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공간 논란
여성 전용 폴댄스 스튜디오가 자신을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밝힌 신청자의 회원 가입을 거부했다가 3만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서, 호주에서 여성 전용 공간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여성 전용 앱 ‘기글(Giggle)’ 창업자인 샐 그로버(Sall Grover)가 트랜스젠더 여성 록산 티클(Roxanne Tickle)을 차별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연방법원 사건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여성으로 태어난 레즈비언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성차별금지법 적용 예외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한 레즈비언 액션 그룹(Lesbian Action Group)과 호주인권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간 법적 분쟁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사건 경위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Gold Coast) 헬렌스베일(Helensvale)과 쿠메라(Coomera)에서 여성 전용 폴댄스 스튜디오 ‘퀸즈 오브 폴(Queens of Pole)’을 운영하는 노메스 위트니(Nomes Witney)는 지난 2월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중 한 신청자가 스튜디오 무료 체험 수업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당시 수업은 다른 직원이 진행했으며, 해당 스튜디오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성 전용 환경(female-only environment)’을 제공한다고 명확히 안내하고 있었다.
노메스 위트니는 “직원이 전화를 걸어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신청자가 수업 도중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밝혔다”며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전용 수업에 참석하면서 수업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업에 참석했던 어머니와 성인이 된 딸 등 다른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위트니는 “참가자들이 반바지를 최대한 길게 내려 입으려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며 “무료 체험 수업 후 회원으로 등록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인데, 그날 수업 참가자들은 이후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료체험 후 가입 거부
위트니에 따르면 해당 신청자는 3월 회원 정보를 모두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을 신청했고, 성별은 여성으로 기재했다. 트랜스젠더임을 알게된 후 위트니는 이메일을 보내 “현재로서는 트랜스젠더 회원을 받을 수 없다”며 가입을 거부했다고 밝혔고, 이틀 뒤인 3월 12일 신청자는 퀸즐랜드 인권위원회(Queensland Human Rights Commission)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위트니는 이 사실을 한 달 이상 지난 4월 22일에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는 양측의 조정을 시도했으며, 지난 7월 13일 오후 1시 조정회의를 하루 앞두고 신청자가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서를 위트니 측에 전달했다. 조정회의는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법적 공방
위트니는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난 9년 동안 트랜스젠더가 수업에 참석하거나 회원 가입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퀸즈 오브 폴은 해당 지역에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유일한 폴댄스 스튜디오이며, 인근 다른 스튜디오들은 ‘모든 성별(all genders)’을 대상으로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주 진행된 조정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사건은 퀸즐랜드 민사행정심판소(Queensland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로 넘어가게 됐다.
위트니는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전용 수업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고객과 직원들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회원 가입을 허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운영자 입장
위트니는 “직원들과 충분히 논의했다”며 “나 역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직원과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자원과 환경이 있는가’를 함께 논의했지만, 결국 기존과 같은 수준의 수업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 회원은 14세 소녀부터 60대 후반 여성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과 함께 운동하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전용 공간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남성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고 성별 이념에 대한 적대감도 아니다. 단지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업 중 옷이 흘러내리거나 의상이 노출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는데 생물학적 남성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 원치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사람이 여성으로 정체성을 갖고 있더라도 전체 분위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신청자 입장
조정 과정에서는 신청자가 미국 시민권자로 호주에 입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며,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신원이 공개되지 않도록 신원공개 금지명령을 신청한 사실도 알려졌다. 신청자를 대리하는 세금 지원 커뮤니티 법률센터인 베이식 라이츠 퀸즐랜드(Basic Rights Queensland)는 “의뢰인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원공개 금지명령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본안 신청이 해결되기 전까지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 달라”며 “법원의 신청이나 명령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어 “보도가 이뤄질 경우에도 의뢰인의 이름이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식 라이츠 퀸즐랜드(Basic Rights Queensland)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뢰인의 72%가 여성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여성권리와 법률 쟁점
퀸즐랜드 인권위원회(Queensland Human Rights Commission)는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의 성별 기반 권리와 트랜스젠더 권리 사이의 충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위원회 커미셔너 데비 플라츠(Debbie Platz)는 “퀸즐랜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성별,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또는 성 특성과 관계없이 동등한 대우와 안전,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퀸즐랜드 차별금지법(Anti-Discrimination Act)은 재화와 서비스 제공, 숙박, 교육, 고용 과정에서 성별이나 성 정체성, 성 특성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성 정체성을 이유로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은 법에서 인정하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한 불법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호 대상 특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허용되는 일부 예외도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가정폭력 피해 여성만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차별금지법에서는 ‘여성(women)’이나 ‘성(sex)’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 않다”며 “법률상 성(sex)에는 자신을 해당 성별로 인식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