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호주의 신선식품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연료와 비료 공급 차질이 이어지며 농가 생산비와 운송비가 동시에 상승하고 있어, 향후 수 주 내 수퍼마켓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여파로 발생한 공급 부족은 식품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민들은 작물을 재배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냉장 운송이 필요한 신선식품을 수퍼마켓까지 배송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난 상태다.
호주 수퍼마켓 체인 리치스 IGA(Ritchies IGA) 최고경영자 프레드 해리슨(Fred Harrison)은 모든 수퍼마켓에서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라며, “앞으로 4-6주 안에 우유와 빵 같은 제품 가격 인상이 나타날 것”이고 “인상분 일부는 비료와 운송비 부담을 덜기 위해 농가에 직접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
이미 높은 금리와 주유소 연료비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도 바뀌고 있다.
프레드 해리슨 대표는 “소비자 행동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할인 상품 판매가 확실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보관이 가능한 멸균우유, 베이크드빈 통조림, 채소 통조림 등을 미리 사두는 소비자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화장지도 10-15%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낙농업 비상
유제품 가격은 가장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농가들이 비료·연료·에너지 비용 급등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주 남서부 농민 벤 베넷(Ben Bennett)은 “비료 가격은 최근 6주 사이 톤당 $800에서 $1,800으로 뛰었고, 앞으로 공급 가능성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제품 가격은 반드시 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농 산업의 존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가 가격을 올리더라도 그 인상분이 현장 농민들에게 돌아갈지가 우려된다. 코비드19 당시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지적했다.
벤 베넷 회장은 호주낙농협회(Australian Dairy Farmers) 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농민과 운송업체를 지원하려면 슈퍼마켓 우유 가격이 리터당 30센트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체브랜드 우유 가격이 현재 약 $1.65 수준이므로 $2 이하, 예를 들어 $1.95로 유지해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싼 우유를 마시고 있지만 농민들은 선진국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리터당 30센트 정도 조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치즈, 버터, 요구르트 등 다른 유제품 가격도 함께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유의 상당량이 치즈 생산에 사용되는 만큼, 전반적으로 20% 수준의 일관된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가공업체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베가(Bega)와 락탈리스(Lactalis) 등 업체들은 5월 1일부터 납품 농가에 우유 리터당 5센트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지역 격차
지방 지역은 가격 상승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 물류센터에서 먼 지역까지 상품을 운송하려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에피소드3(Episode 3) 이사 맷 달글리시(Matt Dalgleish)는 “연료와 비료 비용 상승이 공급망 전체로 전가되고 있다”며 “대도시 지역은 전반적으로 2-3%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이며, 호주 화물 운송 대부분이 디젤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은 더 오를 수 있다. 지역이 얼마나 외진 곳인지, 공급망이 얼마나 길게 늘어져 있는지에 따라 최대 1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이 이번 주 안에 종료되더라도 식품 가격 급등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맷 달글리시 이사는 “공급망 지연 때문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최소 한 달, 길면 그 이상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료·비료·에너지에 의존하는 상품은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붉은 고기류, 유제품, 과일, 채소 같은 신선식품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히 유제품은 에너지 집약 산업이다. 우유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저장을 위해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소도 타격
과일·채소 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호주전국농민연맹(National Farmers Federation) 산하 원예위원회(Horticulture Council) 집행책임자 리처드 섀넌(Richard Shannon)은 농가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곧 계산대에서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수십억 달러 이익을 내는 거대 수퍼마켓 기업들이 있다”며 “부담은 모두가 공정하게 나눠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일·채소 재배 농가의 현재 환경은 매우 어렵고, 오랜 기간 힘든 상황이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또 “투입 비용은 올랐지만 농가들은 그 비용을 공급망을 통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선식품 공급 안정과 업계 신뢰 유지를 위해 수퍼마켓들이 생산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빅토리아농민연맹(Victorian Farmers Federation) 조사에 따르면 농민들이 재배 규모를 줄이면서 생산량이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료와 비료 비용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결과다.
리처드 섀넌은 “농민들은 정당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 전쟁으로 생산비는 급격히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울워스(Woolworths) 대변인은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으로 가계가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계산대에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급망 추가 비용 일부를 회사가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업체, 호주 농민, 운송업체들도 연료비 급등 등 어려운 비용 상승을 겪고 있으며,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 압력
맷 달글리시 이사는 이란 전쟁이 해결될 때까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모든 것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식품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악순환을 만들 수 있고, 이는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소비자들은 앞으로 약 6개월간 물가 부담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