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가장 다문화적인 지역 가운데 하나인 스트라스필드 카운슬(Strathfield Council)이 지역 상점 간판에 영어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드니에서 다문화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일부 시장들은 서부 시드니의 한 카운슬이 지역 사업체의 상점 전면 간판에 영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한 결정에 지지를 표명했다. 다만 실제로 이 같은 정책을 카운슬이 어떻게 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스트라스필드 카운슬 관할 지역은 주민의 70% 이상이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
이 카운슬은 지난달 말 열린 정례회의에서 지역 사업주들이 상점 간판에 영어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이후 리버풀 시장 네드 마눈(Ned Mannoun)과 페어필드 시장 프랭크 카본(Frank Carbone)은 원칙적으로 이 동의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영어 함께 표기
전 시드니 한인회장이자 자유당 소속 오혜영(Esther Kim) 시의원이 발의한 이 동의안은 지역 내 사업체들이 “상점 전면 간판이나 광고에 영어 이외의 언어가 포함되는 경우, 영어도 명확하고 눈에 띄게 함께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페어필드 시장 프랭크 카본은 이 방안이 “나쁜 생각은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방 카운슬에는 이러한 정책을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말했다.
카본 시장은 “지역 사업체라면 궁극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기를 원할 것이며, 고객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다양한 배경에서 온다”며 “하지만 사실 호주의 국가 언어는 영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민자들이 이곳에 와서 삶을 꾸리고, 기여하며, 또한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 문화의 일부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주 부담 우려
카본 시장은 “사업체가 본연의 영업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을 크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판을 변경하는 데 비용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들이 느낄 수 있는 부담과 불만도 인정했다.
그는 “결국 우리는 주민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시키고 싶지는 않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상식적인 사업주라면, 특히 130개가 넘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페어필드와 같은 곳에서는 단 하나의 커뮤니티에만 호소하는 것이 스스로 영업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판을 전적으로 관할하는 권한이 카운슬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정부가 나서야
리버풀 시장 네드 마눈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가 관련 법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마눈 시장은 “일관성이 중요하며, 주정부가 이 문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기 위한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간단하게 처리돼야 한다”며 “기획부 장관이 펜을 들어 ‘네, 죄송합니다. 이것은 누락된 부분입니다. 모든 간판은 두 언어, 즉 영어와 여러분이 원하는 다른 언어로 표시하면 됩니다’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대 표결도 나와
이번 동의안은 스트라스필드 시장 벤저민 카이(Benjamin Cai)와 노동당 소속 시의원 로리 노스워시(Rory Nosworthy)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통과됐다.
노스워시 의원은 화요일 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지역구 주민 가운데 이전에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 역시 영어 사용자로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역에 살면서 이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며 “회의 이후 타운센터들을 직접 돌아다니며 다시 확인해봤는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대부분의 간판은 이미 영어로 번역돼 있다”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문제”
노스워시 의원은 “내가 보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들의 불만도 접수된 적이 없고, 내 관점에서는 이 문제가 갑자기 어디선가 나온 것”이라며 “그 논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어는 사회 통합 요소
호주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에 따르면 영어는 “호주 사회를 하나로 결속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지방정부청(Office of Local Government) 대변인은 지방 카운슬이 지역 정책을 마련할 때 해당 지역 공동체의 필요와 의견을 고려하기에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방정부법(Local Government Act)은 카운슬에 간판에 표시되는 내용 자체를 규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