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만족도 악화
호주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다고 답한 사람이 지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세 이상 인구 약 220만 명이 이른바 ‘웰빙 빈곤(wellbeing poverty)’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생활비 부담과 경제적 불안이 국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Guardian Australia)가 호주통계청(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의 일반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를 분석한 결과, 2025년 기준 15세 이상 호주인 가운데 9.7%가 자신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10점 만점에 4점 이하로 평가했다. 이는 약 10명 가운데 1명꼴에 해당한다. 반면 2014년에는 삶의 만족도를 4점 이하로 평가한 비율이 4.8%로 약 20명 가운데 1명 수준이었다. 10년 만에 매우 낮은 삶의 만족도를 보이는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현재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사람은 약 22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웰빙 빈곤(wellbeing poverty)’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삶에 대한 불만족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시점은 2020년 코비드19(COVID-19) 봉쇄 기간이었다. 이후 봉쇄가 끝난 뒤에도 급격한 생활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낮은 삶의 만족도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웨스트팩(Westpac)의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 등 다른 조사 결과와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해당 지수 역시 코비드19 충격에서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약 50년 만의 최저 수준 부근에 머물고 있다.

공동체 신뢰
조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낮은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소외감과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며 다문화주의에 대한 지지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극우 및 포퓰리즘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가 확대되는 현상과도 일정 부분 맞물리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원네이션(One Nation) 대표인 폴린 핸슨(Pauline Hanson)이 ‘단일문화 사회(monocultural society)’를 주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답한 비율이 6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호주 전체 평균인 80%보다 크게 낮았으며,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집단에서는 약 90%에 달하는 것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웰빙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 가운데 자신이 지역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느끼는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호주인의 평균은 32%였으며, 삶의 만족도를 9점 이상으로 평가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이 비율이 46%까지 높아졌다.
경제 부담
물가를 반영해 조정한 가구당 실질 가처분소득으로 측정한 호주의 국민 생활수준은 2020년 중반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저성장과 높은 물가가 동시에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환경 속에서 호주 경제가 다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기침체(per capita 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AMP(AMP Limite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는 전기요금과 보험료, 의료비 등 필수생활비가 크게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 신뢰는 경기침체 수준에서 만성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는 앞선 연구를 인용해 지난 10년 동안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저소득 근로자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셰인 올리버(Shane Oliver)는 행복경제학 관련 연구들을 보면 일정한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물질적 부가 반드시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삶의 만족도가 크게 하락한 이유는 기대했던 삶을 이루지 못하고 희망이 좌절된 데 있으며, 그 핵심 원인은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주택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면 현재 상황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결속 유지
사회통합을 연구하는 독립기관인 스캔론재단연구소(Scanlon Foundation Research Institute)의 최고경영자 앤시아 핸콕스(Anthea Hancocks)는 경제적 여건이 사회적 결속감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 상황은 사람들의 자존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회적 결속감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고, 사회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느끼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사회 제도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거나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가 사람들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는 데도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희망의 요소
경제적 어려움과 삶에 대한 불만족이 커지고 있지만 호주의 사회적 결속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스캔론재단연구소의 사회통합지수(Social Cohesion Index)는 최근 3년 동안 7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1년에 기록했던 최근 최고치인 92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앤시아 핸콕스(Anthea Hancocks)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웃과 지역사회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렵든 풍요롭든 상관없이 사회적 결속력이 높은 지역사회에 살면 행복 수준이 두 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이러한 공동체의 결속력에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사회가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며 “호주인이라는 자부심을 키우고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는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 사람들이 ‘누군가 자신을 지지해주고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근본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