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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이 자산 격차, 어떻게 우정을 지켜낼까..연애 재정 분할 논쟁, 형평 vs 평등

22/04/2026
in 매거진
친구 사이 자산 격차, 어떻게 우정을 지켜낼까..연애 재정 분할 논쟁, 형평 vs 평등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돈에 대한 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 AdinaVoicu

틱톡발 논쟁과 확산

스타일 팁, 음식 추천, 밈 영상 플랫폼으로 알려진 틱톡(TikTok)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연애 조언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연인 관계의 실제 경험담부터 유명 커플 상담가 인터뷰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공유되며 현대 연애의 현실과 갈등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틱톡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은 장기 연애에서의 ‘재정 형평(equity)’과 ‘재정 평등(equality)’ 문제다. 핵심은 연인들이 공동 지출을 소득 비율에 따라 나눌지, 아니면 모든 비용을 50:50으로 균등하게 나눌지에 대한 것이다.

일부는 소득 비례에 따른 형평 분담이 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단순한 50:50 방식이 더 명확하고 실용적이라고 본다.

이 논쟁이 틱톡에서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 성 상담가이자 관계 상담가인 앨리스 차일드(Alice Child)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밀접하다고 분석한다. 높은 물가와 인플레이션, 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연애와 돈 문제는 젊은 층에게 더욱 현실적인 이슈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트와 관계 유지에는 비용이 들고, 돈 문제는 커플 갈등의 매우 흔한 원인”이라며 “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금기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한 틱톡에서 커플들이 생활비 분담이나 소득 차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돈에 대한 대화 자체가 사회적으로 더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논쟁의 핵심 개념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행동 심리학의 ‘형평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진: dai_nguyen

형평과 평등

차일드(Alice Child)는 이 논쟁의 핵심 개념이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행동 심리학의 ‘형평 이론(equity theory)’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이론은 1960년대부터 존재해 왔으며, 사람들은 관계에서 자신이 투입한 것(inputs)과 얻는 것(outcomes)의 비율로 공정성을 판단한다는 개념이다. 연인 관계에서는 단순히 돈뿐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모두 포함된다.

관계의 투입

차일드는 관계의 투입이 단순한 금전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감정 노동, 육아, 집안일, 데이트 계획, 생활 행정 업무, 반려견 산책, 식사 준비 등이 포함된다.

반대로 관계에서 얻는 결과(outcomes)는 사랑, 지지, 안정감, 친밀감, 존중, 우정, 함께하는 시간, 성적 친밀감, 가족 관계 등이다. 이러한 요소 간 불균형이 발생하면 분노, 소진, 관계 단절,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벤 외스트룀(Ruben Östlund) 감독의 영화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Triangle of Sadness)’에서는 젊은 커플이 식사 비용 문제로 갈등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이러한 현실적인 재정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틱톡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연애 조언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한국신문

50:50 vs 형평 방식

차일드는 50:50 분담 방식이 단순하고 계산이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소득이 비슷한 경우에는 특히 공정하게 느껴지며, 책임을 동일하게 나눠 팀워크와 신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형평 방식은 소득 차이가 있는 커플에게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방식은 각자의 기여를 다르게 인정하며 관계의 다양한 역할을 반영한다.

관계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의 핵심 원칙 중 하나인 ‘파트너의 영향력을 인정하기(let your partner influence you)’는 결정 과정에서 서로의 가치와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일드는 이 방식이 “공동의 의미를 형성하고 각자의 역할을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인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형평 방식의 경우 고소득자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 부당하게 부담한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저소득자는 자신의 비금전적 기여가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더 큰 의사결정 권한을 요구할 경우 권력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경제적 학대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반대로 50:50 방식에서는 저소득자가 생활 수준 유지에 부담을 느끼거나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수치심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비금전적 기여가 과소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지출을 계속 계산해야 하는 상황은 관계를 지나치게 거래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재정과 우정

한편, 오랜 친구 관계는 쉽게 깨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년, 수십 년을 함께해온 사이를 어떤 것도 갈라놓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정 문제가 그 유대를 시험대에 올리기도 한다. 특히 친구 간 자산 격차가 크거나, 돈을 쓰는 방식,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차이가 있을 때 관계는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관계에서 기쁨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Surprising_Media

돈보다 관계

텍사스텍대학교(Texas Tech University) 금융심리학자 소냐 루터(Sonya Lutter)는 “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즐기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연결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보며 피자를 시켜 먹던 시간, 혹은 도시를 걸으며 택시 기사들이 자주 찾는 식당을 발견하던 순간일 수 있다. 이런 편안함이나 모험의 요소를 현재 관계에도 다시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호혜 재정의

관계에서 누구나 ‘일방적이다’라는 느낌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호혜를 ‘같은 금액을 주고받는 것’으로 이해한다. 예를 들어 “내가 오페라 티켓을 사면 너는 IMAX 영화 티켓을 사고, 식사비는 반반 나눈다”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지만, 중요한 친구 관계에서는 다른 형태의 균형이 존재한다.

만약 친구가 당신의 시즌 농구 경기 코트사이드 동행 제안을 거절한다면, 당신이 받은 도움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혼 후 힘들었던 시기에 그의 가족 식탁이 당신에게 피난처가 되었던 경험처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관계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그런 입장에 있는 친구라면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세인트루이스대학교(St. Louis University) 가족치료사 맥스 주바츠키(Max Zubatsky)는 “누가 얼마를 냈는지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관계는 조건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것은 돈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과 관계의 성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은 없으며 각 커플이 소득, 가치관, 생활 방식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사진: jarmoluk

경계 존중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과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비공식적인 경계를 설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계는 존중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낡은 차를 새 차로 바꿔주겠다는 제안을 웃으며 넘겼지만, 대신 당신과 배우자를 위해 필하모닉 시즌 공연에 함께 가는 것은 수락했을 수 있다.

대출과 상환에 대한 경계 역시 명확해야 한다. 친구가 반복적으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면 관계는 이미 부담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주바츠키는 “어느 시점에서는 단순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괜찮다”며 “후반기 인생의 우정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재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평소 돈을 요구하지 않는 친구라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다른 도시에서 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움을 받는 쪽도 경계를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민감성 고려

오랜 친구일수록 서로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보이는지 알고 있다. 예를 들어 200달러짜리 테이스팅 메뉴 앞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친구라면 그런 선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회복지사 친구가 당신의 명품 의상에 질투를 느낀다면, 옷차림을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지만 과도하게 드러내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로리다(Florida) 보인턴비치(Boynton Beach)의 가족치료사 로빈 스틸웰(Robin Stilwell)은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판단 금지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금융심리학자 메그한 루츠(Meghaan Lurtz)는 “돈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의견 차이가 아니라 판단이 개입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친구가 매년 비싼 명품 가방을 산다고 할 때, 이를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친구가 그 소비를 통해 자신을 가치 있게 느끼거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성격의 결함이 아니라 단순한 차이일 뿐이다.

루츠는 “친구가 나와 같아야 한다는 필요를 내려놓으면, 불필요한 조언이나 무언의 비판이 줄어들고 긴장이 크게 완화된다”고 설명한다.

돈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무엇을 즐기는지,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연결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진: MabelAmber

지속적 대화와 영향

차일드는 돈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는 안정, 자유, 독립성, 인정, 존중, 가족 가치 등 다양한 감정과 연결돼 있다. 돈 문제가 갈등을 일으키면 성생활, 친밀감, 정서적 연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일드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돈에 대한 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파트너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감정과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후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금전적, 비금전적 기여 모두에 대해 감사와 인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일드는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은 없다”며 각 커플이 소득, 가치관, 생활 방식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루츠는 갈등이 있다면 비난 없이 상황을 설명하라고 조언한다. 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관계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리고 무엇이 달라지길 바라는지를 말하고 상대의 입장도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가 최근 여러 차례 그룹 저녁 초대를 거절했다면, 서운함을 솔직히 말할 수 있다. 이후에는 상대가 단체 상황에서 느끼는 부담이나 행동 방식의 차이를 알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상대가 당신이 모임에서 더 과시적이거나 통제적으로 행동한다고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루터는 “관계에서 기쁨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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