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네이션당 대표 폴린 핸슨(Pauline Hanson) 상원의원이 첫 전국기자클럽 연설에서 다문화주의 폐기와 일부 이슬람권 국가 출신 이민 제한, 이른바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 대응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노동당과 야당 연합을 향한 전면전에 나섰다.
핸슨 의원은 정부 지출 대폭 삭감과 인공지능(AI) 규제 강화, 세제 및 산업관계 제도 개편 등을 약속하며 “호주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치권에 지쳤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즉각 노동당과 녹색당, 지역 외교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첫 기자회견
핸슨 의원은 30년 정치 경력 중 처음으로 호주전국기자클럽(NPC-National Press Club) 연단에 올라 “원네이션당(One Nation)의 지지율 상승은 국민들이 무시당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비자 발급 규모를 대폭 줄이고 “국가 정체성과 호주적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이민 정책 구상을 제시했다.
핸슨 의원은 “실패한 다문화주의 정책 아래에서는 모든 문화가 호주 문화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이에 반대하는 것이 인종차별이 아니라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주는 다문화 사회가 될 수 없다”며 “우리는 다인종 사회일 수는 있지만 단일문화 사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공약
핸슨 의원은 인공지능 규제 강화와 세제 개편, 산업관계 제도 개혁을 비롯해 호주특별방송서비스(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폐지, 대도시 지역의 호주방송공사(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공적 지원 중단을 공약했다. 또한 보육 부문 지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예산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해외 원조를 중단하고, 해당 예산을 호주 내 노숙인 지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 개편
전날 야당 연합 재무담당 대변인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이 원네이션당이 호주 경제를 개선할 “신뢰할 만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가운데, 핸슨 의원은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해 세제 개편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핸슨 의원은 과거 제시했던 소득세 단일세율 25% 도입 공약을 재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학생과 연금 수급자가 복지 혜택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 총선 전까지 모든 호주인을 위한 세제를 제시하겠다”며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 감면을 확대해야 하며, 초과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삭감을 강조하면서도 국가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 개혁안에 대해서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수막 논란
핸슨 의원은 연설에서 자신이 ‘분열적인 웰컴 투 컨트리(Welcome to Country)’를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행사장에서는 시민단체 겟업(GetUp!)이 설치한 현수막이 펼쳐지면서 연설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호주전국기자클럽 최고경영자 모리스 라일리(Maurice Reilly)는 해당 현수막이 “제3자에 의해 설치됐으며 겟업이 책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현재 호주연방경찰(AFP-Australian Federal Police)이 조사 중이다.
라일리 CEO는 겟업 측 참석자가 전직 언론인 데이비드 샤라즈(David Sharaz)였으며, 그는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한 뒤 현수막이 내려가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지지율 상승
핸슨 의원은 자신이 1996년 처음 의회에 입성한 이후 정치적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인들이 이제 눈을 뜨기 시작했다”며 “유권자들은 내가 정치 기득권층의 일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호주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해 나를 지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국가적 비극이자 수치”라며 “그 결과 건전한 공론장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개편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노동조합들이 원네이션당의 산업관계 정책에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핸슨 의원은 현재의 노동법 체계가 기업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관계 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직원들을 해고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직원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일하지 않고, 출근하지 않으며 게으르다고 호소한다. 기업들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계 비판
외교부 장관 페니 웡(Penny Wong)은 핸슨 의원의 연설에 대해 “분열과 분노만 제시할 뿐 해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 연합 소속 제임스 맥그래스(James McGrath) 상원의원도 “불평과 불만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 외교부 장관 저스틴 트카첸코(Justin Tkatchenko)는 핸슨 의원이 자국의 부패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허위이자 명예훼손적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핸슨 의원을 두고 “폐허 속에서 다시 등장한 또 다른 트럼프”라고 비난했다.
녹색당 대표 라리사 워터스(Larissa Waters)는 이번 연설을 “일관성 없는 증오 발언”이라고 규정하며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이슬람 혐오와 트랜스젠더 혐오, 인종차별, 화석연료 옹호 외에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랜스 논쟁
핸슨 의원은 야당 연합이 사회적 논쟁 이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인류를 재정의하려는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랜스젠더 이데올로기가 호주의 규제기관 전반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며 성차별위원장(Sex Discrimination Commissioner) 안나 코디(Anna Cody)와 호주인권위원회(AHRC-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 위원장 휴 드 크레처(Hugh de Kretser)를 해임하겠다고 말했다.
핸슨 의원은 “트랜스젠더 개인에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성 스포츠와 여성 탈의실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랜스젠더 운동은 사회 전반에 걸친 전투적 세력이며 반드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호주인들은 일상생활에 바빠 알지 못하지만, 수많은 정부 기관을 통해 이 운동은 급진적 이슬람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 있으며 인류와 생물학을 재정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당은 이 문제에 맞설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노동당은 이미 이들과 한편”이라고 말했다.
이민 규제
핸슨 의원은 서구 문명과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슬람 극단주의 설교자들을 “사회적 암”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급진적 이슬람과 같은 극단주의가 만연한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을 제한하는 것이 나의 정책”이라며 “본다이(Bondi) 흉기 난동 사건과 이슬람국가(ISIS-Islamic State) 조직원 출신 여성들의 귀환 문제 이후, 이것이 대다수 호주인들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호주의 가치와 생활방식에 부합하지 않는 급진적 이슬람의 증오와 폭력성을 주저 없이 비판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한다면 급진적 이슬람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에는 급진적 이슬람이 설 자리가 없으며 원네이션당과 나는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