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브리징비자(Bridging Visa)를 소지한 이민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이민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시스템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호주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와 호주통계청(ABS-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이 발표한 임시비자 보유자 통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31일 기준 브리징비자 소지자는 총 43만2,300명으로 집계됐다. 임시 체류 비자인 브리징비자 소지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4월 기준 브리징비자 소지자는 41만9,682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범죄자 비자취소
지난 1월 아동 성범죄, 납치, 살인, 국가안보 위협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 2,000명 이상이 최근 2년간 체류 자격을 박탈당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정보공개법(FOI-Freedom of Information) 요청을 통해 공개된 호주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총 2,011명의 이민자가 비자 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마약 관련 범죄로 409건에 달했으며, 폭행은 264건, 아동 성폭행은 219건으로 집계됐다.

추방집행 부진
지난 4월에는 호주내무부가 지난해 5,100명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음에도 실제 추방된 인원은 1,502명에 불과하다고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현재 약 7만7,700명이 불법 체류 상태로 호주에 머물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만5,000명은 10년 이상 비자 없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가 취소된 인원과 실제 추방 인원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의 강한비판
야당 내무장관 대변인 조노 더니엄(Jonno Duniam)은 이번 통계를 두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최신 브리징비자 통계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알바니즈 정부 아래 호주 이민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라고 말했다. 이어 “브리징비자는 원래 비자 상태가 해결될 때까지 단기간 체류를 허용하기 위한 장치”라며 “정부가 시스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장기 체류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자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기다리며 장기간 호주에 머물게 되고, 이는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시스템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 국민들은 질서 있고 효율적으로 관리되는 이민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의 경고
경제연구기관 MB 펀드(MB Fun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레이스 밴 온셀런(Leith van Onselen)도 통계 발표 직후 호주의 이민 제도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의 이민 시스템은 망가졌다”고 직격했다.
밴 온셀런은 “가장 빠르게 증가한 임시 이민자 집단은 브리징비자 소지자들”이라며 “이 제도가 가차 없이 악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26년 3월 분기 기준 브리징비자 소지자는 43만2,000명에 달했다”며 “이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9만6,000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라고 설명했다.
또 “호주내무부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유로 브리징비자를 발급한다”며 “첫째는 신청자의 기존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국내 비자 신청 심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 둘째는 기존 비자가 이미 만료됐지만 해당 이민자가 아직 출국하지 않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브리징비자 급증 현상의 배경으로 유학생들을 지목했다.
밴 온셀런은 “브리징비자 증가의 상당 부분은 학생비자 신청이 거부된 전직 유학생들이 행정심판원(Administrative Review Tribunal)에 대거 항소를 제기하면서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행정심판원의 심사 적체가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측 입장대기
이번 통계와 관련해 호주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와 내무부 장관 토니 버크(Tony Burke) 측은 언론의 논평 요청을 받았으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