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칼럼니스트 클레어 로우는 최근 젠지(Gen Z) 여성들 사이에서 출산과 모성(motherhood)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보여준 ‘지친 엄마들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우는 “현대의 엄마들은 늘 탈진 상태처럼 살아가고 있고, 젊은 여성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며 “그 결과 일부는 전통적 돌봄 역할로 돌아가길 원하고, 또 다른 일부는 아예 출산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피로
로우는 몇 달 전 자신이 겪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세탁실에서 세제를 이미 넣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세탁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 계산기에 번호를 입력하다가 왜 연결되지 않는지 의아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아들은 학교 서류에 서명을 요구했고, 딸은 댄스화를 찾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며, 노트북에는 업무 이메일 알림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여기에 로봇청소기는 의자 밑에 반복해서 끼어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로우는 그 순간 “여성들은 사회적 자유와 자기실현을 약속받았는데 왜 현실은 세탁실에서 무너져가는 작은 국가를 운영하는 기분이냐”고 자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의 모성이 “어느새 역사상 가장 매력 없는 홍보 상품처럼 비춰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젠지의 선택
로우는 최근 젠지 여성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분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여성들은 아이와 더 오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 머무르며 전통적인 돌봄 역할을 원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여성들은 현재의 삶 구조 안에서는 아예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반된 흐름처럼 보이지만, 로우는 두 집단 모두 같은 현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현실은 바로 “현대의 모성이 지나치게 고된 일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들이 불가능한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직장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고, 관계를 돌보고, 집안일을 관리하고,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도서관 이용일을 기억하고, 과일 도시락을 챙기고, 밤 10시에 업무 이메일에 답하면서도 동시에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하며 매력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는 것이다.
로우는 “오랫동안 여성들은 ‘원하는 것은 모두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는 뜻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번아웃 문화
출산율 감소 논의는 일반적으로 집값, 보육 비용, 경력 단절 문제 같은 경제적 요인에 집중돼 있지만, 로우는 심리적·문화적 요인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성은 더 이상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며 “끝없이 반복되는 노동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장실에 숨어 몰래 간식을 먹는 지친 엄마들의 영상이 넘쳐나고 있으며, “정신적 부담(mental load)” 체크리스트는 기업의 규정 문서만큼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육아 번아웃(maternal burnout)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여성들은 “누군가의 손길조차 버겁고, 기진맥진한 상태이며, 답하지 못한 이메일 하나만 더 쌓이면 입원할 것 같다고 농담한다”고 전했다.
로우는 “그 농담이 웃긴 이유는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아이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목격한 모성의 형태를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기준
로우는 현재의 양육 모델이 사실상 비현실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은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해야 하고, 동시에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육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양육 기준은 올림픽 종목처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제 부모들은 단순히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의 모든 감정을 공감해줘야 하고, 유기농 도시락을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줘야 하며, 스크린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친구 관계를 관리하고, 교육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중국어를 배우고 갈등 해결 능력까지 익히길 기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우는 과거 부모 세대는 아이들에게 “밖에 나가 놀다가 어두워질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고 말하곤 했지만, 현대 부모들은 학교 학생 복지 시스템(wellbeing portal)에서 “우리 아이가 핸드볼 놀이에서 소외감을 느꼈다”는 알림이 오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육아의 감정적 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반응
로우는 젊은 여성들이 이러한 현실에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집단은 “아이를 낳으려면 지금의 삶에서 무언가는 포기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더 느린 삶과 가정 중심의 생활, 그리고 자기계발 압박에서 벗어난 삶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페미니즘(feminism)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번아웃 문화”에 대한 거부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집단은 같은 현실을 바라보며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우는 두 반응 모두 심리적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속가능한 삶
로우는 현재 성인이 된 여성들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으며 성장했지만, 동시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삶은 잠재력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함께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젊은 여성들은 직업적 성공만으로 자신들이 약속받았던 의미 있는 삶이 완성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것이 여성들이 다시 1950년대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의견을 억누르며 살아가길 원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과거 여성들은 자유와 경제적 독립, 사회적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고, 그것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로우는 결국 대부분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평등과 진보를 이야기해왔지만 현실에서는 가족생활이 휴식과 공동체, 정신적 안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공동체의 역할을 생산성 앱으로 대체했고, 여성들에게는 회사의 사다리를 오르면서 동시에 밤중에 도시락까지 싸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로우는 가장 심각한 신호는 “점점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이 motherhood 자체를 바라보며 그 대가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들이 거부하는 것은 가족 자체가 아니라 끝없이 지쳐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라고 결론지었다.

엇갈린 반응
로우의 글에는 엄마로서의 삶과 출산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독자들은 “세상에는 이미 사람이 너무 많다”며 출산 감소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또 일부는 오늘날 부모들이 지나치게 완벽한 부모상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독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우리 엄마는 아이들을 스스로 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웠다”며 “설거지와 청소, 도시락 준비 등을 직접 하게 했고 밖에 나가 뛰어놀게 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독자는 “아버지 역시 하루 종일 일한 뒤 집 수리와 텃밭 관리, 자동차 정비까지 했고 아이들과 뒷마당에서 크리켓도 함께 했다”며 과거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역할을 나눴다고 말했다.
전업육아 논쟁
일부 독자들은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독자는 “정부와 사회 시스템은 오랫동안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와 가족, 사회의 이익보다 다른 사회적 의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독자는 “아이들의 성장기에 배우자까지 동시에 장시간 일했다면 가족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 명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환경이 단순하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독자들은 최근 집값 급등 역시 맞벌이 가정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소득이 있는 가정이 더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주택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세대 인식차
반면 다른 독자들은 양육의 어려움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고 반박했다. 한 독자는 “삶에는 힘든 시기가 있으며 많은 인내를 통해 지나가야 한다”며 “과거 세대 여성들은 현대적 편의시설 없이 천 기저귀를 빨고 어린 자녀를 키우며 집안일까지 해냈다”고 말했다. 또 “조부모와 부모 세대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오늘날 젊은 세대가 삶의 어려움을 견디는 데 익숙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독자는 “어릴 때 우리 집은 항상 정돈돼 있었고 형제들도 설거지와 청소를 도왔다”며 “지금은 왜 그렇게 많은 부모들이 감당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감의 목소리
그러나 공감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독자는 “여성들은 아이가 없는 사람처럼 일하고 직업이 없는 사람처럼 육아해야 한다”며 “번아웃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독자는 “육아는 원래 힘든 일이지만 지금 세대 역시 각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 전통적인 역할을 원하거나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움직임은 삶의 혼란을 줄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 문제나 적절한 시기에 배우자를 만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사실상 선택권을 잃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 어머니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존재론적 피로를 느낀 적이 있지만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기사는 많은 엄마들에게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 젠지(Gen Z)는 일반적으로 199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의미한다.
※ 이 기사는 The Daily Telegraph에 게재된 클레어 로우(Clare Rowe)의 ‘The real reason so many Gen Z women are rejecting motherhood’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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