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연례 임금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약 280만 명의 현대상(Modern Award) 임금체계 적용 근로자들에게 4.75%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의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생활비 부담 완화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가장 낮은 임금 구간에 속한 약 10만 명의 근로자에게는 6% 인상률이 적용된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와 노동조합 진영은 이번 결정을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생활비 지원책이라고 평가했지만, 경제단체들은 기업 비용 증가와 고용시장 부담을 우려했다.
노사 절충안 확정
호주노동조합총연맹(ACTU-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은 6% 인상을 요구했고, 호주상공회의소(ACCI-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은 3.5% 인상을 주장했다.
공정근로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양측의 요구 사이에서 절충안을 마련해 4.75% 인상안을 확정했다. 최근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2% 수준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국가최저임금(NMW-National Minimum Wage)은 시간당 $24.95에서 $26.44로 오른다. 주 38시간 기준 주급은 $948에서 $1004.90으로 인상되며, 연봉 기준으로는 $49,296에서 $52,254.80으로 상승한다.
국가최저임금 주급이 $1000을 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알바니즈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부터 국가최저임금은 시간당 $6.11, 주급 기준 $232.30, 연봉 기준 $12,079.60 상승했으며, 누적 인상률은 30.1%에 달한다.

실질임금 회복 과제
결정을 발표한 공정근로위원회 위원장 애덤 해처(Adam Hatcher) 판사는 올해 임금 인상 결정이 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함께 중동 분쟁이라는 불확실한 변수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해처 판사는 현대상 적용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 이전인 2021년 7월 수준보다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과 현대상 임금 간에 발생한 실질임금 격차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수준과 기본 생활비 충당 능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실질임금 인상 결정으로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면서 그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해처 판사는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이 2026년 6월까지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4.8%로 전망하고 있다며 “현재 실질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5%를 훨씬 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질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소할 만큼의 임금 인상을 부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책임 있는 결정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대상 적용 근로자들이 최소한 2025년 7월 1일 당시보다 실질적으로 더 불리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최저 임금등급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노조 환영
재무장관 짐 차머스(Jim Chalmers)는 이번 4.75% 임금 인상이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에게 필요하고도 정당한 실질임금 상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당 정부 아래에서 임금은 상승했고 소득세는 낮아졌으며, 첫 주택 구매자들이 주택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사관계부 장관 어맨다 리시워스(Amanda Rishworth)는 정부가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호주 근로자들에게 생활비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근무 시간이 적으며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최저임금 및 현대상 적용 근로자들에게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저임금층 지원 평가
호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샐리 맥매너스(Sally McManus)는 이번 결정이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물가 상승 압박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실질임금 인상이며, 식료품 구매나 병원 진료 같은 필수 지출을 줄이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발 관세전쟁의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장치 역할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매너스는 약 10만 명의 최저 임금등급 근로자에게 6% 인상률이 적용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들 근로자는 더 이상 기다릴 형편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요구한 수준과 동일한 6% 인상이 적용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또 “최저 임금등급 근로자들은 생계를 위해 소득 대부분을 지출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임금 인상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지역 상권에도 추가 소득을 공급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부담 확대 우려
소매업계는 이번 4.75% 임금 인상이 소비 위축과 운영비 증가, 최근 수년간 가장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주소매협의회(Australian Retail Council) 최고법률·노사관계책임자 린지 캐럴(Lindsay Carroll)은 소매업계가 공정한 임금을 지지하고 직원들의 기여를 인정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미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는 소매업 운영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에너지 비용, 임대료, 보험료, 운송비, 규제 준수 비용, 보안 비용 상승과 맞물려 업계 전반의 낮은 수익성을 더욱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부 소매업체는 투자, 채용, 영업시간, 미래 성장 계획과 관련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소매업 임금협약 2등급(Level 2) 근로자는 주당 $49.78, 연간 $2,588.70의 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 된다.

산업계 비용압박
호주산업그룹(Ai Group-Australian Industry Group) 최고경영자 이네스 윌록스(Innes Willox)는 이번 4.75% 인상이 비용 압박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되는 에너지 위기가 경제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기업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 동안 그 영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윌록스는 최저 현대상 임금 등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결정도 원예업과 제조업 등 취약 업종 사용자들에게 추가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며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들은 비용이 급등하고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높은 임금 인상폭을 흡수하기 어려울 것이며, 결국 재무적 압박 증가와 물가 상승,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파급 효과 논란
호주상공회의소는 이번 4.75% 임금 인상이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전반의 비용 부담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대외협력 책임자 데이비드 알렉산더(David Alexander)는 이번 결정이 생산성과 임금 간 연계를 더욱 약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경제 활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 연료비 상승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추가 임금 부담은 또 다른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상공회의소는 이번 결정이 경제 전체에 약 $117억 규모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추산했다.
알렉산더는 최저임금 계층에 추가로 6% 인상을 적용한 결정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공정근로위원회가 18세에서 20세 사이 청년 근로자들이 6개월 근무 후 성인 임금의 100%를 받을 수 있도록 청년 임금 체계를 변경한 점을 언급했다. 이어 “연례 임금 인상과 이러한 제도 변화가 겹치면서 젊은 인력을 많이 고용하고 청년층에게 중요한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