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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 AI로 부당해고 청구 “비싼 변호사비 감당 못해” 승산 없는 청구 밀어붙여 고용주에게 비용 지급도

25/08/2026
in 사회
근로자들 AI로 부당해고 청구 “비싼 변호사비 감당 못해” 승산 없는 청구 밀어붙여 고용주에게 비용 지급도

호주 근로자들이 법률대리 비용 때문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부당해고 청구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geralt

호주 근로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법률대리 비용 때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당해고 청구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주공정근로위원회(FWC-Fair Work Commission)는 AI를 활용해 작성된 청구가 잇따라 접수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요건을 도입한다.

AI로 호주공정근로위원회 업무량 급증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늘면서 호주공정근로위원회의 업무량은 지난 3년간 70% 증가했다.

호주공정근로위원회 아담 해처(Adam Hatcher) 위원장은 월요일 공개한 연구 결과에서 조사 대상 신청인의 40%가 자신의 사건을 준비하거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이 신청인들이 접근할 수 없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받지 못했던 법률 자문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이 인터뷰한 신청인들에 따르면 고용 관련 사건에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비용은 예상되는 결과의 가치에 비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고서는 “인터뷰 대상자들 사이에서 법률대리 비용으로 대부분 $7,500~$11,000를 제시받았으며, 일반적으로 $3,500~$10,000 수준에서 합의됐다”고 밝혔다.

한 신청인은 “나는 이미 일을 하고 있지 않았고, 저축도 많지 않았는데, 여기서 변호사 비용으로 잠재적으로 $30,000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건 불가능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시간당 $700를 청구받았는데 나는 일주일에 $700도 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터뷰 대상자는 “AI를 사용하기로 한 이유는 고용법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찾는 데도 시간을 들였지만, $10,000를 지불하라고 하지 않는 변호사를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공정근로위원회는 AI를 활용해 작성된 청구가 잇따라 접수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요건을 도입한다. 사진: advogadoaguilar

AI가 청구 늘려

보고서는 AI가 청구 증가에 기여한 이유로 여러 요인을 제시했다.

우선 부당해고 청구 자격이 없는 신청인들을 일반보호(general protections) 관할로 안내하면서 더 많은 청구가 접수되도록 했다. 또한 과거 일부 신청인들이 절차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행정적·인지적·감정적 장벽을 낮췄다.

AI가 절차 진행 과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사건 전망을 평가하면서 신청 여부를 결정할 때 발생하는 불확실성도 줄였다. 이에 따라 신청인들이 실제로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 사용 양상이 하나의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쪽 끝에는 ‘AI 의존형(AI-dependent)’ 사용자가 있으며, 이들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편에는 ‘AI 보조형(AI-assisted)’ 사용자가 있었으며, 이들은 다른 자료나 출처를 활용해 AI가 제공한 정보를 확인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신청인이 생성형 AI 의존형에 가까울수록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를 갖고 있거나, 합의를 거부하고, 집중적인 사건 관리가 필요하며, 타당성이 낮은 청구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위험은 생성형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승산 없는 청구

AI를 활용한 청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실제로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승산 없는 부당해고 청구를 계속 진행한 근로자에게 FWC가 전 고용주에 비용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사례도 나왔다.

FWC는 지난주 전 알디(Aldi) 근로자 사드난 칸(Sadnan Khan)에게 비용 지급을 명령했다. 칸이 자신의 AI 활용 부당해고 청구가 ‘구제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어 ‘실패가 확실한(doomed)’ 사건이라는 위원회의 경고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칸은 올해 3월 26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는 부당해고 청구에 필요한 최소 6개월의 고용 기간을 채우기 불과 3일 전이었다.

인공지능 사용이 늘면서 호주공정근로위원회의 업무량은 지난 3년간 70% 증가했다. 사진: Mohamed_hassan

고용주에게 $1,230의 비용 지급

FWC는 칸이 AI를 이용해 작성한 자료가 해고 통보일인 3월 26일이 아니라 ‘서로 다르고 관련 없는 날짜’인 4월 2일에 초점을 맞췄다고 판단했다. 4월 2일은 일주일의 통지기간이 끝나 실제 해고 효력이 발생한 날이었다. 그러나 호주공정근로법(Fair Work Act)에 따른 정확한 해고일은 해고 통보가 전달된 3월 26일이었다.

마이클 이스턴(Michael Easton) FWC 부위원장은 칸의 사건이 ‘승산이 없다(hopeless)’고 판단한 뒤 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왜 사건의 성공 가능성이 낮은지, 계속 진행할 경우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는지를 쉬운 영어로 설명했다. 그러나 칸은 AI로 작성한 이메일을 다시 보냈고, 여기에서도 잘못된 해고 효력 발생일을 다뤘다. 앞서 제출했던 ‘동일하고 무관한 AI 생성 주장’도 반복했다. FWC가 추가로 이메일을 보냈음에도 칸은 청구를 계속했다. 결국 사건이 심리 절차에 들어가자 그제야 청구를 취하했고, 알디에 $1,230의 비용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신청자 책임 강조

이스턴 부위원장은 AI가 적절하게 사용될 경우 소송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는 문서 작성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청구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제대로 판단하고 위원회가 제기한 우려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칸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비용 지급 명령을 내리는 것은 칸을 비롯해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신청자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브(Swaab) 법무법인의 파트너인 마이클 번스(Michael Byrnes)는 “법원과 재판소, 특히 호주공정근로위원회(FWC)에서 AI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비합리적으로 사용한 당사자에게 비용 지급을 명령함으로써 “마침내 호주공정근로위원회(FWC)가 이빨을 드러낸 것을 보게 돼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번스 변호사는 “AI의 잠재력에 대한 온갖 과장된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발 단계의 AI는 명확한 지침을 얻기를 기대하는 무방비 상태의 직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대하고 부실한 자료를 여전히 빈번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몇 차례의 사건에서 호주공정근로위원회(FWC)는 인내심이 시험받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AI 사용이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당사자를 비판하고 불이익을 줄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기업들 권한 요구

호주산업그룹(Ai Group-Australian Industry Group)의 이네스 윌록스(Innes Willox)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이 “AI를 이용해 개발되고 제기된 승산 없는 청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용주와 위원회 양쪽의 자원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이제는 놀라울 정도로 흔한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윌록스 CEO는 정부가 FWC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소송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합리적이지만 “솔직히 말해 미미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명백하게 근거가 없는 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기각할 수 있도록 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오용해 고용주가 자원을 낭비하게 만든 신청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비용 지급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스 변호사는 이스턴 부위원장의 이번 결정은 환영할 만하지만, “AI를 이용한 당사자가 부당해고 사건에서 패소했다고 해서 비용 지급 명령이 정기적으로 내려질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단순 패소는 아니다

번스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비용 지급 명령이 내려진 이유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직원이 청구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부인할 수 없었고, 부위원장이 이를 직원에게 알렸으며, 사건을 계속 진행할 경우 비용 지급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까지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칸은 FWC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AI가 생성한 지침과 서면에 의존해 사건을 계속 진행했다.

번스 변호사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비용 지급 명령이 내려진 것이라며, 단순히 AI를 사용했다가 부당해고 사건에서 패소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승산 없는 부당해고 청구를 계속 진행한 근로자에게 FWC가 전 고용주에 비용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사례도 나왔다. 사진: succo

10월부터 새 요건

한편 아담 해처 FWC 위원장은 FWC 절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세 가지 기본 요건을 담은 새로운 AI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새 지침은 올해 10월 20일부터 시행된다.

-첫 번째 요건은 신청인이 AI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AI를 사용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도 명시해야 한다.

-두 번째 요건은 FWC에 제출하는 문서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신청인은 문서에 언급된 모든 사실과 증거가 실제로 존재하며 정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문서에서 인용한 판례, 법률, 교과서 및 논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해당 자료가 신청인이 주장하는 법적 입장을 뒷받침하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문서에 포함된 모든 발췌문이나 인용문 역시 정확한지, 실제로 해당 인용문이 출처로 표시된 자료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전문 법률대리인은 문서에서 언급한 모든 판례에 하이퍼링크를 포함해야 한다. 변호사 등 대리인 없이 직접 사건을 진행하는 당사자에게도 같은 방식이 권고된다.

-세 번째 요건은 해당 문서가 신청인의 증인진술서(witness statement) 또는 선언서(declaration)인 경우 적용된다. 신청인은 해당 문서를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 자신의 직접적인 지식에 근거한 내용인지, 자신의 말로 작성됐는지,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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