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과정 논란
미국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여성 수감자 크리스타 파이크(Christa Pike)가 사형 집행 과정에서 독극물 주사 약물을 두 차례 투여받고도 숨지지 않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파이크는 현지시간 9월 30일 오전 10시 테네시주(Tennessee) 내슈빌(Nashville)의 최대 보안 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형 집행 직전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정이 연기됐으며, 이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해제하면서 몇 시간 뒤 사형 집행 절차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파이크의 법률대리인들은 사형 집행 약물이 투여된 뒤 한 시간이 넘도록 파이크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밝혔다.
테네시주는 이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올해 남은 기간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형 집행이 이뤄진 리버벤드 최대보안교도소(Riverbend Maximum Security Institution)에서는 집행 참관인들이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교도소 밖에서는 응급구조대가 목격됐으며, 응급 차량들이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형 집행실에서 상황을 지켜본 여러 참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가 본 것 중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이들은 사형 집행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길었다”고 설명했으며, 독극물 주사 약물이 투여되는 동안 여러 차례 사형 집행실의 커튼이 닫혔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상황 아니었다”
미국 AP통신(Associated Press) 한 기자는 여러 차례 사형 집행을 취재했지만 테네시주에서 사형 집행을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도소 밖에서 언론에 “파이크는 사형 집행이 시작될 당시 눈에 띄게 깨어 있는 상태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7시 46분 사형 집행실의 블라인드가 처음으로 닫혔고, 오후 7시 49분 다시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이크 입이 몇 차례 벌어졌고, 큰 소리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몇 차례 헐떡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오후 8시 6분 사형 집행실의 커튼이 마지막으로 닫혔으며, 오후 8시 53분께 언론 참관인들에게 현장을 떠나라는 안내가 있을 때까지 집행실 안에서 큰 소리로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기자는 당시 파이크가 분명히 살아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18세 때 저지른 살인
현재 50세인 파이크는 18세 때 저지른 살인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에서 함께 교육받던 19세 동료 학생 콜린 슬레머(Colleen Slemmer)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파이크는 당시 슬레머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빼앗으려 한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이크의 남자친구는 이 살인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슬레머의 가족은 테네시주 교정당국(Tennessee Department of Correction) 관계자들과 함께 교도소 밖에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슬레머의 가족과 교정당국 관계자 모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교도소 밖에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언론에는 현장을 한 시간 안에 떠나야 한다는 통보가 내려졌다.

변호인 긴급 중단 요구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사형 집행을 중단해 달라는 긴급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제출 문서에는 파이크에게 사형 집행 약물인 펜토바르비탈(pentobarbital)이 담긴 주사기 두 개가 투여됐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변호인들은 문서에서 “파이크는 의식을 잃지 않았으며 여전히 심장박동이 있고, 들릴 정도로 코를 골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에게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크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편지에 “나는 죽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걱정될 뿐”이라고 썼다. 그가 남긴 마지막 요청 가운데 하나는 사형 집행팀을 모두 여성으로 구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파이크는 평생 성적 학대와 폭력을 겪었으며, 마지막 순간에 남성들에게 붙잡혀 제압당하는 상황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파이크의 법률대리인들은 또 그의 혈관이 작고 다른 신체적 조건이 있어 독극물 주사 방식의 사형 집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해당 절차가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파이크의 변호인들은 이후 성명을 내고 테네시주가 “다시 한번 합법적인 사형 집행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들은 성명에서 “우리의 우려가 옳았다는 사실에 기뻐할 수는 없지만, 파이크가 제기했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혈관 확보가 어려웠고, 혈관이 손상됐으며, 펜토바르비탈의 상태가 저하됐고,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응급 의료 조치도 없었다”며 “이 모든 과정이 여전히 비밀에 싸인 집행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파이크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네시주 교정당국은 소속 직원들이 주정부가 정한 절차를 모두 따랐다고 밝혔다. 교정당국 대변인은 “해당 절차에 사용되는 독극물 주사 약물은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었으며, 집행 절차에는 이날 저녁 실시된 조치 외에 추가적인 절차를 허용하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테네시주 사형 집행 논란
테네시주 빌 리(Bill Lee) 주지사는 파이크가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2026년에 예정된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리 주지사는 이번 사형 집행 시도에 대해 “종합적인 제3자 검토”를 실시하도록 요구했다.
테네시주에서 올해 사형 집행 시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사형수 토니 캐러더스(Tony Carruthers)가 사형 집행팀이 정맥주사(IV) 라인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1년간 사형 집행을 유예받았다. 당시 집행팀은 한 시간 넘게 시도했지만 보조 정맥주사 라인이나 중심정맥관(central line)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캐러더스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사형 집행팀은 정맥주사 라인을 확보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의 몸을 12차례 이상 찔렀다.
독극물 주사 실패율 높아
사형제도정보센터(Death Penalty Information Center)에 따르면 사형 집행 방식 가운데 독극물 주사 방식은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방식이다. 이 기관은 2022년 연례 검토 보고서에서 당시 시도된 사형 집행 20건 가운데 35%가 “눈에 띄게 문제가 있었던” 집행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