시아와 동유럽, 레바논 등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코코넛 카르텔은 시드니 서부 지역의 태평양 섬 주민계 호주인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 명칭은 파시피카인(Pasifika people)을 지칭할 때 역사적으로 사용된 비하 표현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두 조직이 최근 이어진 공격과 납치, 암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해외에 머무는 상황에서 실제 SCPO 적용 대상은 시드니에 남아 있는 하부 조직원이나 이들이 범행을 의뢰하는 신생 10대 범죄조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활용된 제도
SCPO는 과거 시드니의 조직범죄 갈등을 억제하는 데 사용됐다. 2020년 함지 범죄조직과 알라메딘 범죄조직 사이에 폭력 사태가 이어졌을 당시 라파트 알라메딘(Rafat Alameddine), 마수드 자카리아(Masood Zakaria), 이브라헴 함제(Ibrahem Hamze) 등 양측 조직의 핵심 인사들이 12개월간 SCPO의 적용을 받았다. 당시 조직 간 충돌 과정에서도 무고한 시민인 투픽 함제(Toufik Hamze)와 무스타파 나만(Mustapha Naaman)이 목숨을 잃었다.
SCPO는 경찰에 NSW 법률상 매우 광범위한 행동 제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당시 범죄조직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경쟁 조직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2022년에는 조직 간 충돌이 코만체로 바이키 갱단(Comanchero bikie gang)과 아마드 가문(Ahmad family)으로까지 확대됐다. 당시 코만체로의 간부 타렉 자헤드(Tarek Zahed)는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빅토리아주로, 전국 회장 앨런 미한(Allan Meehan)은 퀸즐랜드주로 이동했다.
조직범죄 세력의 활동 범위가 NSW를 넘어 해외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강화된 SCPO가 실제 폭력 사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경찰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