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
정부의 첫 주택 구매 지원 정책이 수만 명의 젊은 주택 구매자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시키는 데 도움을 줬지만, 최근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들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리는 상승하고 있으며, 향후 주택 가격이 추가로 5-10%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적은 계약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상당수의 첫 주택 구매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주택 가치보다 더 많은 대출금을 떠안는 ‘역자산(negative equity)’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만약 젊은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중단할 경우 그 비용은 결국 납세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주택지원책
현재 정부는 젊은 층과 예비 주택 소유자를 위해 세 가지 주요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첫 주택 수퍼 세이버 제도(First Home Super Saver Scheme)로,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50,000까지 연금(superannuation)에 세전 급여를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두 번째는 5% 디파짓 제도(5% Deposit Scheme)다. 주택 구매자가 집값의 5%만 계약금으로 준비하면 정부가 나머지 부족분을 보증해 주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헬프 투 바이 제도(Help to Buy Scheme)로, 구매자는 단 2%의 계약금만 마련하면 되고 정부가 공동 구매자로 참여하는 제도다.
2024-25 회계연도 동안 총 6만1281명의 주택 구매자가 5% 디파짓 제도를 이용해 부동산 시장에 진입했다. 이 제도는 ‘5% 디파짓 제도’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한부모 가정의 경우에는 실제로 5%가 아니라 2%만 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자격 요건도 비교적 간단하다. 첫 주택 구매자이거나 최근 10년간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다면 대부분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반드시 호주 시민권자일 필요도 없으며 영주권자(permanent resident)도 이용할 수 있다. 소득 상한선도 없어 연간 $500,000의 고소득자조차 5% 디파짓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금리 상승
부동산 시장은 2025년 한 해 동안 8.6% 상승했지만,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의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양도소득세(CGT-Capital Gains Tax) 및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 변경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에 제동을 걸었다.
5월 전국 주택가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기록했으며, 최근 몇 달 사이 시드니(Sydney), 캔버라(Canberra), 멜번(Melbourne)에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경우 현재 시세 기준으로 이미 수 퍼센트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 평균 주택 가격이 5-1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역자산(negative equity)’이라는 용어가 더욱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24만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5% 디파짓 제도를 이용했지만, 이들에게는 의무적인 금융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았다. 극히 적은 계약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 이러한 금융교육이 의무화됐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신규 주택 소유자들은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들어 정부가 민간 시장 운영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기관들이 주택 가격의 20% 계약금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흡수할 완충 장치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출 신청자가 꾸준히 자금을 모으고 재정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역자산 우려
만약 부동산 시장이 10% 하락할 경우 최근 2년 동안 5% 디파짓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 가운데 최대 10만 명이 역자산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역자산이란 주택 가치가 남아 있는 대출금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이 약 $100만인 점을 고려하면 주택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평균적인 5% 디파짓 제도 이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주택 가치보다 최대 $50,000 더 많은 빚을 지게 된다. 이를 전체적으로 합산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5% 디파짓 제도는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이 향후 호주를 떠날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주택이 매각된 뒤에도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부족분을 은행에 대신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도는 정부 보증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납세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젊은 주택 구매자들에게 결국 ‘독배’를 건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중고 직면
최근 5% 디파짓 제도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역자산 위험에 노출된 데다 적은 계약금으로 인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호주중앙은행(RBA)의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들 주택 소유자는 먼저 역자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후에야 자산가치를 충분히 축적해 추가 투자를 위한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하며 자산을 확대하는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순환
한편, 또 다른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어렵더라도 부동산 시장은 역사적으로 상승, 정점, 하락, 바닥의 순환 과정을 반복해 왔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암울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시장은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택 소유자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주택 개선을 통해 자산가치와 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뒷마당에 그래니 플랫(granny flat)을 건설해 임대 수입을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향후 양도소득세(CGT)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주택을 개보수해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만약 상황이 지나치게 어려워진다면 곧바로 매각을 결정하기보다 해당 주택을 임대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예산안 발표일(Budget Night) 이전에 구입한 주택의 경우 향후 투자용 부동산으로 전환하고 네거티브 기어링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확인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 더 이상 5% 디파짓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제도 규정에 따라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외되고 주택담보대출 보험(Lenders Mortgage Insurance)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남은 과제
젊은 세대의 주택 소유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한 고려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리고 현재 실제로 그러한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거나 역자산 상태에 빠진 주택 소유자들이 늘어날 경우, 정부가 다시 한 번 납세자의 세금을 활용한 구제책을 내놓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