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로 모기 잡는다
구글(Google)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와 플로리다(Florida)주에 총 3200만 마리의 모기를 방출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세웠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모기 개체수를 급격히 줄임으로써, 감염 시 치명적일 수 있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West Nile Virus)와 덴기열(Dengue fever) 등 모기 매개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다.
모기를 방출하는 것이 어떻게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여기에는 과학적인 기술이 숨어 있다.
디버그 프로그램의 기술
구글의 생명과학 부문 프로젝트인 ‘디버그(Debug)’ 프로그램은 자생 모기 개체군을 박멸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박테리아인 ‘볼바키아(Wolbachia)’에 감염된 모기들을 야생에 풀어놓는 방식을 사용한다.
볼바키아 박테리아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내부에서 덴기열과 같은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것을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모기가 인간이나 다른 곤충에게 질병을 전파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디버그의 과학자들은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들을 야생 개체군에 방출하면, 이들이 야생 암컷 모기들과 짝짓기를 하여 박테리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야생 암컷 모기의 불임화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한 야생 암컷 모기들은 불임 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암컷 모기들은 더 이상 번식을 할 수 없게 되며, 덴기열 등 질병을 전파하는 능력도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모기 개체수가 감소함과 동시에 바이러스 감염률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구글의 디버그 프로그램은 이미 싱가포르(Singapore)에서 수백만 마리의 감염된 모기를 방출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이 기술을 도입해 덴기열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미국 환경청 허가 대기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구글은 이제 볼바키아에 감염된 모기 수백만 마리를 미국 본토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구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 일대에 2년간 매년 최대 1600만 마리의 감염된 모기를 방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실험용 사용 허가(Experimental Use Permit)’를 신청했다. 현재 해당 승인 허가는 아직 발급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최종 승인을 내릴 경우 구글이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 모기를 방출하기 시작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호주에서도 대대적 시행
이와 유사한 질병 매개 모기 통제 전략은 호주(Australia)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구글의 디버그 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의 지원을 받아 퀸즐랜드(Queensland)주에서 현장 시험을 마쳤다. 이에 앞서 10여 년 전에는 세계모기프로그램(WMP-World Mosquito Program)이 케언스(Cairns)에서 볼바키아 감염 곤충을 활용한 첫 번째 현장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두 프로그램의 차이점
세계모기프로그램(WM)은 이후 케언스를 비롯해 타운즈빌(Townsville) 등 호주 북부 여러 지역에 감염된 모기들을 방출해 왔으며, 이를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성공적으로 예방하고 있다.
다만 구글의 디버그와 세계모기프로그램(WMP) 사이에는 운용 방식의 차이가 있다. 디버그는 수컷 모기만 방출하는 반면,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은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과 암컷 모기를 모두 방출한다. 이 방식에서는 감염된 수컷이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여 암컷을 불임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감염된 암컷이 야생 수컷과 짝짓기를 하더라도 오직 볼바키아에 감염된 후손만을 낳게 하여 감염 균주를 자연스럽게 퍼뜨리게 된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