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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정 출산 목적 입국 비자 금지 선언..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 제한 재추진

10/08/2026
in 정치
미국, 원정 출산 목적 입국 비자 금지 선언..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 제한 재추진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원정 출산'을 금지하고 출생시민권을 제한하기 위한 두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진: cytis

미국 원정 출산 금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원정 출산(birth tourism)’을 금지하고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제한하기 위한 두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이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시도에 대해 제동을 건 이후, 보다 범위를 좁힌 새로운 방식으로 출생시민권 제도를 제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출생시민권 제한은 공화당(Republican Party)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강경 이민정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백악관(White House)은 특히 임신한 외국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를 출산해 미국 시민권을 얻게 하는 이른바 ‘출산 원정’을 주요 문제로 지목해 왔다.

대법원 우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기존 출생시민권 제한 시도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린 뒤 의회(Congress)의 입법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의회의 입법을 기다리는 대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을 정할 수 있지만, 법률과는 달리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 제정되는 법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새 지침이 연방대법원의 기존 판결이 정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정 출산’을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출생시민권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시민권 대상에서 제외되는 범주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밝힌 출생시민권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시점부터 ‘출산 원정’이라는 관행은 금지된다”며 “이는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이 같은 사기성 목적을 위해 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외국 정부 직원의 자녀와 ‘적국 외국인(alien enemies)’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자녀가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의회가 미국령(US territories)에서 자동 시민권을 종료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정할 경우, 미국령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과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관련 입법은 모두 추가적인 법적 소송과 법원 판단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해석 공방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과 관련한 연방대법원의 6대 3 판결을 언급하며 “출생시민권과 관련해 연방대법원에서 매우 불행한 결정이 나왔다”며 “표결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매우, 매우 불행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이것을 중심으로 사업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원래 의도된 방식이 아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람들이 돈으로 미국에 들어올 길을 사고 있고,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5년 첫 임기 취임 첫날에도 강경 이민정책의 하나로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행정명령은 부모 중 어느 한 명도 미국 시민이거나 합법적 영주권자, 이른바 ‘그린카드(green card)’ 소지자가 아닐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을 연방정부 기관이 인정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나 일시적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의 자녀는 출생만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이민연구센터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1년 동안 약 2만-2만5000명의 산모가 출산 원정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사진: GabrielDouglas

수정헌법 쟁점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14th Amendment)는 오랫동안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대표적인 예외는 외국 외교관의 자녀나 미국을 점령한 적국 군대의 구성원 자녀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목요일 백악관에서 “이 제도는 다른 이유 때문에 만들어졌다”며 “남북전쟁(Civil War) 직후 노예의 자녀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에 아이를 낳아 자녀에게 시민권을 얻게 할 명확한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이 얼마나 되는지, 또 이들이 미국 납세자에게 어느 정도의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집계한 공식 통계는 없다. 이민 규모 축소를 지지하는 미국 이민연구센터(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는 지난 2020년 발표한 추정치에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1년 동안 약 2만-2만5000명의 산모가 출산 원정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36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과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관련 입법은 모두 추가적인 법적 소송과 법원 판단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Ildigo

시민권 원칙

한편 존 로버츠(John Roberts) 미국 연방대법원장(Chief Justice)은 연방대법원 판결문에서 헌법 수정 제14조를 만든 이들이 미국 땅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이라는 약속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지금도 권리를 가질 권리이며, 우리의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우리는 오늘도 그 약속을 지킨다”고 판시했다. 시민권 조항(Citizenship Clause)으로 불리는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의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미국 시민으로 귀화하고,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자신이 거주하는 주(State)의 시민이다.”

현재 미국에는 원정 출산을 명시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2020년 시행된 연방 규정은 신생아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경우 임시 관광비자나 사업비자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원정 출산과 관련된 계획이나 사기 행위에 관여한 사람은 사기 또는 기타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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