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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구글, 아동 피해 책임 인정 판결..항소 방침 속 호주 집단소송 움직임

27/03/2026
in 사회
메타·구글, 아동 피해 책임 인정 판결..항소 방침 속 호주 집단소송 움직임

이번 재판은 아동 안전 문제와 플랫폼의 중독성 설계, 우울증·섭식장애·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 제공 여부에 대한 오랜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사진: Mohamed_hassan

미국 판결 핵심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Meta)와 구글(Google)이 아동에게 피해를 끼친 책임이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호주에서도 이들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펌 모리스 블랙번(Maurice Blackburn)은 미국 법원이 메타와 구글이 아동에게 해를 끼쳤다고 판단한 이후, 호주 내에서도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빅테크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중독 및 서비스 이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중대한 판례’로 평가된다. 다만 두 기업은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의 유튜브(YouTube)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앱 중독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은 점에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호주에서도 메타와 구글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 Leo_65

호주 파장 확산

이번 판결은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한 지 약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해당 정책은 청소년을 보호하고 유해한 소셜미디어 습관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모리스 블랙번(Maurice Blackburn)의 집단소송 부문 총괄 레베카 길세넌(Rebecca Gilsenan)은 “이번 사건은 빅테크의 유해한 영향에 대해 법이 책임성과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활용될 수 있고, 또 활용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미 앱스토어(App Store)와 구글 광고 기술(Google Ad Tech) 관련 집단소송을 통해 수천 명의 호주인을 대리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법이 견제와 균형 역할을 수행하며 더 안전한 관행을 유도하고 피해자 보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기업 반발 입장

호주의 소셜미디어 금지 정책에 반발해온 메타는 최근 청소년 보호자를 자처하며 관련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타 호주법인 대표 윌리엄 이스턴(William Easton)은 회사가 개발한 새로운 “도구”를 강조하며, 시가총액 $2.16조 규모 기업으로서 청소년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 미국 판결과 호주 내 파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신 회사 측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판결에 정중히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재판 시작 전 합의에 나선 틱톡(TikTok)과 스냅(Snap)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메타는 성명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은 매우 복잡하며 단일 앱으로 설명될 수 없다”며 “각 사건은 서로 다르며 우리는 청소년 보호에 있어 우리의 기록에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메타와 구글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진: Mohamed_hassan

청소년 보호 조치

이스턴 대표는 지난달 링크드인(LinkedIn)에 올린 글에서 “16-18세 이용자는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페이스북(Facebook)에서 자동으로 연령에 맞는 환경에 배치되며 보다 엄격한 메시지 제한을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로서 ‘더 안전한 인터넷 사용’은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능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구글 측도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건은 유튜브를 오해한 것으로, 유튜브는 책임감 있게 설계된 스트리밍 플랫폼이지 소셜미디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알고리즘 논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용자가 계속 화면에 머물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었다.

원고 측인 20세 여성 케일리(Kaley)는 어린 시절 소셜미디어 사용이 기술 중독을 유발했고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6세에 유튜브를, 9세에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어린 시절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를 사용했다”고 배심원단에 진술했다.

배심원단은 약 한 달간 변호인단의 주장과 증언, 증거를 검토했으며 케일리 본인뿐 아니라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인스타그램 대표 아담 모세리(Adam Mosseri)의 증언도 들었다.

유튜브 최고경영자 닐 모한(Neal Mohan)은 증언에 출석하지 않았다.

호주의 소셜미디어 금지 정책에 반발해온 메타는 최근 청소년 보호자를 자처하며 관련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 geralt

핵심 법적 쟁점

케일리 측 변호인단을 이끈 마크 레이니어(Mark Lanier)는 피고 기업의 과실이 피해 발생의 ‘중대한 요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했다.
이들은 끝없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무한 스크롤’, 자동 재생 기능, 알림 시스템 등 이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기 위한 설계 요소들을 문제 삼았다.

배심원단은 케일리가 플랫폼에서 접한 게시물이나 영상의 내용은 고려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는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230조에 따라 플랫폼이 이용자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보호받기 때문이다.

메타는 케일리의 정신건강 문제가 소셜미디어와 별개로 존재했으며 불안정한 가정환경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그의 치료사 중 누구도 소셜미디어를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원고 측은 소셜미디어가 유일한 원인임을 입증할 필요는 없으며, 피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만 증명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유튜브 반박

유튜브 측은 케일리의 의료기록보다는 플랫폼 이용 형태에 초점을 맞췄다. 유튜브는 자신들이 소셜미디어가 아닌 텔레비전과 유사한 영상 플랫폼이라고 주장했으며, 케일리가 나이가 들수록 유튜브 사용이 감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튜브 법률팀에 따르면 케일리는 숏폼 서비스인 유튜브 쇼츠(YouTube Shorts)를 하루 평균 약 1분 정도만 시청했다. 유튜브 쇼츠는 2020년 출시된 짧은 세로형 영상 서비스로, 원고 측이 문제 삼은 ‘무한 스크롤’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양측 기업 변호인단은 모두 이용자가 사용을 관리하고 맞춤 설정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 기능과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구글이 아동에게 피해를 끼친 책임이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사진: LoboStudioHamburg

판결 파급 효과

이번 사건은 여러 유사 소송 중 ‘벨웨더 재판(bellwether trial)’으로 선정된 사례로, 결과에 따라 수천 건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Social Media Victims Law Centre)의 변호사이자 케일리 측 법률대리인인 로라 마르케스-개럿(Laura Marquez-Garrett)은 이번 재판을 “결과가 아닌 하나의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결과와 관계없이 최초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며 메타와 구글의 내부 문서가 공개된 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발암성 탈크 분말’을 시장에서 제거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마크 레이니어 변호인이 다뤘던 사건을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아이들을 해치면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담배 산업 관련 소송과 유사한 ‘대규모 책임 추궁’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lechenie-narkomanii

유사 소송 확대

소셜미디어 피해자 법률센터와, 자녀의 사망 또는 피해를 소셜미디어와 연관 짓는 부모들은 앞으로도 법적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르케스-개럿은 재판 기간 동안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착용하기 시작한 고무 팔찌를 지금도 계속 착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올해와 향후 이어질 여러 소송 중 하나로, 아동 안전 문제와 플랫폼의 중독성 설계, 우울증·섭식장애·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 제공 여부에 대한 오랜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이 담배 산업이나 오피오이드(opioid) 관련 소송과 유사한 ‘대규모 책임 추궁’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고 측 역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과거 담배회사 및 제약사·유통업체와 유사한 결과를 맞이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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