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횡단열차 ‘Indian Pacific’, 종단열차 ‘The Ghan’의 짜릿한 경험
호주는 거대한 넓이를 가진 국가이다. 광활한 면적으로 인해 하나의 대륙으로도 칭해지는 호주에서 그 엄청난 규모를 체험하는 방법으로, 기차 여행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현재 호주에는 이 대륙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두 개의 횡단-종단 열차가 있다. 동부 시드니에서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주도인 퍼스(Perth)까지, 3박4일간을 달리는 ‘인디안 퍼시픽’(Indian Pacific), 그리고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다윈(Darwin)을 잇는 종단열차 ‘더 간’(The Ghan)이 그것이다.
호주 여행작가 중 팀 리차드(Tim Richards)씨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때 동유럽 국가에서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한 바 있으며 이집트와 폴란드에서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매체에 여행기를 게재하고 있으며, 올해 ‘호주 Travel Journalism Awards’에서 ‘Best International Travel Story Under 1000 Words’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인디안 퍼시픽’과 ‘더 간’을 이용, 동서, 남북 횡종단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기차여행의 10가지 묘미를 소개한다.
1. Travel along an unbending line
구불구불한 철로를 다라 다양한 풍경을 느낄 수 있지만 때로는 직전으로 이어진 노선이 경험하기 힘든 짜릿함을 주기도 한다. 시드니에서 퍼스(Perth)를 잇는 ‘인디안 퍼시픽’(Indian Pacific)의 애들레이드-퍼스 사이에는 아주 독특한 라인이 있다. 바로 478킬로미터나 곧게 이어지는 구간으로,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죽음의 직선 선로’(dead-straight stretch of track)이기도 하다. 기차는 사막 한 가운데를 곧장 달리다가 포트 어거스타(Port Augusta)와 칼굴리(Kalgoorlie) 교차 지점인 쿡(Cook) 정거장에서 장시간 정차하는데, 한때 이 철도로 번영을 구가하다 지금은 고스트타운(ghost town)이 되어버린 이곳의 옛 병원, 철제 감옥, 버려진 가옥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2. Cross a continent by rail from north to south
동(시드니)-서(퍼스)를 잇는 ‘인디안 퍼시픽’뿐 아니라 남(애들레이드)-북(다윈)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대륙 종단열차는 ‘더 간’(The Ghan)이다. 인디안 퍼시픽은 물론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Trans-Siberian Express), 캐나다의 ‘더 캐나디안’(The Canadian)은 동부에서 서부(또는 서부에서 동부)로 횡단하지만 남북을 종단하는 열차는 ‘더 간’이 대표적이다. 종단열차의 장점은 시간 변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애들레이드에서 다윈 구간은 겨울 시즌 같은 시간대이며 여름철에는 ‘Day Light Saving’으로 1시간 차이가 날 뿐이다. 또한 횡단 여행에서는 볼 수 없는, 기후대에 따른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3. View the desert with no roads in sight
사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철로 이외 다른 길은 없다. 인디안 퍼시픽의 횡단열차에서는 엄청난 넓이의 눌라보 평원(Nullarbor Plain)을 지나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눌라보 평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넓이의 석회암 평원지대로 사실상 나무는 거의 없다. 그저 특색없는 사막 풍경이 펼쳐지지만 이 붉은 황토 사막에도 ‘bluebush’, ‘saltbush’ 등 키 작은 관목이 듬성듬성 눈에 띈다.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슬라이드 영상처럼 시야를 지나쳐가는 이 풍경은 색다른 경험임에 분명하다.
4. See the stars from Outback rails
팀 리차드씨는 다윈(Darwin)에서 애들레이드(Adelaide)로 행하는 ‘더 간’ 기차여행 이틀째 되던 밤, 남부 호주 오팔 광산타운인 쿠버 페디(Coober Peddy) 인근의 아웃백 마을 망구리(Manguri)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찬란한 별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내륙 아웃백 밤하늘의 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낸다. 손을 들면 금방이라도 집힐 듯 가까이서, 짙푸른 하늘 촘촘히 떠 있는 별 무리는 3일 이상의 기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5. Catch a train to the wine
인디안 퍼시픽은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의 유명한 와인산지인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를 지난다. 남부 호주에서는 다른 기차 노선이 없어 이 와인산지를 방문하는 이들은 자동차를 이용하는데, 횡단열차 승객은 애들레이드 북부 약 40킬로미터 지점의 작은 타운 ‘투 웰스’(Two Wells)에서 내릴 수 있다. 다시 기차로 돌아오기 전, 타눈다(Tanunda) 타운의 와이너리에서 갖는 와인 시음은 오랜 기차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6. Start your journey in style at a grand station
호주에서 가장 긴 시간의 여행은 대부분 항공기를 이용하지만 기차 여행의 맛과 멋을 따라갈 수는 없다. 인디안 퍼시픽은 시드니 센트럴 기차역(Central Station)에서 출발한다. 센트럴 역 역사는 1906년 사암으로 지어졌으며, 85미터 높이의 시계탑은 철도가 가장 원활한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의 영광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돔형의 중앙홀 또한 오랜 역사의 흔적을 당당하게 간직하고 있다. 센트럴 역의 이 역사는 3박4일 일정으로 장거리 횡단 여행을 출발하기 전의 설레임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이다.
7. Swap train tracks for camel tracks
북부 사막지대를 여행하는 수단으로 가차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듯하다. 단, 낙타를 제외한다면. ‘더 간’ 여행에서는 가차를 낙타로 바꿔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호주 내륙 중앙, 울룰루(Uluru) 인근의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에 도착한 ‘더 간’ 승객은 이곳에서 기차를 내려 낙타를 타고 ‘핀든 카멜 트랙’(Pyndan Camel Tracks)을 따라 맥도넬 산맥(MacDonnell Ranges)을 지나는 여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기차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아웃백 풍경은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8. Dine in motion with ever-changing scenery
여행에서 식사는 잠자리 이상으로 중요하다. 편안한 잠자리와 즐거운 식사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는 절대적인 요소 가운데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장거리 버스 여행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패스트푸드를 성급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여행을 하면서, 이동하는 도중에 새하얀 식탁보로 장식한 우아한 식탁에서, 와인 글라스까지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기차뿐이다. ‘더 간’과 ‘인디안 퍼시픽’에는 승객을 위한 고급 식당 칸이 있어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한다. 차창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와인을 곁들인 풍성한 식사는 횡단 또는 종단 열차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9. Arrive by rail for a drink with Kalgoorlie locals
‘인디안 퍼시픽’이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주로 접어들면 오랜 광산도시인 칼굴리(Kalgoorlie)에 정차한다. 승객들은 이곳에서, 호주에서 가장 큰 금 광산인 ‘Super Pit open mine’ 투어에 참가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오래된 광산도시를 도보로 천천히 둘러볼 수 있다. 금광 개발로 오랜 역사를 가진 ‘Exchange Hotel’를 비롯해 이 도시의 과거를 살필 수 있는 역사적 건축물이 많다.
10. See nature up close
4WD 차량을 통해 볼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을 담아낼 수 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곳을 지나는 코스가 많기 때문이다. 비록 4WD라도 쉽게 건너갈 수 없는 오지 지역을 통과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철도 노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횡단열차는 해안과 산악, 사막, 평원을 모두 거친다. 거대한 대륙답게 지역에 따라 변화하는 색다른 풍경을 두루 만끽하고 또한 다양한 동물들과도 조우할 수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