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성공 자평
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청소년 소셜미디어(SNS) 이용 금지법 시행 6개월을 맞아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해당 정책의 성공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이 법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 스냅챗(Snapchat) 등 주요 SNS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500만 개 이상의 계정이 삭제됐다고 밝혔지만, 학생들과 교육 관계자들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여전한 이용실태
10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11일 SNS가 여전히 자신과 또래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냅챗, 인스타그램, 틱톡 모두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특정 앱 사용이 차단되면 다른 앱으로 옮겨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현재 SNS 계정 이용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고 있으며, 규제를 우회하는 것도 “상당히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또래들의 소통 방식도 법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학생들은 SNS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친구 중 한 명은 일정 기간 동안 스냅챗을 삭제하고 그것이 자신의 생활 방식과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 큰 변화의 시작
시드니의 핌블 레이디스 칼리지(Pymble Ladies College) 교장 케이트 해드윈(Kate Hadwen) 박사는 이번 법안이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해드윈 박사는 “1970년대 호주에서는 성인 남성의 74%가 흡연자였지만 현재는 전체 인구의 8.3%만이 흡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에 단일 정책 하나만으로 광범위한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며 “아직 큰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이것은 더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 SNS 사용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서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해드윈 박사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이런 정책을 적용한다면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청소년들의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관련 증거들은 매우 명확하며 우리는 반드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어디선가는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우회와 허점
사이버보안 전문가 수전 맥클린(Susan McLean)도 가장 큰 효과는 어린 연령층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전국에서 하루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는 맥클린은 현재 법안이 13-16세 청소년들에게는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이 SNS 이용을 더 오랫동안 미루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3세에서 16세 사이 청소년 집단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맥클린은 전국 학생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이 학교 현장에서 보고되는 상황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이 연령 확인 대상으로 분류한 학생들 대부분이 얼굴 인식 스캔을 통해 신원 확인 절차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인증 절차를 직접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지난주 한 학생 집단은 ‘엄마가 대신 해줬어요’, ‘아빠가 해줬어요’, ‘형이 해줬어요’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과정에는 분명한 허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확대 필요성
맥클린은 법안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했지만, 더 넓은 온라인 환경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금지 대상에 포함된 10개의 플랫폼 하나하나마다 또 다른 100개의 유해 플랫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과 부모,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플랫폼 기업들 역시 아동 보호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해드윈 박사는 제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집행력 부족 논란
맥클린은 법 시행 이후 실제 처벌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집행력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실질적인 법 집행이 없고 규정을 위반해도 아무런 결과가 없다면 잘못된 행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 학생이 “금지된 플랫폼을 계속 사용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맥클린은 “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그 학생에게도, 부모에게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은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호주 인터넷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아직까지 단 한 건의 벌금도 부과하지 않은 상태다.
기업 정책 변화
맥클린은 법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온라인 안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이번 법안이 기술 기업들의 아동 보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Apple)은 10일 새로운 아동 보호 기능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보다 엄격한 콘텐츠 필터링, 앱 접근 통제 기능, 부모가 자녀의 연락처와 웹사이트 접근을 사전에 승인할 수 있는 도구 등이 포함됐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Tim Cook)이 직접 자신에게 이러한 변화가 부분적으로 호주의 SNS 연령 제한법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알바니즈 총리는 “팀 쿡은 이번 변화가 호주의 세계 선도적인 SNS 연령 제한 정책과 아동에 대한 SNS 영향 연구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