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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슈퍼마켓 500여곳 사이버공격 피해 확산, 냉장·냉동고 온도 50도까지 상승, 식품 폐기·화재

15/10/2026
in 사회
프랑스 슈퍼마켓 500여곳 사이버공격 피해 확산, 냉장·냉동고 온도 50도까지 상승, 식품 폐기·화재

슈퍼마켓과 식품 유통업체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진: photosforyou

식품 수천만유로 손실 우려

프랑스 전역의 슈퍼마켓 수백 곳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냉장·냉동고 온도가 최고 섭씨 50도까지 상승하면서 대량의 식품이 상하고 일부 매장에서는 화재까지 발생했다. 해커들이 인터넷에 연결된 냉장 설비에 원격으로 접근해 온도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식품 유통망과 산업용 설비의 사이버보안 취약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호주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이번 공격이 해커들의 활동이 개인정보 탈취를 넘어 실제 장비를 조작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당국은 공격 배후를 추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어떤 해킹 조직도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거나 몸값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여러 국가 피해

피해 매장 수는 보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 보도는 프랑스 내 최소 350개 슈퍼마켓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으며, 다른 보도는 프랑스 전역에서 500곳이 넘는 매장과 슈퍼마켓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민간 사이버보안업체 세코이아 위협 탐지·연구팀(Sekoia Threat Detection and Research)의 분석을 인용해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독일, 벨기에 등에서도 관련 설비가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프랑스 유통업체에는 에르 르클레르(E.Leclerc), 인터마르셰(Intermarché), 까르푸(Carrefour), 모노프리(Monoprix), 코페라티브 위(Cooperative U) 등이 포함됐다. 인터마르셰와 자사 브랜드 네토(Netto)는 최소 300개 매장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코페라티브 위는 100곳이 넘는 슈퍼마켓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으며, 까르푸는 80개 매장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모노프리는 약 490개 매장 가운데 5%가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프랑스 전역의 슈퍼마켓 수백 곳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냉장·냉동고 온도가 최고 섭씨 50도까지 상승했다. 사진: ElasticComputeFarm

식품 폐기·화재 발생

해커들은 매장이 문을 닫은 야간에 인터넷을 통해 냉장·냉동 시스템에 접근한 뒤 설비 온도를 최고 섭씨 50도까지 높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육류와 냉동식품 등 부패하기 쉬운 식품이 상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온도 상승으로 화재가 발생하거나 장비가 녹는 피해도 나타났다. 프랑스 슈퍼마켓 업체들은 월요일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화요일에는 파리의 일부 슈퍼마켓에서 직원들이 상한 육류와 냉동식품이 담긴 상자를 대형 쓰레기 수거함에 버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피해액은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인터마르셰의 티에리 코티야르(Thierry Cotillard) 최고경영자는 프랑스 방송사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으로 하루 동안 전국적으로 수천만 유로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다른 보도에서도 월요일 발생한 공격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는 최종 집계된 전체 피해액이 아니다.

프랑스 방송사 BFM은 해커들이 냉장 시스템의 강제 제상 기능을 원격으로 작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제상은 냉각 설비에 쌓인 성에와 얼음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구형 냉장 시스템 표적

슈퍼마켓의 냉장 설비를 감시하는 제어판은 유지보수를 위해 기술자가 인터넷을 통해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결 구조가 보안 취약점과 결합하면 외부 공격자가 설비를 조작할 가능성이 생긴다. 프랑스 사이버보안기관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냉동 설비를 운영하는 기업들에 인터넷 연결을 즉시 차단하거나 외부 접근을 제한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라고 권고했다.

당국은 공격이 어떤 경로로 이뤄졌는지,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AFP통신은 프랑스 당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도 연락하며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러시아의 이른바 ‘하이브리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라고 지시한 이후 발생했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사이버공격과 정보전 등 여러 수단을 결합해 상대방의 핵심 기능을 교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공격으로 대량의 식품이 상하고 일부 매장에서는 화재까지 발생했다. 사진: pixabay

호주 전문가 경고

호주 스윈번공과대학교(Swinburne University)의 통신시스템 전문가인 알리 야바리(Ali Yavari) 부교수는 이번 사건이 인터넷에 연결된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야바리 부교수는 “디지털화와 원격 연결은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지만, 사이버 범죄자들이 물리적 장비에 접근해 조작할 수 있는 잠재적 경로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기업과 기관들은 연결형 시스템을 도입할 때 성능과 효율성, 신뢰성을 우선시해 왔다”며 “운영기술 환경이 공격자들에게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는데도 보안은 별개의 문제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운영기술(OT)은 냉장·냉동 설비와 공장 기계 등 실제 장비와 산업 공정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이 식품 폐기와 장비 손상 등 현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 기술·사이버보안 분석가도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기기는 보안상의 허점을 통해 해커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위험을 동반한다며, 해커들이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원격으로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악의적인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이 앞으로 의료 시스템이나 에너지 설비를 겨냥하는 형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사회 곳곳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반시설이 있고, 이러한 시설은 해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현실이며, 이러한 공격이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적·국제적 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식품과 농업 분야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슈퍼마켓이 사이버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tianya1223

유통업계 공격 잇따라

슈퍼마켓과 식품 유통업체를 겨냥한 사이버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유통업체와 식품 공급망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발생했다.

2025년 4월 영국 한 유통업체는 정교한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회사는 온라인과 애플리케이션 주문을 중단해야 했으며, 공격으로 약 3억 파운드(약 3억9,7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은 해킹 조직이 주도했으며, 또 다른 범죄 조직의 랜섬웨어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랜섬웨어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데이터나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 뒤, 이를 해제하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같은 해커들은 유통업체 코옵(Co-op)과 런던의 고급 백화점 해러즈(Harrods)도 공격하려 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5년 6월 냉동식품 등을 취급하며 홀푸즈(Whole Foods) 등 대형 슈퍼마켓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사이버공격을 확인한 뒤 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 회사는 공격의 구체적인 유형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한 유통기업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2,000개가 넘는 매장의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식품 공급망 보안 우려

전문가들은 식품과 농업 분야의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취급하는 슈퍼마켓이 사이버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 유통업체의 시스템이 공격받으면 매장 내 식품 폐기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전반으로 피해가 번질 수 있다. 대형 유통망에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지역 사업자들도 운영 차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프랑스 사건은 사이버공격이 개인정보나 기업 내부 자료를 탈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에 연결된 설비를 원격으로 조작해 실제 상품과 장비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산업용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고 구형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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