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식 안보 구도나 다자 개입은 한반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어”
“한반도 평화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인 남북이 중심이 돼 풀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
“호주 정치인들에게 한반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팩트 제공해야”
문정인 교수 초청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가 2일 오후 6시 라트비안 하우스(Latvian House)에서 문정인 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의 미래와 호주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강연회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호주의 역할을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경식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정책연구분과위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원주민 의례와 내빈 소개에 이어 박은덕 민주평통 호주협의회장이 인사말을 전한 뒤, 문정인 교수의 강연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평화는 장기적으로 접근”
문정인 교수는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평화 정착을 위한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문 교수는 2024년이 국제 언론이 주목할 만큼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는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에는 판문점 연락채널과 각종 핫라인 등 남북 간 직접 소통을 위한 창구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 같은 통로가 사실상 막혀 언론 보도를 통해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현재 남한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평화를 크게 ▲평화유지(peace keeping) ▲평화 만들기(peace making) ▲평화 구축(peace building)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그중 평화 구축은 단순히 전쟁을 막는 것을 넘어 항구적인 평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북연합이 좋은 길”
문 교수는 칸트의 《영구 평화론》을 인용하며, 무역하는 국가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자본주의 평화론과 공화정은 싸우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을 설명, 국가 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이 갖춰진다고 해서 전쟁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평화연방을 만들어야 항구적인 평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 통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남북연합으로 가는 것이 좋은 길이라고 제시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보다” 를 언급, “전쟁에는 결국 상처뿐이고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데 있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empathy)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문제의 경우 단기적인 해법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대국을 현명하게 관리하면서 공동의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중심”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이날 강연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이 잇따랐다.
한 참석자는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호주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안보·정보·방산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문 교수는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에 대응해 한국과 호주가 안보·방산 협력으로 대응하는 구상은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며, 올바른 해결 방정식이 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러한 협력이 자칫 ‘아시아판 나토’ 체제로 이어지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에 다자 동맹이 개입해 국제 분쟁화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져 한국이 통제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국제 분쟁은 참여하는 국가가 많아질수록 이해관계가 얽혀 갈등을 해결하기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를 지나치게 다자 안보구도로 확대하며 판을 키우는 것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과 같으며, 오히려 안보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일차적으로 당사자인 남북이 중심이 되어 차분하게 풀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치인 설득해야”
문 교수는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호주에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호주 정치인들에게 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치권에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처럼 문제가 많은 북한과 왜 협력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호주 정치인들에게 북한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문가 문정인
문정인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Global Asia 편집인과 아태 핵비확산·핵군축 지도자 네트워크(APLN)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2017~2021)를 지냈으며,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2005~2007)를 역임했다. 또한 2000년과 2007년,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문 교수는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를 연구해왔으며, 학계뿐 아니라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현장에서도 폭넓게 활동해온 한반도 전문가이다.

한반도 평화와 호주
박은덕 회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남북한을 넘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와도 직결된다며 호주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전쟁 참전국이자 민주주의와 경제, 안보,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호주가 한반도 평화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호주 정치권과 학계, 언론, 시민사회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호주 한인사회 역시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호주 사회에 알리고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와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등 공공외교와 평화외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호주 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호주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초 문정인 교수를 다시 초청해 호주 정치인들과 함께하는 강연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