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관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행정부가 호주산 제품에 대한 새로운 12.5%의 수입관세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던 10% 관세는 종료되고, 더 높은 12.5%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는 24일(미국 현지시간) 강제노동(forced labour) 문제에 대한 무역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호주를 포함한 전 세계 60개 무역 상대국에 대해 10-12.5%의 새로운 수입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발표된 문서에 따르면 호주산 수입품에는 12.5%의 관세가 적용된다. 관세는 25일 오전 12시 1분(미국 현지시간)부터 발효되며, 호주 동부표준시(AEST) 기준으로는 25일 오후 2시 1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기존에 적용되던 한시적 10% 관세가 종료되는 시점과 동시에 시행된다.
60개국 대상
호주뿐 아니라 수십 개 국가도 이번 새로운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영국(United Kingdom), 캐나다(Canada), 멕시코(Mexico), 인도(India) 등 일부 국가는 강제노동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은 10%의 관세만 적용받는다.
미국은 강제노동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아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의 도덕적 설득만으로는 세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거의 100년 동안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 왔으며 이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무역 상대국들도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엇갈린 해석
미국 정부는 이번 관세가 강제노동과 현대판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권 조치이자 무역 왜곡 행위(distortional trade practices)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권보다 관세 유지가 목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US Supreme Court)이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무효화한 이후, 행정부가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강제노동 조사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장 마이클 프로먼(Michael Froman)은 최근 “행정부는 여러 건의 조사 결과를 활용해 결국 이전 관세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관세 체계를 다시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백악관(White House) 고위 관계자들도 미국 언론 CNN에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 때문에 자신의 무역정책 목표가 좌절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하나의 수단이 제한되더라도 다른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세는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 제301조(Section 301)를 근거로 부과되며, 이는 과거에도 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는 권한이다. 반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행사에서 발표했던 상호관세는 대통령의 비상권한(emergency presidential powers)을 근거로 했고, 이후 미국 대법원이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해 무효화했다.

호주 정부 공식 요청
호주 정부는 이번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주는 이달 초 미국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예고된 관세안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관세는 전통적으로 긴밀했던 양국 관계에서 민감한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자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강제노동 대응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영국처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Trafficking in Persons Report)’에서도 호주가 지속적으로 최고 등급을 받아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호주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했고, 지난해에는 백악관에서 핵심광물 협력 프레임워크(Critical Minerals Framework)를 체결하는 등 양국이 무역 분야에서 건설적으로 협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주-미국 자유무역협정(AUSFTA-Australia-United States Free Trade Agreement)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는 제출한 의견서에서 “양국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호주는 이번 조치는 물론 어떠한 형태의 관세 대상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조사 배경
미국은 올해 3월부터 글로벌 공급망의 강제노동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 대법원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관세 상당수를 무효화한 직후 이뤄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 당국은 이러한 조사들이 기존 관세를 대체하기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새로운 관세는 기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가 인권 침해와 무역 왜곡 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관세를 통해 해외 기업보다 미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미국 내 고용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외국 정상들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관세 부과 위협을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반도체 등 예외 품목
이번 관세에는 일부 예외도 적용된다. 알루미늄·철강·구리 제품과 알루미늄 및 철강 파생제품, 일부 자동차, 반도체와 기타 일부 품목은 일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부 국가는 국가별 추가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호주에는 별도의 예외가 적용되지 않았다. 한편 미국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호주산 제품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제도에 따라 10%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었다. 이후 대법원 판결 뒤에는 대부분 국가 수입품에 대해 임시 10%의 글로벌 관세(global tariff)가 적용되면서 호주산 제품 역시 사실상 같은 수준의 관세가 유지됐다. 하지만 이 임시 관세는 미국 의회의 표결 없이 법적으로 계속 유지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새로운 12.5% 관세로 대체되게 됐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