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업체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호주의 의약품 보조금 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뇨병 및 체중감량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를 둘러싼 호주 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시가총액 약 $US1조 규모의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Indianapolis) 소재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현재 호주 의약품급여제도(PBS-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와 대립하고 있다.
마운자로는 수차례 거절 끝에 공적 지원 대상으로 승인됐지만, 회사 측은 승인 조건이 “실행 불가능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라이 릴리는 해당 조건이 회사에 과도한 재정적 위험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상 장기 교착
일라이 릴리의 국제사업부 사장 패트릭 욘손(Patrik Jonsson)은 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양측 입장 차이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받은 제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시된 가격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다른 국가들이 지불하는 가격보다 현저히 낮았다”며 “인구가 훨씬 많거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호주보다 낮은 국가들조차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단호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현재 마운자로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은 약값 전액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10mg 용량 펜 한 개 가격은 약 $550 수준이다.

신약 경쟁 구도
마운자로는 식사 후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agonist) 계열의 초대형 히트 비만·당뇨 치료제다. 이 약은 경쟁 제품인 오젬픽(Ozempic)과 위고비(Wegovy)와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의 급격한 성장세를 이끄는 핵심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항우울제 프로작(Prozac)을 생산하는 일라이 릴리는 마운자로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의 성공에 힘입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를 앞질렀다. 특히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한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전체 매출의 약 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연간 투자액은 $US160억 이상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 부문을 포함한 호주의 연간 보건·의료 연구개발 지출액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PBS 제도 비판
일라이 릴리는 혁신 신약에 대한 보조금 지원 문제와 관련해 호주의 보건 시스템에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해 왔다.
회사 측은 PBS 지출이 지난 3년간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으며, 연방정부 전체 보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호주 환자들은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치료제를 이용하기 위해 평균 3년 반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욘손 사장은 “새롭게 개발되는 혁신 의약품을 100%라고 가정하면 약 40%는 호주에서 아예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 대상이 되는 60%의 약품도 규제 승인을 받은 뒤 실제 보조금을 적용받기까지 700일 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인들은 영국(England), 독일(Germany), 스웨덴(Sweden)과 비교해 신약 접근까지 두 배에서 세 배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라이 릴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PBS에 새롭게 등재된 자사 의약품은 단 두 개에 불과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의 평균 등재 수는 9개에 달했다.
환자 부담 증가
욘손 사장은 이러한 상황이 호주 국민의 의료 혜택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호주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종양과 혈액암, 유방암, 폐암은 물론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질환 치료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공식 반박
한편 연방 보건부 장관 마크 버틀러(Mark Butler)는 2022년 시작된 보건기술평가(HTA-Health Technology Assessment)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승인 절차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보건·장애·고령화부(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는 일라이 릴리 측이 제안한 위험분담 협약이 기존 관행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처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원칙에 따르면 관련 위험은 제약사가 함께 부담해야 하며 이를 환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의약품을 PBS를 통해 공급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궁극적으로 제약사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BS는 오랫동안 확립된 가격 및 보상 체계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제약사와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보건부에 따르면 2026-27 연방예산은 향후 5년간 의약품 지원에 총 $59억을 배정했다.

의료 개혁 요구
일라이 릴리는 최근 마크 버틀러 장관 측과 협의를 진행했다. 욘손 사장은 정부가 질병 치료 중심 정책에서 건강 관리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는 여전히 전통적인 병원 치료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건강 개선과 거시경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입증된 혁신 치료제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호주에는 약 120만 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절단 수술, 신장 손상, 시력 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 위험에 노출돼 있다.
마운자로의 PBS 등재를 권고한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PBAC-Pharmaceutical Benefits Advisory Committee)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추가적인 효과적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위원회는 현재 PBS 지원 대상 약물만으로 충분한 혈당 조절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연구개발 중심 제약업계는 혁신 신약 공급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 요소들이 차기 정부-업계 협약에서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호주의약품산업협회(Medicines Australia)와 연방정부는 2027년 7월 1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5개년 전략 협약 협상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협약을 통해 관련 제도 개혁이 이뤄지고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 속도가 빨라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욘손 사장은 “현재의 의료체계는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에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획기적인 신약 개발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투자 방식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