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인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가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총리가 호주를 방문했을 당시 선물한 ‘멜론’을 두고 한 발언이 여성의 신체를 빗댄 저속한 농담이었다는 논란을 부인했다.
그러나 전 주호주 일본대사인 야마가미 신고(Shingo Yamagami)는 이 발언이 “모욕적(insulting)”이었으며 일본 내에서 알바니즈 총리의 위상을 훼손했다고 경고했다. 야마가미 전 대사는 호주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호주 방문 당시 알바니즈 총리가 일본 총리로부터 받은 크라운 멜론(crown melon)에 대해 한 발언이 경솔하고 전략적 판단력이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 측과 국내 정치적 반대 세력으로부터 자신의 신체와 성별을 겨냥한 비하 발언에 익숙한 상황이지만, “일본의 특별 전략적 파트너로 신뢰해 온 국가의 지도자로부터 이렇게 가볍게 조롱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론 발언 논란
알바니즈 총리는 팟캐스터 니키 오스본(Nikki Osborne)과의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가져온 선물을 언급하면서 가슴 앞에서 손짓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으레 그렇듯이 멜론 두 개를 가져왔죠. 아주 멋진 멜론이었습니다.(She brought two, as you do … and they’re beautiful.)” 진행자는 배우 파멜라 앤더슨(Pamela Anderson)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알바니즈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가 가져온 선물에 대해 “멜론 두 개(a couple of melons)”라고 표현하면서 가슴 앞에서 손짓을 했다. 이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의 신체를 암시한 것으로 널리 해석됐다. 그러나 알바니즈 총리의 대변인은 이러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 이를 부인했다.
첫 공식 반박
알바니즈 총리는 같은 인터뷰에서 호주 가수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를 말하며 “성관계(shag)”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사과했다. 하지만 ‘멜론’ 발언과 관련한 총리 대변인의 이번 설명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나온 첫 공식 대응이다.
야마가미 전 대사는 이 발언을 일본에서 쉽게 잊히지 않을 ‘외교적 실언’이라고 규정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아무리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해도, 앤소니 알바니즈 총리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두고 한 이번 발언은 호주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일본인들에게 알바니즈 총리를 기억하는 한 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전략 판단 비판
2020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캔버라(Canberra)에서 주호주 일본대사를 지낸 야마가미 전 대사는 은퇴한 외교관이자 전 일본 정보기관 수장이다.
그는 호주와 일본 관계의 기반은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알바니즈 총리의 발언으로 양국 관계 자체가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의 공격적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번 발언은 ‘전략적 사고의 빈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호주, 일본, 미국, 인도가 참여하는 전략적 협의체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의 공세에 공동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언급했다.
야마가미 전 대사는 “지금은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저속한 농담을 할 때가 아니라 함께 힘을 쏟아야 할 때다.” 라며, 알바니즈 총리에게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총리께서는 여성의 신체를 떠올리지 말고 일본의 달콤하고 즙이 풍부한 멜론을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대신 우리 두 나라가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최고급 선물 무시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되기 전 비공식 조언자 역할을 했던 야마가미 전 대사는 알바니즈의 모욕적인 농담이 선물의 의미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 크라운 멜론이 갖는 상징성과 가치를 강조했다. “크라운 멜론은 일본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과일이며 특별한 것으로 소중히 여겨진다. 더욱이 이번에 선물된 멜론은 특별한 온실에서 집중적인 관리를 받으며 정성스럽게 재배된 것이다. 멜론 한 개의 가격은 3만 엔($270)이 넘는다.”
일본 언론인도 비판
일본 언론인 이케다 와카(Waka Ikeda)도 알바니즈 총리의 발언이 다카이치 총리의 존엄성을 훼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한 여성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을 이끌고 베이징의 위협에 맞설 수 있지만, 그럼에도 동맹국의 총리에 의해 팟캐스트에서 결국 ‘멜론 두 개’로 축소될 수 있다.” 이어 그는 이번 농담과 그 이후 이어진 침묵을 모두 비판했다. “그 농담은 알바니즈 총리의 품격에도, 일본의 오랜 동맹이자 친구인 호주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 뒤를 이은 침묵은 누구에게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