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용품 준비
전쟁과 사이버 공격, 기후위기 등 각종 위협이 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통조림과 생수, 태엽식 라디오, 손전등 등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가정에서 필수품을 준비하도록 권고하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생필품을 비축하고 있으며, 호주 국민도 이 같은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위기 상황에 대비해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라(be ready)’고 권고한 뒤 통조림과 생수, 태엽식 라디오, 손전등 등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앤디 번햄(Andy Burnham) 영국 총리는 지난주 전쟁 위협과 사이버 공격, 기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최소 3일분의 비상 물품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대규모 혼란이나 공급 차질에 대비해 가정에서 최대 1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필수품을 준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정부도 주민들에게 비상사태에 대비한 물품을 마련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호주적십자사(Australian Red Cross)의 복구·회복력 담당 책임자인 니콜라 크레이(Nichola Krey)는 호주 국민도 이 같은 준비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호주 국민에게 각종 상황으로 인한 생활 차질에 대비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을 파악하고,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의 주요 위협
크레이는 호주와 영국이 처한 상황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가 당장 전쟁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연재해 측면에서는 영국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호주적십자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 5명 중 3명은 평생 한 차례 이상 비상사태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크레이는 “호주는 홍수와 산불, 극심한 폭염, 사이클론 등으로 끊임없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RMIT대학교(RMIT University)의 재난관리 전문가인 루시 루네비치(Lucy Lunevich) 부교수도 영국 정부의 권고에 동의하며, 호주가 이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홍수나 산불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이 발생해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네비치 부교수는 “재난관리에서 중요한 부분은 대중 교육이며, 이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여건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시간이 압축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지역사회 지도자와 정부, 정치인들이 5년, 10년 또는 20년을 내다보고 예측하거나 계획했던 일들이 이제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재난관리 체계가 “매우 발전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상용품 준비 목록
루네비치 부교수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가정에서 최소 한 달분의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기에는 통조림과 생수, 기타 비상용품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정에서 일정 기간 자체적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호주적십자사는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과 공포심에 따른 사재기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이는 코비드19 팬데믹 당시 소비자들이 물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슈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었던 상황을 언급하며 사재기를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호주 국민에게 당장 밖으로 나가 식량을 비축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제발 공포에 따른 사재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대신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상사태를 준비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요한 물품을 조금씩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하기보다는 일상적인 장보기 과정에서 비상용품을 점진적으로 마련하라는 취지다.
또한 비상사태 대비는 식량과 물을 여유 있게 확보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크레이는 “개인 신분증과 중요한 서류, 귀중품을 한곳에 보관해 필요할 때 쉽게 찾고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준비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복용하는 약과 처방약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 확인하고, 여분의 약도 준비해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린 자녀와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미리 이야기하고, 대피가 필요할 경우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 가족끼리 계획을 세워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