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오도 여부를 둘러싼 호주 양대 수퍼마켓의 ‘가짜 할인’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호주 최대 유통업체 울워스(Woolworths) 고위 임원이 연방법원에서 내부 가격 정책 변경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경쟁사 콜스(Coles) 사건에서는 법률가들 사이에서 승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Australian Competition and Consumer Commission)는 울워스의 ‘프라이스 드롭드(Prices Dropped)’와 콜스의 ‘다운 다운(Down Down)’ 할인 행사가 실제 할인처럼 보이지만 소비자를 오도했다고 주장하며 두 회사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양사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소송 배경
이번 사건은 생활필수품 가격 급등 속에서 대형 수퍼마켓의 가격 책정 방식이 소비자에게 실제 혜택을 줬는지 여부를 가리는 대표적 소비자법 재판으로 평가된다.
ACCC는 2024년 9월 콜스와 울워스를 상대로 소비자법 위반 혐의 소송을 냈다. 위원회는 종이타월, 치약, 데오도란트 등 수백 개 생활용품 가격이 장기간 유지되다가 일시적으로 급등한 뒤, 다시 낮춘 가격을 할인처럼 광고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21년 1년 이상 콜스에서 $5에 판매되던 렉소나(Rexona) 데오도란트는 2022년 5월 $6.50으로 인상됐고, 약 4주 뒤 ‘다운 다운’ 행사 가격 $6로 판매됐다. 기존 장기 가격보다 $1 높은 가격이었지만 할인처럼 홍보됐다는 것이 ACCC 주장이다.

울워스 재판
최신 재판에서는 울워스 최고상업책임자 폴 하커(Paul Harker)가 연방법원에서 증언했다. 그는 울워스가 ACCC 조사 사실을 알게 된 뒤 ‘프라이스 드롭드’ 정책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몇몇 사람들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ACCC 측 변호인 마이클 호지(Michael Hodge) KC는 이번 재판 둘째 날 하커를 반대신문했다. 재판 첫날 마이클 오브라이언(Michael O’Bryan) 판사는 ‘프라이스 드롭드’가 진짜 프로모션인지 따져보는 사건이라고 언급했다.
하커는 2022년 심각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공급업체들의 가격 조정 요청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며 할인 프로그램 적용 상품의 기존 가격 유지 기간을 기존 8-12주에서 3-6주로 완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가격 인상을 원하는 공급업체가 할인 프로그램에서 빠져 있어야 하는 ‘휴지기(resting period)’도 기존 9개월에서 6개월, 이후 아예 없앴다고 밝혔다.
시스템 악용 방지
하커는 애초 이러한 규정이 공급업체와 울워스 내부 카테고리 매니저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시스템을 악용(gaming the system)”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규정 변경 뒤 회사는 신규 가격 설정 시 상업팀에 두 가지 선택지를 줬다고 그는 인정했다. 첫째는 최소 마진을 유지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인상된 가격을 기준으로 기존 ‘was price’를 붙이는 방식이었다.
하커는 해당 정책의 논리가 문서화되지는 않았다고 인정하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좋지 않은 행동들이 있고, 그런 내용은 정책 문서에 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카테고리 매니저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구체적 지침은 “마진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이었다고도 시인했다.
경쟁 비교
하커는 울워스가 경쟁사 콜스와 알디(ALDI)의 가격도 비교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낮은 물가상승률 환경에서 휴지기 규정은 장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상품을 쉽게 빼지 못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목적은 소비자에게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증인석에서 “법은 소비자를 오도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회사 내부 지침은 “합리적인 기간 동안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도 외에는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자 울워스는 기존 입장을 완화했지만, 조사 대상 기간 이전에는 공급업체의 원가 인상 요청이 “매우 적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경쟁
하커는 공급업체들 사이에서 ‘프라이스 드롭드’ 프로그램 진입 경쟁도 치열했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동안 프로그램에서 제외되면 다른 공급업체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며 “상품을 프로그램에서 빼는 결정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다시 넣기도 어렵다”고 증언했다.
하커는 2020년 3월 다른 상업 담당 이사 1명과 함께 6개월 휴지기를 포함한 ‘프라이스 드롭드’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임원들, 특히 상업 리더십 팀과 함께 8-12주의 가격 형성 기간을 적용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목적은 역시 제도 악용 방지였다고 회상했다.
ACCC는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울워스 ‘프라이스 드롭드’ 프로그램 내 266개 상품 할인 표시가 실제 할인 효과가 없는 ‘착시성 할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울워스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다.
콜스 전망
한편 별도로 진행된 ACCC 대 콜스 사건은 지난 2월 심리를 마쳤으며, 오브라이언 판사는 판결을 유보한 상태다.
일부 경쟁법 전문가는 콜스가 법정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파이퍼 알더먼(Piper Alderman) 로펌 파트너이자 경쟁법 전문가 앤드루 랭킨(Andrew Rankin)은 “추정해 본다면 판사는 법률적 논리와 ACCC의 소장 구성 방식 때문에 콜스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이 이기든 항소 가능성이 높다”며 “양측 모두 매우 큰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이고, ACCC는 대형 식료품 업체를 본보기로 삼고 싶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랭킨은 재판 결과와 별개로 대형 수퍼마켓들의 영업 행태는 이미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할인 가격팀과 자문가들은 이미 프로모션 설계 방식, 문서화 방식, 법정 방어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CCC는 이 사건을 제기한 것만으로도 목적의 일부를 달성했을 수 있다”며 “승패와 별개로 시장에 소비자 보호 기준선을 강하게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정 공방
콜스 재판 최종변론에서 ACCC 측 개리 리치(Garry Rich) SC는 소비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바쁘게 매장을 둘러보는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임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다운 다운’ 표지를 보고 이전 가격이 훨씬 높았다고 읽는다”며 “불과 4주 전 실제 가격이 더 낮았다는 사실은 모를 수 있다. 콜스가 가격이 내려갔다고 말하면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브라이언 판사는 “소비자들이 좋은 거래라고 생각하고 진짜 할인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 않는다기보다 이해한다”면서도 ACCC의 소장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그 두 가지 표현이 핵심이라면, 위원회는 그것을 정확히 주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다면 사건이 실패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랭킨은 이에 대해 판사가 ACCC가 소비자 인식에 대해 어떻게 법리를 구성했는지 시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합리적 소비자 마음속에 어떤 인상이 형성됐는지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콜스 측 존 시한(John Sheahan) KC는 가격 급등은 진짜였고 사건은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인은 마지막 실제 가격을 기준으로 한 진짜 할인이며, 그것이 이 사건 해결의 원칙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울워스는 “우리는 제기된 주장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며 어느 단계에서도 고객을 오도하거나 기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