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학생 최대 4배 증가
호주에서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공립·사립학교를 중심으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가정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교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면서 학교의 학생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업 성적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이민자 학생 수가 4배까지 증가했다. 전국 250곳이 넘는 상위권 학교의 학생 등록 추이를 독점 분석한 결과다.
LBOTE 학생 30%… 영어 지원 대상은 별도 구분
호주 교육연구기관인 호주교육연구기구(AERO-Australian Education Research Organisation)에 따르면 호주 전체 학교 학생의 약 30%가 영어 이외의 언어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LBOTE-Language Background Other Than English)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 영어 학습 지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학생 본인이나 부모 또는 주 양육자가 가정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면 LBOTE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만 영어 추가 언어 또는 방언 학습자(EAL/D-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에 해당한다.
AERO는 전체 학생의 약 25%가 영어 추가 언어 또는 방언을 배우는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영어 능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영어로 진행되는 교과과정을 학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학생의 비율만으로 해당 학교에서 영어 교육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부 대형 사립학교에서는 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LBOTE 가정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계 가정이다.
호주의 주요 공립학교 가운데 상당수에서도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배경의 학생 비율이 최대 97%에 달했다.

10년간 큰 변화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에서 이민자 학생 등록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학교는 퀸즐랜드의 리디머 루터런 칼리지(Redeemer Lutheran College)로, 5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 학생 비율은 2024년 66%로 높아졌다.
노던 테리토리의 마라라 크리스천 칼리지(Marrara Christian College)는 LBOTE 학생 비율이 2014년에는 0%였지만 2024년에는 42%로 증가했다. 다만 이 증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원주민 학생들의 등록에 따른 것이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증가폭이 큰 학교는 빅토리아주의 프레즈비테리언 레이디스 칼리지(Presbyterian Ladies College)였다. 이 학교의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 학생 비율은 2014년 35%에서 2024년 71%로 증가했다.
남호주에서는 세인트 피터스 걸스 스쿨(St Peter’s Girls’ School)이 전체 학생 가운데 이민자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8%에서 42%로 증가했다.
공립학교도 변화
이 같은 흐름은 상위 100개 공립학교에서도 나타났다.
남호주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글렌웅가 인터내셔널 하이스쿨(Glenunga International High School)은 LBOTE 학생 등록 비율이 2024년 58%까지 증가했다.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의 메리든 스쿨(Meriden School)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 학생 비율이 79%로 가장 높았다.
공립학교인 파라마타 하이스쿨(Parramatta High School)은 학생의 97%가 LBOTE 가정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관계자들과 이민자 가정들은 이러한 학교 선택의 배경으로 뛰어난 학업 성취도와 이민자 가정이 교육에 부여하는 높은 가치를 꼽았다.

NAPLAN 성적도 높아
많은 LBOTE 학생들은 NAPLAN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성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학교의 문화적 다양성도 풍부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뉴스코프 오스트레일리아(News Corp Australia)가 전국 7학년과 9학년 학생들의 NAPLAN 결과를 독점 분석한 결과다.
영어가 제2언어 또는 제3언어인 경우가 많은 LBOTE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다른 학생들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이들 학생과 다른 학생들 사이의 성적 격차는 불과 2점에서 21점으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학교를 대표하는 인디펜던트 스쿨스 오스트레일리아(Independent Schools Australia)의 최고경영자 그레이엄 캣(Graham Catt)은 독립학교들이 “현대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독립학교 학생 3명 가운데 약 1명이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캣 CEO는 “이러한 다양성은 학교 문화에 반영돼 학습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모든 학생이 세계화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이 학교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가족의 가치관과 자녀에 대한 열망에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수학 성적에서도 LBOTE 학생이 앞서
호주 산업·과학·자원부(Department of Industry, Science and Resources)가 공개한 학생 평가 자료에서도 LBOTE 학생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학 성적이 확인됐다.
2024년 NAPLAN 자료를 보면 전국 LBOTE 학생의 평균 수학 점수는 3학년 411점, 5학년 504점, 7학년 559점, 9학년 583점이었다. 영어 이외의 언어 배경이 없는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각각 401점, 483점, 533점, 559점으로, 네 학년 모두 LBOTE 학생들이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는 학생 집단별 평균을 비교한 것으로, 모든 LBOTE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성적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2023년 NAPLAN 평가 체계가 개편되면서 이전과 측정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2024년 점수를 2008년 이후의 과거 점수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교육 중시하는 이민가정
이 같은 인구 구성 변화는 빅토리아주 프레즈비테리언 레이디스 칼리지(PLC) 12학년 학생 세실리아 루오(Cecilia Luo)와 그의 어머니 클레어 왕(Claire Wang) 같은 가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왕 박사(Dr Wang)는 딸 세실리아를 PLC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니도록 했다. 학교의 안전성과 높은 학업 수준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세실리아는 매 학기 베이징에서 멜번에 있는 학업 성취도가 높은 여학교 PLC까지 혼자 이동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왕 박사는 자신의 가족이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세실리아가 태어난 때부터 학업을 위해 돈을 저축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은 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PLC 교장 엠마 버지스 박사(Dr Emma Burgess)는 학교가 LBOTE 학생들의 기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도, 출신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탁월한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한다고 강조했다.
버지스 박사는 “우리는 학생들이 학교 문화에 가져오는 풍요로움을 통해 그들의 기여를 가장 분명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자녀가 교과 및 비교과 과정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시간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우선시하는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멜번 서부 성장
빅토리아주의 굿뉴스 루터런 칼리지(Good News Lutheran College) 교장 피오나 맥컬리프(Fiona McAuliffe)는 학교가 “멜버른의 빠르게 성장하는 서부 지역으로 더 많은 가정이 이주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컬리프 교장은 “학생 등록은 매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맘버린(Mambourin)에 두 번째 캠퍼스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많은 이민자 가정은 자신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탄탄한 학습 경로를 제공하며, 안전하고 지원적인 공동체를 갖춘 학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학비와 헌신적인 교사들을 갖춘 이 학교는 열심히 일하는 가정에 이상적이며, 이들은 교육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호주도 변화
남호주의 더 하이츠 스쿨(The Heights School) 교장 알리나 페이지(Alina Page)는 학교의 학생 등록이 “새로운 이민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 교장은 “우리는 지역사회가 자녀들을 위한 기회를 찾는 모습을 봐왔으며, 이들은 더 하이츠 스쿨이 제공하는 기회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의 성공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학교에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있으며, 페이지 교장은 이를 “현대 호주를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로 다른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발전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조합”이라고 말했다.

NSW도 다문화 학교
NSW의 이민자 학생 등록 비율이 높은 학교 가운데 하나는 캔리 베일 공립학교(Canley Vale Public School)다. 이 학교는 학생의 97%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을 갖고 있으며, 35개 언어 집단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마거릿 크리 교장(Margaret Creagh)은 “이처럼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에는 강한 소속감과 포용성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학교 문화가 있다”며 “이는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가정환경·학교 교육도 성적에 영향
학생의 언어적 배경과 학업 성취도의 관계를 해석할 때는 다른 요인도 살펴봐야 한다.
호주교육연구기구(AERO)가 2013~2019년 전국 학생들의 NAPLAN 자료를 분석한 결과, LBOTE 학생들은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배경의 학생들과 비교해 읽기와 수학에서 평균적으로 약간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언어적 배경이나 사회경제적 여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구에서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성별, 원주민 배경, 언어적 배경, 최근 2년간 학교를 옮겼는지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교사의 수업 방식도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LBOTE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나타나는 학업 성취도를 학생들의 언어적 배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교의 교육 여건과 학생 개개인의 학습 환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