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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규제강화로 위축된 중국 와인 소비, 글로벌 와인 산업 시장도 붕괴될까

26/03/2026
in 사회
시진핑의 규제강화로 위축된 중국 와인 소비, 글로벌 와인 산업 시장도 붕괴될까

한때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던 와인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 시장이 사실상 붕괴됐다. 사진: Vinotecarium

중국 과잉 재고

호주 와인 대기업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츠(Treasury Wine Estates)는 지난해 12월 약 2억1500만 달러 규모의 와인이 중국 유통업체 창고에 쌓여 있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의 ‘연회·축하성 음주 문화 단속’이 자리하고 있다.

수요 급감 충격

중국 경기 둔화와 함께 시진핑(Xi Jinping) 국가주석이 공직자의 부적절한 행태로 간주하는 행동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한때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던 와인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 시장이 사실상 붕괴됐다.
이 여파로 프랑스 “보르도(Bordeaux)에서 호주(Australia)에 이르기까지 일부 포도 재배 농가들은 포도나무를 뽑거나 수확을 줄이는 등 포도를 밭에 남겨두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는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 및 공산당 행사에서의 음주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사진: WOKANDAPIX

규제 강화 여파

중국의 와인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해 5월 무너졌다. 중국 정부는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 및 공산당 행사에서의 음주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불이익을 우려한 공직자들은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 국영 주류기업은 지난해 회의에서 술 제공 자체를 아예 생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직격탄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츠는 중국으로의 향후 와인 출하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유럽 주류 기업 페르노 리카르(Pernod Ricard)와 디아지오(Diageo) 역시 중국 내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영향

중국의 음주 감소는 전 세계 와인 생산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도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계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 왔다.

지난해 중국의 와인 수입은 추가로 11% 감소했으며, 이는 회복 기대를 무너뜨렸다. 현재 수입 규모는 2018년 정점의 절반 수준으로, 당시 중국은 약 30억 달러 규모의 외국산 와인을 수입했다.

유럽 주류 기업 페르노 리카르와 디아지오 역시 중국 내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JillWellington

시장 붕괴 위기

NSW주의 와이너리 보람볼라 와인스(Borambola Wines) 대표 팀 맥멀런(Tim McMullen)은 “중국 시장이 사실상 완전히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익의 40%를 중국에서 올렸지만, 지난 1년간 중국 판매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국 수요 감소로 국내에 와인이 과잉 공급되면서, 맥멀런은 이번 시즌 포도의 30%를 수확하지 않고 썩히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도 줄여야 했고, 그는 약 38도에 달하는 더위 속에서 포도 저장 용기를 직접 청소하는 등 고된 육체노동을 감당하고 있다.
“좋은 기회였던 시장이었지만,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그는 말했다.

중국 와인 부상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와인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고, 세계 와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에서 2017년 8%까지 증가했다. 칠레,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프랑스 등 주요 생산국들이 이 호황을 누렸다.

농구 스타 야오밍(Yao Ming)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Napa Valley)에서 와인 생산에 뛰어들었고, 중국 부유층은 보르도 지역의 와이너리 약 100곳을 인수했다.

일부는 ‘임페리얼 래빗(Imperial Rabbit)’이나 ‘티베탄 앤텔로프(Tibetan Antelope·프랑스어 Antilope Tibétaine)’ 같은 이름으로 브랜드를 변경해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프랑스 작가 필립 솔레르스(Philippe Sollers)는 2019년 보르도 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어린 시절 보르도에서 제국 토끼나 티베트 영양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러한 명칭 변경을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전성기였던 2019년에는 보르도 와인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했으며, 중국은 최대 해외 시장이었다. 당시 언론은 이를 ‘제2의 레드 혁명’이라 불렀다.

2023년 이후 보르도 지역 포도 재배 면적의 약 20%가 사라졌다. 사진: AS_Photography

소비 위축 심화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음주 감소와 함께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의 수준이 낮아지면서, 외국산 와인 같은 사치품 소비가 줄었다.

중국 자본이 매입했던 보르도 와이너리들도 매각이 이어졌고, 2022년 프랑스 기업이 ‘샤토 앙틸로프 티베텐느(Château Antilope Tibétaine)’를 인수해 기존 이름인 ‘샤토 세닐락(Château Sénilhac)’으로 복원했다.

반부패 정책 여파

지난해에는 반부패 감시기관이 공무원의 음주 관행을 집중 단속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허난성(Henan)에서는 한 공무원이 점심 연회에서 음주 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9명의 공직자가 징계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아시아 주류 컨설팅업체 님빌리티(Nimbility)의 공동창립자 이안 포드(Ian Ford)는 “외국산 와인 수요를 떠받치던 과도한 선물과 접대 문화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와인이 비즈니스 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트렌디함이 떨어지고 있다.

상하이(Shanghai)에서 전자상거래 업계에 종사하는 26세 왕난(Wang Nan)은 “업무 관련 모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시지만, 입술에 얼룩이 남고 맛도 별로라 가능한 한 적게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모임을 열 때는 와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와이너리 그레이스 빈야즈(Grace Vineyards)를 운영하는 주디 찬(Judy Chan)은 “와인은 더 이상 고급·상징적 이미지를 잃었고, 주문하기에 ‘트렌디한’ 술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그는 사업 회복을 위해 중국 유통기업 창업자에게 지분 과반을 매각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일부 포도 재배 농가들은 포도나무를 뽑거나 수확을 줄이는 등의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 PeterBowers

산업 전반 위기

중국 수입 감소는 일부 와인 생산 지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호주 남부 리버랜드 와인(Riverland Wine) 협회는 지난해 11월 주 정부에 ‘긴급 공개서한’을 보내, 2020년 이후 중국 시장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쉬라즈(Shiraz) 포도 가격이 3분의 2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올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협회는 “현재 리버랜드는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르도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보르도의 대중국 수출은 물량 기준 28% 감소했으며, 2017년 대비 4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축소됐다.

보르도 와인 생산자 알랭 시셸(Allan Sichel)은 “사회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이라며 포도밭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 보르도 지역 포도 재배 면적의 약 20%가 사라졌다.

대응 전략 모색

2025년 초까지만 해도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츠는 중국 시장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2010년대 이 회사의 펜폴즈(Penfolds) 브랜드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와인으로 자리 잡았고, ‘벤푸(Ben Fu)’라는 이름으로 ‘번영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20년 중국이 외교 갈등 속에서 호주산 와인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2024년 관세가 철폐되자 회사는 대량 출하로 시장 회복을 시도했지만, 곧이어 정부 행사 음주 금지 규제가 시행되며 상황이 악화됐다.

회사는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으며, 2024년 10월에는 연간 실적 전망을 철회하며 중국 내 펜폴즈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다”고 인정했다.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와인이 비즈니스 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트렌디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 stevepb

시장 규모 축소

최고경영자 샘 피셔(Sam Fischer)는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밝혔으며, 최근 일부 유통업체의 판매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향후 2년간 중국 내 펜폴즈 재고 약 40만 상자를 줄일 계획이다.

주디 찬은 현재 상황을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것이 지금 시장 전반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Wall Street Journal에 게재된 존 에몬트(Jon Emont)의 ‘Xi Jinping’s morality crackdown has a new victim: the global wine trade’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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