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노동 정책 논란
호주 재계가 대학 진학 중심의 교육 정책과 노조 중심의 정부 조달 정책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호주상공회의소(ACCI-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는 지나친 대학 진학 선호가 기술교육(VET-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는 대졸자 확대 정책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노조와 기업협약(Enterprise Agreement)을 체결한 기업을 정부 계약과 보조금 지급에서 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대부분의 기업을 정부 조달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학 편중
호주상공회의소는 너무 많은 호주인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하면서 기술교육과 숙련직으로 유입될 인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국가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정부가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을 더욱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주는 수십 년 동안 대학 진학률이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호주상공회의소는 이러한 흐름이 이제는 적정 수준을 넘어섰으며, ‘학력주의(credentialism)’ 확산과 대학 중심의 진학 문화가 개인과 국가경제 모두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대학 진학률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30대의 41.1%가 대학 학위를 보유한 반면, 70대에서는 그 비율이 15.7%에 그쳤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는 이러한 비율을 앞으로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호주상공회의소는 교육 수준에 관한 연방 의회 조사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교육 경로와 노동시장 수요 사이에 ‘불일치(misalignment)’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호주상공회의소는 의견서에서 “학력주의와 부모의 영향, 직업에 대한 오래된 인식 등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직업교육훈련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교육이 제공하는 다양한 직업에 대한 인식 부족 역시 이러한 편견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학생과 가족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진학 경로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의 질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산업 현장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로 불일치
호주상공회의소는 학생들의 진로 목표와 관계없이 대학 진학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학생의 진로 목표와 맞지 않거나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이 더 적합한 경우에도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체계적인 경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과 관심, 희망 직업에 가장 적합한 교육 경로를 선택하도록 지원받기보다 사회적 기대에 의해 대학으로 향하도록 유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상공회의소는 이러한 교육과 노동시장 간의 불일치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활용 가능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교육과 훈련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의 효율성을 약화시키며, 개인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늦추거나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불일치를 해결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술교육 인식
호주상공회의소는 현재 기술교육(VET-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기술교육 과정이 대학보다 덜 바람직한 진로로 인식되고 있으며, 직업군 역시 건설과 배관, 전기 등 일부 전통적인 기술직에만 국한된 것으로 여겨지는 기존의 편견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술교육을 통해 다양한 산업과 직업으로 진출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좁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우려
한편 별도의 의회 조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호주법률위원회(Law Council of Australia)는 인공지능(AI)의 확산 등 변화하는 환경으로 인해 앞으로 법학 전공 졸업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법률위원회는 현재 법학과 입학에 요구되는 호주대학입학지수(ATAR-Australian Tertiary Admission Rank)가 75점부터 99.5점까지 대학마다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처럼 입학 기준의 격차가 큰 것은 학생들의 학업 준비 수준과 교육 과정 운영, 그리고 법학처럼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학문에서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학습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당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법학 졸업생들이 졸업 당시 갖춰야 할 수준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며 최근 졸업생들의 경우 법적 절차와 증거법, 의사소통 능력, 법률 문서 작성 능력에서 부족함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식 변화
호주상공회의소의 이번 의견서는 대학 진학 확대 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판이 점차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 실시된 호주국립대학교(ANU-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조사에서는 성공하기 위해 대학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15.9%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조사 당시의 18.4%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로, 대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목표
반면 정부는 대학 개혁 정책인 ‘대학 협약(Universities Accord)’을 통해 대학 교육을 받은 국민의 비율을 더욱 높이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며, 25-34세 인구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을 현재 45% 수준에서 오는 2050년까지 5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정부는 대학 협약 보고서에서 “호주는 고등교육 참여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 이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어 “호주는 현재 필요한 기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고등교육 졸업자와 직업교육훈련(VET) 졸업자를 배출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기술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달 논란
호주 재계는 노동당 정부가 노조와 기업협약(Enterprise Agreement)을 체결한 기업에 정부 계약을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호주 기업이 연방정부 계약 수주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호주상공회의소(ACCI-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는 노동당 정부의 이번 제도가 시행될 경우 연방정부의 $1050억 규모 정부 조달 예산이 노조 친화적인 기업들에 집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상공회의소 정책책임자인 데이비드 알렉산더(David Alexander)는 노동당의 제안이 연방정부의 정부 조달 예산을 사실상 노조 친화적 기업으로 법적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노동당 정부가 차별금지법 개정안에 새로운 예외 조항을 포함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조항은 연방정부가 정부 조달 계약을 발주할 때 노조가 참여한 기업협약을 체결한 기업을 우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는 이 같은 내용이 법안 속에 사실상 ‘숨겨진 조항’처럼 포함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업 배제
호주상공회의소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호주 전체 약 99만4000개 기업 가운데 98만2500개 기업은 기업협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아 노동당 정부의 제도가 시행될 경우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체 기업의 약 99%에 해당하는 규모다.
데이비드 알렉산더는 “정부 조달 계약과 연방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절차를 조작하려는 매우 이례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와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협은 노조 지도부에 막대한 권한을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와 협상하지 않기로 한 기업들조차 정부 계약을 잃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두려움 때문에 결국 노조와 협약을 체결하도록 압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정책은 빅토리아(Victoria)주와 퀸즐랜드(Queensland)주에서 나타났던 조달 왜곡과 대형 공사의 비용 급증 사례처럼, 건설·임업·해양·에너지노조(CFMEU-Construction, Forestry, Maritime, Mining and Energy Union)의 부정적인 관행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조금 영향
데이비드 알렉산더는 이번 정책이 매년 최대 $250억 규모에 달하는 연방정부 보조금 배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산업 지원금과 직업훈련 지원, 산업 전환 지원 패키지, 연구개발(R&D) 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그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노조와 기업협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반박
노동당 정부는 건설업은 이번 기업협약(EBA-Enterprise Bargaining Agreement) 우대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해당 산업에 적용할 새로운 정부 조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번 법안에는 건설업을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노사관계부 장관인 어맨다 리시워스(Amanda Rishworth)는 지난주 이번 법안은 정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정부 지출 과정에서 “성실하게 협상됐으며 진정한 합의에 따라 체결된 기업협약”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법안은 연방정부에 이러한 방식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언제, 어떤 경우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안정적 일자리 규정(Secure Jobs Code)’ 마련 과정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준은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높은 품질, 적기 사업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기존 조달 원칙과 함께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 논란
어맨다 리시워스 장관은 이번 개혁안이 과거 퀸즐랜드(Queensland)주의 ‘최우수 산업조건 제도(Best Practice Industry Conditions Scheme)’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부인했다.
해당 제도는 당시 정부 공사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리시워스 장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사용자가 노조가 적용되는 기업협약을 체결하도록 요구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반발
이번 제안은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을 호주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보다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주로 담은 법안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핵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조항을 함께 포함시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호주상공회의소뿐 아니라 호주경제인협의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와 호주산업그룹(Ai Group-Australian Industry Group)도 이번 제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 경제단체는 노조와 기업협약 체결 여부를 정부 계약이나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고려하는 것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으며, 정부 조달의 공정성과 효율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