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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S 연계 여성들 귀국 직후 체포, 노예화·테러 혐의 첫 본격 기소

08/05/2026
in 사회
ISIS 연계 여성들 귀국 직후 체포, 노예화·테러 혐의 첫 본격 기소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호주인 여성들과 자녀들이 호주로 송환됐다. 사진: bilaleldaou

전례없는 수사

시리아(Syria)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IS-Islamic State)와 연계된 호주인 여성들과 자녀들이 호주로 송환된 직후 체포되면서, 호주 사법당국이 노예화 등 반인도 범죄 혐의를 적용한 전례 없는 기소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ISIS 조직에 자발적으로 가담했던 호주인들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호주연방경찰(AFP-Australian Federal Police)은 8일 저녁 시드니 국제공항(Sydney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자나이 사파르(Janai Safar·32)를 테러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 난민캠프를 떠난 지 약 2주 만에 호주에 입국한 ISIS 연계 여성 및 아동 집단 중 한 명이다.

호주연방경찰은 사파르가 2015년 남편을 따라 시리아로 건너가 ISIS에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지된 분쟁지역 체류 및 ISIS 가입 혐의를 적용했다. 두 혐의 모두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파르는 9일 시드니 다운닝센터 지방법원(Downing Centre Local Court)에 출석할 예정이다.

같은 날 멜번 공항(Melbourne Airport)에서는 카우사르 압바스(Kawsar Abbas·53)와 제이나브 아흐메드(Zeinab Ahmed·31)로 알려진 여성 2명이 체포됐다. 이들과 함께 귀국한 자흐라 아흐메드(Zahra Ahmed·33)는 체포되지 않았다.

이들은 과거 ISIS 세력 확장 시기에 시리아로 이동한 이른바 ‘ISIS 신부(ISIS brides)’ 집단으로 분류된다. ISIS의 영토 기반 ‘칼리프 국가(caliphate)’가 2019년 붕괴한 이후, 이들은 6년 넘게 시리아 북동부 난민캠프에 머물러 왔다.

호주 사법당국이 노예화 등 반인도 범죄 혐의를 적용한 전례 없는 기소 절차에 착수했다. 사진: 방송캡쳐

반인도 범죄

호주연방경찰 대테러 담당 스티븐 넛(Stephen Nutt) 차관보는 캔버라(Canberra) 기자회견에서 멜버른에서 체포된 여성들이 노예화 등 반인도 범죄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카우사르 압바스는 노예 매매(slave trading) 혐의까지 추가로 받고 있으며, 관련 혐의는 최대 징역 25년형이 가능하다.

넛 차관보는 “호주 합동대테러팀(JCTT-Joint Counter Terrorism Team)은 분쟁지역으로 이동한 모든 호주인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왔으며,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안보 수사관과 분석관 가운데 가장 경험 많은 인력들이 투입됐다”며 “현재도 매우 중대한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NSW 합동대테러팀은 호주연방경찰, 뉴사우스웨일스 경찰(NSW Police Force), 호주보안정보기구(ASIO-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 뉴사우스웨일스 범죄위원회(NSW Crime Commission)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호주 역사상 사실상 첫 반인도 범죄 기소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진: 방송캡쳐

10년 추적

당국은 ISIS 연계 호주인들의 귀환 가능성에 대비한 작전을 2015년부터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해당 작전은 이후 ‘쿠라종(Operation Kurrajong)’이라는 이름 아래 공식화됐다.

호주연방경찰은 시리아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던 전쟁 상황 속에서도 증거와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설명했다.

크리시 배럿(Krissy Barrett) 호주연방경찰청장은 “수사기관은 시리아로 이동한 호주인들이 금지지역 체류, 테러 가담, 노예 거래 등 연방 범죄를 저질렀는지 확인하기 위해 오랜 기간 자료를 축적해 왔다”고 밝혔다.

현재 시리아 북동부 알로즈(Al-Roj) 난민캠프에는 호주인 21명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지디 증언

이번 사건은 2023년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씨(ABC-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프로그램 ‘포린 코레스폰던트(Foreign Correspondent)’에 출연한 야지디(Yazidi) 여성들의 증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여성은 자신들이 멜번 출신 모하메드 아흐메드(Mohammed Ahmad)의 집에서 억류됐다고 주장했다. 아흐메드는 카우사르 압바스의 남편이자 제이나브, 자흐라 아흐메드의 부친이다.
야지디 여성 사라브(Sarab)는 자신이 11세 때 ISIS에 납치됐고, 13세 때 ‘아부 오마르(Abu Omar)’라는 이름으로 불린 모하메드 아흐메드의 집으로 보내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3일 동안 머물며 일을 잘하면 그들이 나를 사갈 예정이었다”며 “나는 노예였고, 그들은 내게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라브는 한 딸이 자신이 아랍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화를 냈고, 다른 딸은 영어 단어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야지디족은 전통적으로 쿠르드어 계열 방언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하메드 아흐메드가 자신을 방에 가두고, 시리아 출신 며느리가 12시간 동안 음식 없이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사라브는 결국 “그들은 노예를 사고 싶지 않다며” 원래의 ISIS 조직원에게 다시 돌려보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타이시르(Tayseer)는 자신이 1년 이상 모하메드 아흐메드 집에 억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미성년자였고 노예처럼 이용됐다”며 “요리와 청소를 해야 했고, 모하메드 아흐메드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아흐메드는 과거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야지디 여성을 집에 데려온 사람은 현재 사망한 자신의 아들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상 강요

타이시르는 자신이 ISIS 통치 지역에서 살아가는 가족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강제로 찍어 호주 친척들에게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타이시르와 사라브 모두 호주연방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수사관들이 당시 촬영된 가족 영상 일부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사라브는 이후 ISIS 전투에서 아들이 사망한 뒤 인터넷 사용을 위해 아흐메드 가족 딸들이 다시 자신이 있던 집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친척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싶어 했고, 오히려 기뻐했다”며 “그들에게 전투 중 죽음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귀국 비행기 안에서 한 기자가 노예제 의혹에 대해 묻자,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은 “제기되는 비난이나 법적 책임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사라브는 최근 인터뷰에서 “호주 내 많은 야지디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법정 증언에 나설 의향이 있다”며 “ISIS 연계 인물들이 호주에서 평범한 삶을 살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 미국 외교관 피터 갤브레이스는 피해자들에 대한 더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방송캡쳐

법리 쟁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호주 역사상 사실상 첫 반인도 범죄 기소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ISIS 통치 지역으로 자발적으로 이동했던 인물들에 대해 엄정한 법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국제법 교수 도널드 로스웰(Donald Rothwell)은 “여성들이 단순 가족 구성원이었는지, 실제 노예화 과정에 관여했는지 입증하려면 매우 높은 수준의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엔(UN-United Nations) 인권 특별보고관 벤 사울(Ben Saul)은 “피해자 증언은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라며 “ISIS 내부 문서 등 종이 기록도 일부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들이 당시 강압이나 협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역시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울은 “강제 동원이나 비자발적 상황은 경우에 따라 완전한 면책 사유가 될 수도 있지만, 개인의 책임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건

사울은 “호주에서 국제범죄가 성공적으로 기소된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전범 재판 정도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울은 “호주는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ICC-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가입 이후 반인도 범죄 조항을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실제 기소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호주 군인 전쟁범죄 재판은 있지만, 반인도 범죄 기소나 유죄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매우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로스웰 교수 역시 “호주 법원에서 유사 혐의가 다뤄진 전례가 사실상 없다”며 “전례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미국 외교관 피터 갤브레이스(Peter Galbraith)는 지난 10여 년간 ISIS에 의해 노예화됐던 야지디 여성들의 정착을 도와왔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교육도 끝내기 전에 납치됐다”며 “호주 사회에서 가해 의혹 인물들과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ISIS 연계 여성들의 귀환이 초래할 안보 위협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평가하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더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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