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냉동, 임신 보장하는 방법 아니다
-1회 시술비 $7,000~$12,000 에 보관료 별도
-배우자 부재·가임력 저하 우려 등이 주요 이유
4명 중 3명 사용 안 해
난자를 냉동 보관한 여성 4명 중 3명 이상은 10년이 지나도록 냉동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의학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선택으로 난자를 냉동한 여성 2만209명(20,20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10년 이내에 냉동 난자를 해동해 사용한 여성은 28%에 그쳤다.
얼마전 생식의학 학술지 휴먼 리프로덕션(Human Reproduction)에 발표된 연구는 난자 냉동이 미래의 임신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를 이끈 오이신 피츠제럴드(Oisin Fitzgerald)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시드니캠퍼스(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Sydney) 연구원은 여성들이 10년 안에 냉동 난자를 사용할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자를 냉동했다고 해서 반드시 나중에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이 시술이 부모가 될 수 있는 확실한 경로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임력 보존
난자 냉동은 가임 기간을 연장하려는 여성들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계획 난자 냉동(planned egg freezing) 또는 사회적 난자 냉동(social egg freezing)으로도 불리는 이 시술은 난자의 생물학적 나이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난자의 나이는 여성의 실제 나이보다 임신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호주에서 난자 냉동 1회 시술에 드는 초기 비용은 $7,000~$12,000이며, 이후 보관료로 매년 $500~$1,000를 추가로 내야 한다.
12년 전 난자 냉동을 선택했던 한 여성은, 당시 37세 미혼이었고, 가임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던 그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엄마가 되겠다는 꿈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내가 가진 이 꿈을 어떻게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난자 냉동은 훌륭한 예비 계획이었다. 덕분에 심리적인 압박을 상당히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의 남편을 만난 그는 냉동 보관했던 난자를 해동해 임신에 사용했다. 그는 40세에 첫째 아들을, 42세에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예상보다는 높은 사용률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지난 5년 동안 난자 냉동을 선택하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에는 55명이 이 시술을 받았지만, 2023년에는 4,919명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의학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선택으로 난자를 냉동한 여성 2만209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다만 연구 기간 후반에 난자를 냉동한 여성들은 시술 후 10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간의 추적 관찰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10년 후 냉동 난자를 사용한 비율뿐 아니라, 5년 후 사용한 비율도 함께 분석했다.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5년 후 냉동 난자를 사용하기 위해 돌아온 비율은 22%였고, 10년 후에는 28%였다”고 말했다. 냉동 난자를 실제로 해동해 사용한 여성들은 대체로 난자 냉동 후 약 4.9년이 지나 다시 시술을 위해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난자를 사용한 여성 가운데 약 절반은 정자 기증자의 정자를 이용했다. 약 3분의 1은 실제 출산으로 이어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브리즈번(Brisbane) 소재 생식내분비 전문의 데비니 아메라퉁가(Devini Ameratunga)는 냉동 난자 사용률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환자들에게 냉동 난자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돌아오는 사람은 약 10%라고 설명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실제 자료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냉동 난자를 사용하기 위해 돌아오는 여성의 비율이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결정의 불확실성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연구원인 셰린 산두(Sherine Sandhu)는 난자 냉동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들이 시술의 의미와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난자 냉동 의사결정 지원 도구의 개발을 이끌었다. 산두 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에서 의학적 이유가 아닌 개인적 선택으로 난자를 냉동하는 여성들이 가장 흔히 꼽는 이유는 함께 아이를 키울 배우자나 공동 양육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생물학적 시계에 대한 압박감과 미래에 난자 냉동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출산 여부도 고민
34세에 난자를 냉동을 결정했던 한 여성은 ‘힘을 얻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연인과 헤어진 뒤 앞으로의 선택지를 고민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냉동 난자를 실제로 사용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고 있는데, 내가 실제로 아이를 원하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그렇다고 난자를 계속 냉동 보관해 두기만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산두 연구팀이 난자 냉동 의사결정 지원 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터뷰한 여성 가운데 4분의 3이 넘는 여성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었다. 산두 연구원은 “자신의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해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아메라퉁가 역시 환자들이 정확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담당 의사와 충분히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회에는 의학적 허위정보가 상당히 많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성공 보장 없어
피츠제럴드 연구원은 계획 난자 냉동이 흔히 미래의 임신을 대비하는 ‘보험’처럼 소개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에서는 냉동 난자를 실제로 해동해 사용한 여성 가운데 약 3분의 1만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난자를 냉동한 전체 여성이 아니라, 냉동 난자를 실제로 사용한 여성을 기준으로 한 결과다. 난자 냉동의 성공 가능성은 난자를 냉동한 당시의 나이와 해동해 사용하는 난자의 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앞서 소개했던 냉동했던 난자로 임신에 성공한 여성은, 난자 냉동과 네 차례의 체외수정(IVF) 시술에 약 $30,000를 지출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나는 난자 냉동을 매우 긍정적으로 경험했고 체외수정 과정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항상 모든 일이 나처럼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