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에도 ‘빨간불’
서부 시드니의 대형 주택 건설업체인 배슬라 그룹(Bathla Group)이 자발적 법정관리(Voluntary Administration)에 들어가면서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연방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전통적인 은행권 밖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민간 신용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 전문업체 테네오(Teneo)는 25일 배슬라 그룹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됐으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니버설 프로퍼티 그룹(Universal Property Group)과 라즈 앤 자이 컨스트럭션스(Raj & Jai Constructions)도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두 회사에는 총 $3.6bn 규모의 민간 신용 부채가 얹혀 있다. 민간 신용은 전통적인 은행권이 아닌 대출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투입돼 있다.
배슬라 그룹은 현재 주택과 아파트를 합쳐 약 1만5000채를 건설 예정 물량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000채는 현재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권도 책임 공방
NSW주 정부는 배슬라 그룹의 붕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NSW주 정부 대변인은 민스(Minns) 정부가 “이번 법정관리인 선임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법정관리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NSW 자유당(Liberal Party) 공정거래 담당 대변인 팀 제임스(Tim James)는 배슬라 그룹의 붕괴가 “우려스럽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의원은 “연방정부와 NSW주에서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건설업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은 폭등했고 신뢰는 급락했다”며 “노동당의 정책으로 인해 NSW에서 건설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NSW 경제는 주들 가운데 꼴찌를 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건설비 상승에 직격탄
배슬라 그룹은 호주 전역에서 널리 알려진 대형 브랜드는 아니지만, 시드니의 주택 개발이 빠르게 이뤄진 외곽 지역에서 상당한 규모의 주택을 공급해왔다. 회사는 이후 사업을 확장해 NSW주 지방 지역과 멜번(Melbourne)에서도 토지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배슬라 그룹은 25일 법정관리인을 선임하기로 한 결정의 배경으로 노동당 정부의 세제 변경을 지목했다. 채권단의 첫 회의는 오는 9월 4일 열릴 예정이다.
배슬라 그룹의 바르트 부샨(Bhart Bhushan) 대표이사는 이날 배슬라 그룹을 자발적 법정관리에 넣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건설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부샨 대표는 회사가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면했으며, 이러한 여러 상황이 그룹의 현재 위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출·신뢰 동반 하락
배슬라 그룹은 성명을 통해 부샨 대표가 “매출의 상당한 둔화와 연방정부의 5월 예산안에서 이뤄진 변경의 영향, 핵심 시장의 신뢰 하락”을 문제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배슬라 그룹은 “이는 그룹이 떠안아온 건설비용의 상당한 증가와 동시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시장 여건의 변화는 대출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사업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부샨 대표는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우리 직원들과 자신들의 주택 소유라는 꿈을 실현해주기를 바라며 우리를 믿어준 고객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절차를 통해 법정관리인과 직원, 공급업체, 계약업체 및 대출 파트너들과 협력함으로써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배슬라 그룹은 법정관리인 선임이 “배슬라 그룹을 지속 가능한 기반 위에 올려놓고 현재 건설 중인 프로젝트의 완공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경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복잡한 부채 구조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자발적 법정관리가 배슬라 그룹의 사업을 빠르게 해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배슬라 그룹은 규모와 가치가 서로 다른 약 100개의 토지 개발 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출기관도 약 5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슬라 그룹이 개발하는 주택 프로젝트를 사전 분양받은 구매자들은 계약을 철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발업체가 심각한 하자를 수리할 수 없거나 수리를 거부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NSW주 주택건설보상기금(Home Building Compensation Fund) 보험에 보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 공개된 문서에서는 배슬라 그룹의 일부 개발 부지에서 사전분양 실적이 저조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총 1만4873채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잠재 물량 가운데 실제 판매된 주택은 1198채에 불과했다.
대출기관도 부담
배슬라 그룹에 자금을 빌려준 대출기관들이 결국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배슬라 그룹의 대출기관에는 PAG, 발메인(Balmain), 레다(LEDA), 트릴로지(Trilogy), 센추리아 배스(Centuria Bass), 레이 화이트 캐피털(Ray White Capital), 크레딧 커넥트(Credit Connect), CVS 레인(CVS Lane), 잉거슨 랜스다운(Ingwerson Lansdown), 키 파이낸셜(Quay Financial), 키뷰(Keyview), 라 트로브 파이낸셜(La Trobe Financial), CVS 레인(CVS Lane), 오스타(Austar) 등이 포함된다.
배슬라 그룹의 부채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했다. 2022년 $2.3bn이었던 부채는 지난해 $3.6bn까지 치솟았다. 만약 배슬라 그룹이 완전히 무너질 경우 호주 부동산업계에서는 2020년 $2.8bn 규모로 붕괴한 다이들램 그룹(Dyldam Group) 이후 최악의 부동산 개발업체 붕괴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급업체 임금도 문제
배슬라 그룹은 복잡하게 얽힌 대출기관과 개발 부지를 대거 확보해왔다. 일부 개발 부지에는 막대한 부채가 쌓였으며, 다른 부지들은 미지급금 문제로 불만을 제기한 공급업체들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슬라 그룹은 공급업체와 직원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기관들이 대신 이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급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슬라 그룹은 서부 시드니 지역의 여러 기관과 단체에도 상당한 지원을 제공해왔다.
대표적으로 서부 시드니 원더러스(Western Sydney Wanderers) 축구클럽을 후원하는 등 서부 시드니 지역사회에 대한 후원 활동을 펼쳐왔다. 배슬라 그룹은 이번 법정관리 결정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내려진 것”이라며 “서부 시드니와 기타 주요 시장에서 절실히 필요한 주택 공급을 계속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자 자산도 제한적
그러나 배슬라 그룹의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은 그룹의 복잡한 기업 구조와 부샨 대표가 보유한 제한적인 개인 자원 때문에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샨 대표는 과거 택시 운전기사로 일했으며, 1997년 배슬라 그룹을 설립했다. 그는 한때 호주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샨 대표가 보유한 현금 자산은 $35,000에 불과했다. 개인 보증을 통해 배슬라 그룹의 대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공한 자산 역시 $350,000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공급 차질 우려
배슬라 그룹의 법정관리는 단순히 한 건설업체의 재무 문제를 넘어 서부 시드니의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공사가 진행 중인 약 2000채의 주택은 법정관리 과정에서 계약업체와 공급업체, 금융기관 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사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구매자들은 공사 지연 여부와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 계약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법정관리인은 향후 각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자금 상황을 검토한 뒤 어떤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개발사업이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기보다는 사업별로 공사 지속 여부와 매각 또는 구조조정 방안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최근 건설비 상승과 주택시장 둔화, 높은 금융비용이 동시에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민간 신용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개발업체의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