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
호주를 대표하는 명문대 가운데 하나인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가 기말고사 시험지가 중국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학생들이 시험장 안으로 몰래카메라를 반입해 시험 문제를 촬영한 뒤 이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Douyin)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 측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유출된 내용은 지난 목요일 오전 8시에 배부된 시드니대학교 입문 미시경제학(Introductory Microeconomics) 기말시험 문제 일부다.
더우인에는 시험지가 배부된 직후 문제 일부가 게시됐으며, 영상에는 시험장 내부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은 한 명 이상의 학생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본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것으로 보이지만, 더우인에는 여전히 관련 스크린샷과 재게시물이 남아 있는 상태다. 게시물에 표시된 시간 정보는 실제 시험 진행 시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몰래 카메라
특히 한 더우인 이용자는 시드니대학교 시험장 영상뿐 아니라 지난 화요일 실시된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의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 시험 영상도 함께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시물 내용에 따르면 시험 유출에 사용된 장비는 셔츠 단추처럼 위장된 초소형 스파이 카메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드니대학교 학생들은 언론에 해당 영상 속 시험지가 자신들이 실제 응시했던 시험지와 동일하다고 확인했다. 문제가 유출된 ECON1001 과목은 경제학 및 상경계열 학생들에게 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핵심 교과목이다. 현재 700명 이상의 학부생이 수강 중이며, 이번 기말시험은 전체 성적의 50%를 차지한다.

대학 긴급조사
시드니대학교는 전 호주 공영방송 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사장 출신인 마크 스콧(Mark Scott) AO 교수가 총장 겸 부총장을 맡고 있으며, 대학 측은 이번 유출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얼마나 많은 인원이 관여했는지, 그리고 카메라가 어떤 방식으로 시험장에 반입됐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대학 공식 온라인 포럼을 통해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해당 토론 게시판은 이후 폐쇄됐다. 일부 학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험 재실시 여부와 시험 무효 처리 가능성 등에 대한 대학 측의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학생은 “시험 문제가 유출돼 특정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유리한 이점을 얻었다면, 어떻게 모든 학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렀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시험 제도의 구조적·학문적·제도적 무결성이 훼손됐다”며 “공정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학생들은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 역시 “대학은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규정을 준수한 학생들에게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엄중 처벌 경고
시드니대학교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해 “긴급 사안으로 간주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문적 정직성(academic integrity)을 훼손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대학 징계 절차에 따라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시험에 서로 다른 시험지를 사용하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산되는 우려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는 영국에서도 커지고 있다. 영국 시험감독기관인 오프퀄(Ofqual-Office of Qualifications and Examinations Regulation)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서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부정행위 적발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프퀄은 감독관들이 새로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영국의 학교 자격시험 제도 자체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AI 시대 도전
올해 초 발표된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연구 논문은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안경 등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감독 시험만으로 응시자의 독립적인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감독 하에 실시되는 시험이 외부 도움 없이 수행된 결과임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결론지었다.
규제기관 반응
호주 고등교육품질표준청(TEQSA-Tertiary Education Quality and Standards Agency)도 이번 사건이 평가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TEQSA 대변인은 “시험 중 은닉 장치 사용과 관련한 전국 단위 통계를 별도로 수집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들이 평가 보안에 지속적인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과 같은 사건은 교육기관들이 평가 방식과 기존 통제 장치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변화하는 위험 환경에 맞춰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