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검시심리
2019년 건강하게 임신 기간을 마친 신생아가 분만 과정에서 겸자(forceps) 사용으로 치명적인 머리 손상을 입고 출생 몇 시간 만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시관이 의료지침 재검토를 권고했다.
법원에서 진행된 검시 심리에서는 건강했던 ‘아기(Baby H)’가 논란이 된 일련의 의료적 판단 과정에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사용한 겸자에 의해 두개골이 짓눌려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으며, 결국 숨졌다는 내용이 제기됐다.
2019년 라트로브 지역병원(Latrobe Regional Hospital)에서 발생한 베이비 H의 비극적인 분만 과정은 이번 주 마무리된 9일간의 검시 심리(coronial inquest)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아이의 부모가 제기한 여러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며, 향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의료지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2024년에는 같은 병원에서 불과 6주 사이 신생아 2명과 생후 18개월 유아 1명이 잇따라 숨졌다. 병원 내부 조사에서는 당시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 “과실이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순조로웠던 임신
첫 아이를 임신한 기쁨을 누리던 브라운(Ms Brown)은 임신 기간 내내 저위험 임신(low risk)으로 분류됐다. 임신 중 B군 연쇄상구균(GBS-Group B Streptococcus) 진단을 받았지만 태아의 건강한 성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3월 22일 자연 양막 파열(spontaneous rupture of membranes)이 발생한 뒤 당시 33세였던 브라운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진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태아가 후두후방위(OP-Direct Occipito Posterior), 이른바 ‘얼굴이 위를 향한 자세’로 확인되면서 분만 보조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담당 산부인과 전문의였던 폴 브로엄(Paul Brougham) 박사로부터 진료를 인계받은 피나키 차발리(Pinaki Chavali) 박사는 태아의 머리에 겸자를 적용한 뒤 20초가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겸자로 견인했다. 이 과정에서 태아의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졌고 이후 회복되지 않았다.
아이의 아버지 브라운(Mr Brown)은 검시 심리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얼마나 강한 힘이 사용되고 있는지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아내의 팔을 붙잡아 몸이 끌려가지 않도록 막아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부터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치명적 손상
검시 심리에서는 이후 의료진이 겸자를 이용한 견인을 여러 차례 더 시도한 뒤 진공흡입기(vacuum)를 태아의 머리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진공흡입기를 사용한 뒤 태아의 자세는 회전됐고 결국 분만에는 성공했지만, 아이는 온몸이 푸른빛을 띠었고 울음도 터뜨리지 못했다.
이후 가족은 왕립아동병원(Royal Children’s Hospital)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아이는 기구를 이용한 질식 분만(instrumental vaginal delivery) 과정에서 발생한 외상성 머리 손상으로 출생 수시간 만에 숨졌으며, 검시 심리에는 여러 전문가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중 에프워스병원(Epworth Hospital) 산부인과 전문의 사만사 하그리브스(Samantha Hargreaves) 박사는 특히 OP 자세 태아에게 겸자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브라운 가족 사례처럼 태아의 자세를 먼저 회전시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겸자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그리브스 박사는 “대부분의 동료 의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멜번(Melbourne)의 대부분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견인을 시도하기 전에 먼저 태아의 자세를 교정하거나 최소한 교정을 시도한다”며 “자세만 바로잡으면 분만이 매우 쉽고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태아가 골반 중간에 머무는 이유는 자세 이상 때문이며, 이를 교정하면 훨씬 수월한 분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지침 재검토
캐서린 피츠제럴드(Catherine Fitzgerald) 검시관은 이번 사건이 현재 의료지침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그는 호주·뉴질랜드 산부인과학회(RANZCOG-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에 대해 OP 자세 태아에게 겸자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진료 원칙(best practice)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수술실에서 의료진 간 진료 인계 과정과 환자 동의 절차에도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브라운 부부는 검시 심리에서 겸자 분만이 아기에게 미칠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으며, 이들은 만약 관련 위험을 충분히 알았다면 반드시 제왕절개(C-section)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시 심리는 태아의 자세를 손으로 돌리는 수기 회전(manual rotation)을 먼저 시도했다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는지, 또는 질식 분만을 중단하고 제왕절개로 전환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의사 과실은 부인
피츠제럴드 검시관은 차발리 박사가 “중대한 부적절 행위나 비전문적인 행동(grossly inappropriate or unprofessional conduct)”을 한 것은 아니며, “선의(good faith)로 진료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베이비 H의 분만 과정에서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치명적인 머리 손상은 겸자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상의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겸자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태아의 머리에 과도한 힘이 가해졌으며, 그 힘이 결국 사망에 이를 정도의 손상을 초래한 것은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잇단 사망 논란
한편 2024년에는 라트로브 지역병원(Latrobe Regional Hospital)에서 신생아 2명과 생후 18개월 유아 1명이 수주 간격으로 잇따라 숨졌다.
이 같은 연쇄 사망은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 관리 체계와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으며, 정치권에서는 철저한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