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비망 인수
호주에서 전기차(EV)가 초래할 수 있는 국가안보 및 개인정보 보호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이 호주 주요 자동차 정비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를 인수하면서 외국인 소유 기업이 전기차와 차량에 저장된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이번 주 독일 상장기업 콘티넨탈(Continental)이 중국 기업 투후 카 홍콩(Tuhu Car Hong Kong)에 호주의 대형 자동차 정비업체 마이카 타이어 앤 오토(mycar Tyre & Auto)를 $400m에 매각하면서 관련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거래에는 마이카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 1,600명 이상과 마이카가 운영하는 약 280개 정비소가 모두 포함됐다. 투후 카는 2011년부터 여러 국가에서 8,800개 이상의 정비소를 설립해 운영해온 중국 기업이다.
물리적 접근 우려
사이버 보안 전문가 알라스테어 맥기본(Alastair MacGibbon)은 투후 카 측이 전기차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호주의 국가안보에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는 이것이 국가안보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 차원에서도, 여러 차량을 합친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분명히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회사의 구조와 지배권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중국 소유 차량에서는 이미 데이터 수집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이번 사안은 인터넷과 통신망을 통해 외부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커넥티드 차량(connected vehicle)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우 물리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차량 데이터 위험
포티파이 랩스(Fortify Labs)의 다니엘 흐레슈추크(Daniel Hreszczuk) 이사는 “오늘날 생산되는 모든 현대식 차량”이 보안 위협에 노출될 수 있지만, 차량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경우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에 저장돼 있는 개인정보와 개인 데이터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일부 경우에는 케이블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해당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적용해야 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다면 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어디에 저장돼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정비 과정에서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외국 세력이 호주에서 운행되는 전기차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차량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호주에서만 2만7,000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된 가운데, 이 같은 잠재적 위험은 정부가 현재 존재하는 법적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금지보다 관리
각국이 ‘고위험 공급업체(high-risk vendor)’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것으로 판단되는 커넥티드 차량에 대해 강력한 수입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차량을 금지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대변인은 “정부의 선호는 호주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기술을 금지하기보다는 그 기술이 가진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주 정부는 제조업체들이 차량에 대한 사이버 보안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제조업체가 차량에 어떤 기술이 탑재돼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차 관련 규제를 추진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안보보다 배출량 감축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중국차 시장 확대
피치 앤 파트너스(Pitch and Partners)의 스티븐 브래그(Steven Bragg)는 마이카 인수가 장기적인 계획 없이 ‘단기적인 이익(short-term wins)’을 취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는 저렴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얻는다”며 “정부 역시 배출량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이론적으로 이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기존 사업자들과 시장 전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호주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경우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계속 이런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다른 기업들이 어느 시점에는 결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호주 자동차 시장에 “언젠가 호주가 더 이상 우선순위 시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 대형 브랜드 한두 곳만 남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논의 예정
중국의 호주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시장 변화와 국가안보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호주자동차딜러협회(Australian Automotive Dealer Association) 관계자들은 다음 달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공산당(CCP- Chinese Communist Party)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에서는 중국산 자동차의 급격한 성장으로 호주 자동차 딜러들이 받게 되는 영향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정부 비판
야당 인프라 담당 대변인 브리짓 맥켄지(Bridget McKenzie)는 전기차와 관련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노동당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맥켄지는 킹 장관에게 “커넥티드 차량이 호주 도로에서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그는 “아무도 커넥티드 차량을 금지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정부는 안보 위험이 커지는 동안 수년간 손을 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FIRB 심사 관심
한편 마이카 인수 거래는 아직 최종 규제 승인을 거쳐야 하는 가운데, 국방 및 사이버 보안 전문가 제이슨 반 데르 스키프(Jason Van der Schyff)는 이번 거래가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의 의무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호주와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에 따른 외국인 투자 규정을 고려하면 이번 거래가 FIRB의 일반적인 심사 대상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 데르 스키프는 이번 거래를 단순히 ‘자동차 정비(car servicing)’라는 명칭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거래는 ‘자동차 정비’라는 이름이 암시하는 것보다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커넥티드 차량과 관련된 안보 문제는 더 이상 국경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확인해야 할 사항
그는 특히 거래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회사의 물리적 위치가 아니라 지배권이라고 강조했다.
반 데르 스키프는 “중요한 질문은 위치가 아니라 통제권에 관한 것”이라며 “이 정비 네트워크가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그 데이터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관련 시스템이 모기업의 시스템과 통합될 것인지 아니면 분리된 상태로 유지될 것인지, 누가 원격으로 해당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정비 기술자들이 어떤 소프트웨어와 펌웨어 권한을 갖게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모든 문제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건을 통해 관리할 수 있지만, 누군가 먼저 이러한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 재무부 대변인은 정부가 FIRB 심사 제도가 이번 거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부는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사안은 “투자가 국가이익이나 국가안보에 반하지 않도록 위험 기반의 개별 사례별(case-by-case) 방식으로 검토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