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랍스터와 캐비어는 고급 음식의 상징이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랍스터를 주문하려면 상당한 돈을 지불해야 하고, 철갑상어의 알로 만드는 최고급 캐비어는 아주 적은 양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언제나 지금처럼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랍스터가 너무 흔해 값싼 음식으로 소비됐고, 철갑상어 역시 한때 북미의 강에 매우 풍부해 그 알이 지금처럼 특별한 음식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 흔했기 때문에 그것이 언젠가 귀해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남획과 서식환경 변화 등으로 야생 철갑상어 자원이 크게 감소했고, 오늘날 많은 철갑상어 종은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캐비어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식 가운데 하나가 됐다. 랍스터의 역사와 현재 상황은 철갑상어와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공통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한 것은 그 가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줄어들기 시작한 뒤에야 우리는 뒤늦게 얼마나 귀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나는 토양을 연구하면서 가끔 비슷한 생각을 한다. 지금 우리에게 흙은 너무나 흔하다. 집 밖으로 나가면 땅이 있고 공원에도 흙이 있으며 농촌에 가면 끝없이 펼쳐진 토양을 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가까운 가든센터나 Bunnings 같은 곳에서 화분용 흙을 한 봉지 사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흙을 값싼 자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흙 한 줌을 보고 ‘이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potting mix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자연에서 형성된 건강한 토양은 같은 것이 아니다. 자연의 토양은 단순히 모래와 점토를 섞어놓은 물질이 아니다. 그 안에는 유기물과 영양분, 물과 공기가 있고 박테리아와 곰팡이, 작은 동물과 식물의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토양은 식량을 생산하고 물을 저장하고 정화하며 탄소를 저장하고 수많은 생물에게 살아갈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가 마트에서 흙 한 봉지를 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건강한 자연 토양까지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토양이 인간의 시간으로 빠르게 만들어지는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양이 형성되는 속도는 기후와 암석, 지형과 생물 등 여러 조건에 따라 크게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매우 느리다. 반면 우리는 토양을 훨씬 빠른 속도로 잃을 수 있다. 침식으로 표토가 사라지고, 오염물질이 축적되며, 염류화가 진행되고, 유기물이 감소하고, 도시개발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아래에 토양이 밀봉될 수 있다.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토양도 잘못 관리하면 인간의 한 세대 안에 크게 훼손될 수 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지금은 몇 달러짜리 흙 한 봉지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언젠가 건강한 토양 한 줌이 오늘날의 캐비어처럼 귀해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미래에 실제로 흙 한 줌이 몇백만 원에 거래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토양의 가격과 가치를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토양이 싸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토양이 제공하는 많은 기능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부가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면 그 토양은 농작물을 생산한다. 동시에 물을 저장하고 침식을 줄이며 탄소를 저장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농작물에는 가격을 매기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 자체의 기능에는 거의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
숲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과거에는 나무를 베어 목재로 만들었을 때의 가치가 가장 쉽게 보였지만, 이제는 숲이 저장하는 탄소와 생물다양성, 물과 생태계의 가치까지 함께 생각하기 시작했다.
토양 역시 언젠가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사회가 유지해야 할 중요한 자연자본으로 더 분명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기후가 변하면서 건강한 토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식량을 더 생산해야 하지만 농경지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고, 물 역시 제한되어 있다. 여기에 토양 침식과 오염, 염류화, 유기물 감소와 도시화가 계속된다면 문제는 단순히 ‘흙이 부족해진다’는 것이 아니다.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물을 받아들이며,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건강한 토양이 줄어드는 것이 진짜 문제다.
캐비어의 역사가 우리에게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갑상어가 넘쳐날 때는 그 알의 희소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자원이 줄어들자 사람들은 그것에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기 시작했다.
자연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 깨끗한 물도 충분할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숲도 넓게 남아 있을 때는 끝이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토양 역시 지금은 너무나 흔해 보여 우리가 쉽게 잃어도 되는 자원처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토양에는 캐비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캐비어를 먹지 않아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지만 토양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우리의 식량과 물,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토양이 희귀해진 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토양의 진짜 가치를 깨닫는 시점은 그것이 부족해진 다음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남아 있을 때여야 한다.
우리는 종종 가격이 비싼 것을 귀하게 여기고, 흔하고 값싼 것은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자연의 가치는 시장가격과 반드시 같지 않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흙 한 줌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랍스터와 캐비어가 귀해진 뒤에야 그 희소성을 깨달았던 것처럼, 토양도 잃어버린 뒤에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된다면 너무 늦다. 언젠가 흙 한 줌이 캐비어보다 비싸지는 세상을 걱정하기 전에, 지금 우리 발밑에 있을 때부터 그 흙을 캐비어보다 귀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필자 장호준은 시드니대학교에서 토양 변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동 대학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토양과학을 바탕으로 디지털 토양지도, 분광학, GIS,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첨단 연구를 이어가며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 연구와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토양 교육과 지역사회 봉사에도 깊은 애정을 쏟고 있으며, 다방면의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와 봉사 분야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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