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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기준금리 4.85%로 인상, 18년 만에 최고치RBA “국제유가 아닌 국내 수요·공급 불균형 대응”

04/11/2026
in 부동산/경제
호주 기준금리 4.85%로 인상, 18년 만에 최고치RBA “국제유가 아닌 국내 수요·공급 불균형 대응”

호주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85%로 인상했다. 사진: Danausi, Public Domain(CC0)

18년 만에 최고치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이 기준금리를 4.85%로 인상했다.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를 향해 정부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이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물가 영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에 비해 수요가 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불록 총재는 3일(화) 금리 인상 결정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 제약이 이전에 판단했던 것보다 더 크고, 물가 상승에도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새롭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많은 호주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소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물가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고, 우리의 전망에 따르면 높은 물가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노동당 정부의 경제 운영에 대한 정치적 논란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사진: DAVELIMEDIA

유가 아닌 내수 압력

불록 총재는 국제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세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통화 긴축은 유가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물가 영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통화정책으로 국제 유가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긴축하는 것은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 제약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압력은 유가가 상승하기 전부터 나타났으며, 이것이 중동 분쟁이 시작되기 전인 올해 2월부터 RBA 이사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 제약이 이전에 판단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으며, 물가 상승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불록 총재는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계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다시 낮추는 작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 전반의 수요와 공급을 다시 균형 상태로 되돌리고 물가를 지속적으로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경제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노동시장의 과열도 더 진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성 둔화와 투자 급증

불록 총재는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이 제약된 배경으로 장기간 이어진 생산성 증가율 둔화를 꼽았다. 생산성 향상이 부진하면서 높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일부 분야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투자가 당초 전망을 크게 웃돌았으며,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붐도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생산성 증가율이 오랫동안 부진하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제약됐다”며 “수요의 일부 분야도 예상보다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포함한 투자가 예상보다 훨씬 활발했다”며 “국내 경제가 이미 공급 능력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추가 수요를 발생시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출 논란

이번 금리 인상은 노동당 정부의 경제 운영에 대한 정치적 논란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멜번컵(Melbourne Cup) 개최일에 단행된 이번 금리 인상은 야당 연립당(Coalition)과 앤소니 알바니즈 총리의 정치적 반대 세력에 정부의 경제 관리 능력을 공격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정부 예산을 가능한 한 긴축적으로 편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노동당 정부는 경제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 요구에는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호주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 기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경고를 거듭 내놓으면서 거의 모든 은행과 경제학자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호주 기준금리는 4.85%가 됐다.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다섯 번째 인상한 것으로, 차입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됐다.

차머스 장관은 금리 인상 발표 이후 호주 경제가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중동전쟁이 이러한 상황을 훨씬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금리 결정이 발표되기 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와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이란 관련 계획에 미칠 영향에 호주가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차머스 장관은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라며 “미국 하원과 상원에서 진행되는 여러 선거 결과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중간선거는 특히 중동전쟁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경제적으로 상당히 큰 파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앤소니 알바니즈 총리는 이날 앞서 앤티가(Antigua)에서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생활수준이 다시 향상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국가와 세계가 번영과 생활수준 향상의 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쟁들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재무 담당 대변인 팀 윌슨은 “호주 가계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정부는 정작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photosforyou

재정 절감 추가 예고

캐티 갤러거(Katy Gallagher) 재무장관은 3일 ABC의 ‘애프터눈 브리핑(Afternoon Briefing)’에 출연해 불록 총재가 이번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 제약을 지목한 데 대해 정부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갤러거 장관은 정부가 예산을 통해 지출 절감 방안을 마련해 왔으며, 12월 정기 재정 업데이트인 중간 경제·재정 전망(MYEFO-Mid-Year Economic and Fiscal Outlook) 발표 전까지 추가적인 절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맡은 모든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예산에서 지출 절감 방안을 찾는 접근법을 취해 왔으며, 중간 경제·재정 전망에서 추가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도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불록 총재 역시 중동 분쟁의 후속 파급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갤러거 장관은 “(중앙은행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고, 정부 역시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여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삭감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의 지출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은 듣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야당 연립당은 지난달 말 이미 313억 달러 규모의 정부 지출 절감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야당, 정부 책임론 제기

야당 재무 담당 대변인 팀 윌슨(Tim Wilson)은 불록 총재가 이번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의 공급 능력 제약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면서 노동당 정부의 중동전쟁 관련 물가 상승 주장이 설득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윌슨 의원은 “불록 총재가 방금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 문제는 국내 경제의 문제이며, 특히 정부가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고 고질적인 지출 확대 성향을 버리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중동 분쟁과 국제 유가가 물가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불록 총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요인을 판단할 때 주목하는 것은 근원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다.

윌슨 의원은 “그것은 근원 인플레이션의 문제이며, 국내 경제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금리 인상은 국제 유가를 통제할 수 없지만 국내 지출 압력은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장관은 자신이 초래한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짐 차머스는 이제 자신이 만들어낸 인플레이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며, 더 이상 재무장관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호주 가계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정부는 정작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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