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률 급락
시드니(Sydney) 부동산 경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지난 5월 연방예산안에 포함된 세제 개편 이후 주택 구매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경매 낙찰률이 글로벌 금융위기(GFC-Global Financial Crisis)와 코비드19(COVID-19) 봉쇄 당시 수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매도인들에게 “경매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고 전했다.
최신 코탈리티(Cotality)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시드니의 경매 낙찰률은 47.3%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지난주 예정됐던 642건의 경매 가운데 478건만 집계된 상태여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결과가 추가되면 최종 낙찰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도 경매 낙찰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통계청(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에 따르면 시드니의 주택 가격은 6월까지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75,000 하락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큰 명목가격 하락폭이며, 추가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그 전 주의 최종 경매 낙찰률은 41.7%로 더욱 낮았다. 이는 2020년 4월 코비드19 첫 봉쇄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른 기준을 사용하는 에스큐엠 리서치(SQM Research)의 집계에서는 같은 주 낙찰률이 31.9%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20년 4월 코비드19 봉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뢰 붕괴
에스큐엠 리서치(SQM Research)의 대표 루이스 크리스토퍼(Louis Christopher)는 최근 경매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매수심리의 붕괴를 지목했다. 그는 매수심리가 올해 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추가 금리 인상과 이란(Iran) 전쟁, 그리고 무엇보다 5월 연방예산안 발표가 시장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는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세제 혜택 축소와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 할인 축소가 포함됐다. 두 개혁안은 지난주 연방의회를 통과했으며 2027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녹색당(Greens)과의 합의에 따라 자가관리형 연금(Self-Managed Super Funds·SMSFs)을 활용해 투자용 부동산 대출을 받는 것이 금지된다.
루이스 크리스토퍼(Louis Christopher)는 “우리는 상당 기간 지속될 하락장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개인들은 매도인들에게 경매장에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탈리티(Cotality)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의 주간 경매 낙찰률이 50%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은 바로 5월 예산안에서 세제 개편이 발표된 주와 일치한다.

지역별 차이
일부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프롭트랙(PropTrack)의 최근 4주 자료에 따르면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의 경매 낙찰률은 26%에 불과했다. 블랙타운(Blacktown)은 34%, 힐스 디스트릭트(Hills District), 노던 비치스(Northern Beaches), 노스쇼어(North Shore)는 각각 37~3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만 해도 대부분 60~80%의 높은 낙찰률을 유지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팔리지 않은 대부분의 주택은 경매 전에 철회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구매 수요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입찰자가 전혀 없어 유찰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스 크리스토퍼(Louis Christopher)는 “집값은 이미 하락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다. 가격 하락폭도 상당히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큐엠 리서치(SQM Research)의 모델링에 따르면 올해 시드니 집값은 9% 하락해 평균 주택가격이 약 $100,00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도 최대 8.4% 하락을 전망했으며,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은 평균 6% 하락을 예측했다.
루이스 크리스토퍼(Louis Christopher)는 “고점 대비 저점까지의 하락폭은 훨씬 더 클 수 있으며, 가격 하락은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책 불안
피알디(PR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디아스와티 마르디아스모(Diaswati Mardiasmo)는 현재 시장에서는 경매 참여에 필요한 확신을 가진 구매자가 거의 없으며, 정부 정책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는 반드시 원하는 집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망설임 없이 전력을 다해 입찰해야 한다. 확신이 필요한데 많은 구매자들에게는 그런 확신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잠재 구매자들은 앞으로도 대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심지어 현재 직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아스와티 마르디아스모(Diaswati Mardiasmo)는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세제 개편이 투자자뿐 아니라 실거주 목적 구매자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매자들이 정책이 향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제값보다 비싸게 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시행될지 아직도 의문이 많다”며 “많은 사람들이 제도와 조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시장 참여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자 관망
경매업체 멩크 화이트(Menck White)의 대표이자 경매사인 클래런스 화이트(Clarence White)는 구매자들이 지금 추격하는 주택이 올해 말에는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언덕 아래로 굴러가는 미끄러운 비누를 쫓는 것과 같다”며 “구매자들은 집값이 어디까지 떨어질지 판단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세제 개편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평가하고 있다.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연방 주택부 장관(Housing Minister) 대변인은 “예산안의 변화로 인해 집값은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약 2%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자 사례
시드니 동부(Eastern Suburbs)에 거주하는 세입자 테일라 레이철(Tayla Rachel)은 기존 규정이 적용되던 시기에 브리즈번(Brisbane)의 침실 3개짜리 주택을 $800,000에 구입해 임대하고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는 이를 통해 자산을 늘린 뒤 언젠가는 시드니에 자가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29세 기술기업 임원인 그는 “원래 계획은 투자용 부동산을 계속 구입한 뒤 충분한 수익을 얻으면 시드니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5월 예산안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좋지는 않다”면서도 “장기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아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시드니에서 거주할 집을 사기 위한 계획을 다시 바꿔야 할 것 같고, 그만큼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세대, 특히 젊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정책이 실제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혹은 효과가 있기나 한지 확인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처럼 시드니 집값이 너무 비싸 투자용 부동산부터 구입했던 친구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새 예산안에 따라 네거티브 기어링은 신축 주택에는 계속 적용되지만, 테일라 레이철(Tayla Rachel)은 “일반적으로 신축이 더 비싸고 오래된 주택이 투자 가치가 더 높다”고 말했다.
바이어 에이전트인 로런 존스(Lauren Jones)는 “이번 예산안은 테일라와 같은 구매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임대하면서 투자하는 ‘렌트베스팅(rentvesting)’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던 이들은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밀려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