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대주의 혐오가 급증함에 따라, 외국인의 입국심사를 강화하고 예술,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조건부로 전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이 제안됐다.
호주 반유대주의 대응 특별대사 질리언 시걸(Jillian Segal)이 11일(목) 공개한 보고서는 정부와 사회 전반에 걸친 종합적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토니 버크(Tony Burke) 내무부 장관은 이날 시걸 특별대사와 함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일부 조치는 즉시 시행하되, 일부는 장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자 심사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시걸 특별대사는 비자 신청자에 대한 반유대주의 사상,행위 검증을 정부에 권고하고, 이에 따라 비자 발급 거부나 취소가 가능하도록 이민법(Migration Act)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반유대주의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호주 입국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이민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원금과 책임 연계
공공 자금을 받는 대학이나 방송사 등 기관은 반유대주의 대응에 있어 ‘책임성(accountability)’을 입증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금이 중단될 수 있다.
보고서는 “정부는 대학, 대학 내 프로그램, 개인이 반유대주의를 조장하거나 방치할 경우 지원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특별대사는 이를 위한 정부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토니 버크 장관은 “현재도 정부는 지원금 미지급 권한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 권한을 각 부처가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을 중단한 사례는 굳이 발표하지 않는다”며, 해당 권한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교육 전반 변화 촉구
보고서는 반유대주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교사 교육부터 초중등 교육까지 광범위한 교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경찰과 사법기관 관계자에 대한 반혐오법 적용 교육과 함께 반유대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전문 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시걸 특별대사는 각 주 법무장관들과 협력해 현재의 반혐오법을 강화하고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실질적인 증오(actual hatred)”를 포괄하는 법률 개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문제”
알바니즈 총리는 보고서를 인용해 “10월 7일 이스라엘-가자 전쟁 이후 반유대주의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으나, 이 문제는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시민사회와 함께 이 문제에 매일매일, 매주, 매년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반유대주의는 반드시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에 항의하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으로 선을 넘는 경우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중동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견을 질서 있게, 평화롭게 표현하라.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공격, 비방, 학대를 당한 사례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반유대주의 ‘300% 증가’
시걸 특별대사는 “이번 계획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증오 중 하나’인 반유대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10월 7일 하마스(Hamas)의 테러 이전부터 반유대주의는 존재했으며, 그 이후로 사건이 폭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1년 사이 신고 건수가 300%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시걸 특별대사가 임명된 지 1년 만에 발간됐으며, 지난주 멜번(Melbourne)에서 예배 중인 회당이 방화되는 등 반유대 범죄가 이어진 가운데 나왔다.
찬반 엇갈린 반응
보고서는 유대계 사회의 대체적인 환영을 받았다. 호주유대인협의회(Executive Council of Australian Jewry) 회장 다니엘 아기온(Daniel Aghion)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된 계획”이라며 “정부, 사법, 언론, 교육계, 온라인 플랫폼 등 전 분야가 특별대사 및 유대사회와 협력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온주의연맹(Zionist Federation of Australia) 회장 제러미 라이블러(Jeremy Leibler)도 “종합적이고 의미 있는 보고서”라고 평가하며 “이 계획의 성패는 이행 속도와 일관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좌파 유대인 단체인 호주유대인위원회(JCA-Jewish Council of Australia)는 보고서를 비판했다. 이들은 “호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공동체 간 갈등을 부추기며, 정치적 목적에 맞춘 선택적 인종차별 대응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CA의 막스 카이저(Max Kaiser) 사무총장은 “이 문서는 포용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는 청사진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책은 반유대주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공동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사회 통합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향후 정책 실행 과정에서 세심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