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와 항암효과
암 치료를 오전에 받는 것이 오후에 받는 것보다 생존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크리스티 NHS 재단 신탁(The Christie NHS Foundation Trust) 연구진은 면역항암치료를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받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늦은 시간에 치료받은 환자보다 거의 두 배 길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가 생체리듬(circadian rhythms), 즉 신체의 내부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체리듬이 면역체계가 치료에 반응하고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2,631명 분석
이번 연구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크리스티 NHS 재단 신탁에서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환자 2,631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폐암, 흑색종, 신장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을 앓고 있었다.
환자들이 치료를 받은 시간은 평균 낮 12시 49분이었다. 해당 치료는 2~6주 간격으로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료를 오전에 받은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은 평균 21.4개월로 나타난 반면, 대부분의 치료를 하루 중 늦은 시간에 받은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은 13.1개월에 그쳤다.
연구진은 더 많은 치료를 오전에 시행할 경우 “새로운 약물이나 추가 치료, 독성 증가 없이 잠재적으로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암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게재됐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였다는 점에서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며, 치료 시간대와 생존기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ernestoeslava
생체시계 영향
크리스티 NHS 재단 신탁의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폴 로리건(Paul Lorigan)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면역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늦은 시간에 치료받는 환자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연구는 후향적 연구였기 때문에 치료 시간 자체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였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신체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공격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는 예방접종부터 암 치료에 이르기까지 하루 중 치료나 처치를 받는 시간이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됐다. 이는 신체의 내부 생체시계가 24시간 주기로 면역세포의 활동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면역세포는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하루 중 이른 시간에 더욱 활발해진다.
아직은 치료 변경 안 해
로리건 교수는 현재로서는 의료진이 면역항암치료 방식을 변경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학에서 나타나는 많은 관찰 결과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제 강력한 신호를 확인했지만, 실제 임상진료를 변경하기 전에 여전히 엄격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연구에서 이번 결과가 확인된다면 치료 방식의 변화는 면역항암치료의 첫 3~4회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서비스에 큰 차질을 주거나 상당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일정 조정만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한 “이 문제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한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새로운 약물이나 추가 치료, 독성 증가 없이 치료 결과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원인 가능성도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에 대해 생물학적 요인 외에도 여러 가지 가능한 설명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상태가 더 좋지 않은 환자들은 오전에 더 많은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오후 늦은 시간으로 미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리건 교수는 “치료 시점은 생물학을 넘어 다양한 요인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의 건강 상태 차이, 환자가 병원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병원의 진료 일정 시스템 또는 그 밖의 여러 요인이 반영됐을 수 있다”며 “향후 연구에서 바로 이런 질문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인별 생물학적 특성 역시 중요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로리건 교수는 “어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아침형 인간이고, 어떤 사람들은 저녁형 인간”이라며 “각자의 생체리듬에 따라 환자별로 치료에 다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예약 일정은 그대로
연구진은 환자들이 현재 예정된 면역항암치료 일정을 계속 지켜야 하며, 오전에 치료를 예약한다고 해서 반드시 추가적인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The Times, The Australian에 게재된 엘리너 헤이워드(Eleanor Hayward)의 ‘Cancer survival rates linked to treatment time of day: study’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