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여 명 추적
임신 중 파라세타몰(Paracetamol)을 복용하더라도 태어난 아이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태아 발달의 민감한 시기에 약을 복용했더라도 위험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홍콩(Hong Kong)의 어린이 1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 시기와 복용 빈도, 복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이러한 모든 조건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나 ADHD 발생 위험 증가와의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논란 배경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촉발된 논란 이후 발표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임신 중 파라세타몰 계열 진통제를 복용하면 태어난 아이의 자폐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대통령의 주장만큼 단정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파라세타몰과 자폐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8월 발표된 논란의 문헌고찰 연구에서도 파라세타몰과 자폐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이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진은 임신부가 의사와 상담 없이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주 권고
호주에서는 호주 의약품관리청(TGA-Therapeutic Goods Administration)이 현재까지도 임신부의 통증이나 발열 치료를 위한 권장 약제로 파라세타몰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 방법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과 가족 환경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형제 연구(sibling study)’ 방법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는 태아 시기 파라세타몰 노출과 자녀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또는 ADHD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결과는 노출 시기와 복용 형태, 복용량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
이번 결과는 노르웨이(Norway), 스웨덴(Sweden), 일본(Japan)에서 실시된 형제 연구들과도 동일한 결론을 뒷받침했다.
연구진은 “축적된 연구 결과는 현재 규제기관들이 제시하고 있는 임신 중 적절한 파라세타몰 사용에 대한 안전성 지침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라세타몰은 임신 중에도 안전하고 필수적인 진통·해열제”라며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가장 낮은 유효 용량을 가장 짧은 기간 사용하는 한 안전하다는 점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의미
연구와 함께 게재된 JAMA 해설 기사도 이번 연구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해설은 기존 연구들이 임신 중 파라세타몰에 노출됐는지만 분석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복용 기간과 임신 시기별 사용 패턴까지 세분화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진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임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삼분기 가운데 특정 한 시기에만 복용한 경우를 비롯해 두 개의 삼분기에 걸쳐 간헐적으로 복용한 경우, 세 개 삼분기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복용한 경우 등 다양한 복용 형태를 분석했다.
일부 세부 집단에서는 통계적 정확도가 다소 낮았지만, 어떤 복용 형태에서도 자폐나 ADHD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설은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 시기에 따라 신경발달 관련 위험이 달라진다는 증거는 없으며, 특히 태아 발달 과정에서 민감한 시기에도 위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구 한계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 대상이 처방전을 통해 파라세타몰을 복용한 여성들만 포함됐으며, 약국 등에서 처방 없이 구입한 일반의약품 복용 사례는 분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종합 검토
이번 연구는 올해 1월 란셋 산부인과·부인과·여성건강(The Lancet Obstetrics, Gynaecology & Women’s Health)에 실린 대규모 종합 검토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당시 연구진은 관련 논문 60편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파라세타몰 복용이 태아의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또는 지적장애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형제 연구 결과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결론을 도출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