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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비극적인 홍수,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었을까?

24/09/2026
in 칼럼
네팔의 비극적인 홍수,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었을까?


지금 네팔과 티베트 지역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6년 8월 26일 히말라야 고산지역에서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얼음과 물, 진흙과 바위가 계곡을 따라 쏟아져 내려왔다. 마을과 도로, 다리와 발전시설이 순식간에 휩쓸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우리는 흔히 “갑자기 엄청난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말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재난이었을까?

이번 홍수의 정확한 발생 과정은 아직 조사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히말라야 고산지역에서 빙하를 포함한 거대한 사면이 무너졌고, 그 충격은 규모 5.2의 지진에 해당할 정도의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실제 지진으로 관측됐지만 이후 분석에서는 지진이 빙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거대한 빙하와 암석의 붕괴 자체가 지진과 같은 진동을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무너진 얼음과 암석, 물과 토사가 계곡과 강을 따라 이동하면서 더 많은 물질을 끌어들였고, 결국 약 100km에 걸쳐 엄청난 홍수와 토석류가 하류를 덮쳤다. 그 위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의 관측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트리슐리강의 수위는 한때 불과 30분 사이 최대 약 9m나 상승했다. 물만 내려온 것이 아니라 얼음과 진흙, 거대한 바위와 나무가 뒤섞인 흐름이 빠른 속도로 계곡을 덮쳤기 때문에 하류에 있던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시간은 매우 짧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같은 지류에서 불과 약 1년 사이 두 차례의 큰 홍수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기후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빙하 붕괴 하나의 직접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였다고 현재 단계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 빙하와 산의 붕괴에는 지형과 암반, 빙하 내부 구조, 온도와 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그림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히말라야의 빙하는 빠르게 녹아 줄어들고 있으며, 오랫동안 얼어 있던 영구동토와 고산지역의 지반도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빙하와 암석의 붕괴, 빙하호의 형성과 확대, 갑작스러운 홍수와 같은 연쇄적인 재해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과학자들이 ‘따뜻해지는 히말라야’에서 빙하와 산사면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조기경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흔히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녹아내리는 빙하 사진을 본다. 그래서 빙하가 녹는다는 것을 단순히 ‘산 위에 있는 얼음의 양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산지역에서 빙하와 영구동토가 변한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의 양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산 전체의 얼음과 물, 암석의 균형이 변하는 문제다. 빙하가 줄어들고 얼어 있던 지반이 변하며 새로운 빙하호가 형성되거나 커지면 하나의 변화가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오는 연쇄적인 재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고, 그 물질이 강으로 들어가 강의 흐름을 막고, 뒤에 물이 쌓이고, 그것이 다시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하류로 쏟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재해가 또 다른 재해를 불러오는 현상을 우리는 연쇄재해라고 부른다. 이번 네팔의 재난 역시 단순히 ‘빙하가 녹아서 물이 많아졌다’고 설명하기보다는 고산지역의 얼음과 암석, 물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낸 복합적인 재해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리고 이런 위험은 이번에 처음 알려진 것이 아니다. 히말라야의 기온 상승과 빙하 변화로 인해 빙하호 붕괴홍수, 빙하 붕괴, 산사태와 같은 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실제로 이번 참사가 발생하기 약 3개월 전인 2026년 5월에도 네팔과 중국 관계자들은 빙하의 움직임과 수위 정보를 공유하고 조기경보 체계를 개선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정확히 언제, 어느 산에서 재해가 발생할지를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종류의 재해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것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위험한 빙하와 빙하호를 위성과 드론으로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빙하의 이동과 강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상 징후가 발견됐을 때 하류 주민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경고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히말라야의 강은 여러 국가를 지나가기 때문에 네팔과 중국, 인도 등 관련 국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국경을 넘는 조기경보 체계도 중요하다.

이번 재난은 우리에게 기후변화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어떤 나라에서는 가뭄과 식량가격 상승으로 나타나고, 어떤 지역에서는 산불과 폭염으로 나타나며, 섬나라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히말라야에서는 빙하와 암석의 붕괴, 그리고 순식간에 계곡을 휩쓰는 거대한 홍수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재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위험을 알고 있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일찍 준비할 수 있다. 그것이 이번 비극에서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재해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모든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가족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아직 소식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네팔 주민들이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구조와 수색에 힘쓰고 있는 모든 분들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이번 비극이 단순히 하나의 재난으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후변화의 경고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음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행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필자 장호준은 시드니대학교에서 토양 변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동 대학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토양과학을 바탕으로 디지털 토양지도, 분광학, GIS,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첨단 연구를 이어가며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토양 교육과 지역사회 봉사에도 깊은 애정을 쏟고 있으며, 다방면의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와 봉사 분야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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