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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한인작가회 산문광장

19/08/2021
in 칼럼

뽕짝에 빠지다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기 시작한 작년 초부터 온 세계가 문을 닫는 사태에 돌입하게 되었다.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이 시간들을 집안에 갇혀 유익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과제라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를 보람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반격이라도 하 듯 새로운 일을 벌려 본다. 먼저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 방송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세계여행 스케줄이 팬데믹으로 취소되니 세계테마기행과 걸어서 세계 속으로 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열린 음악회에서 우리 가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 때는 눈에 그리듯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따라 내 마음도 간절함으로 통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비록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오면 한 걸음에 달려갈 그 날을 꿈꾸기도 한다.

애절함이 터질 듯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어느 날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트롯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뽕짝이라는 유행가 가락이라면 잘 이해한 것일까. 수천 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나와서 열띤 경연으로 톱7을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김호중이라는 가수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의 목에서 나오는 소리는 천장이라도 뚫고 나가려는 듯 힘이 있고 시원하였다. 팬데믹으로 조마조마한 매일의 뉴스를 접하는 가운데 내 마음까지도 사로잡는 울림이 나도 모르게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유튜브를 검색하게 되었다. 그는 원래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었는데 풍부한 성량과 혼신을 다해 부르는 감미로운 목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시를 쓰며 인생의 후반부를 멋지게 살고 있는 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와의 통화도 김호중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팬데믹으로 밖으로 다니기가 힘들어지니 언니 역시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대체한다는 소리다. 그녀는 벌써 김호중의 팬이 되었으며 그의 자서전도 사고 클래식 CD도 샀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언니와 나는 그의 목소리가 어떤 훈련을 거친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기도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음색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하고 토론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소식을 전할 때에도 꼭 빼놓지 않고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 그가 활동하는 모든 영역에 일거수 일투족을 중계방송이라도 하듯 소상하게 알려준다. 지루한 일상이 내게 가져다 준 일로, 활기차게 뻗어가는 그의 고음에 내 마음도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의 재능이 나를 이토록 빠져들게 하는 건 웬일일까. 아무데도 나갈 수 없는 답답한 가운데 있을 때 내 마음까지도 사로잡은 그의 노래가 시원한 사이다를 마셨을 때처럼 짜릿해서일까. 언제 그를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만으로 마음이 설레이기도 한다.

내가 이토록 즐겨 듣고 좋아하는 그의 음악을 알고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그의 팬이 되고 싶어진다. 살며시 아들에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물어보니 일언지하에 젊은 사람도 아니고 좀 지나친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준다. 그래도 내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의 음색으로 반복해서 듣는 내게 하루는 남편의 불평이 쏟아졌다. 꽥꽥 질러 대는 목소리가 무엇이 그리 좋다고 매일 반복해서 듣느냐고 다그쳤다. 뭐라고요? 꽥꽥 소리를 지른다고요? 나는 분하고 속이 상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쩜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우리는 서로가 공감하지 못하는 일로 티격태격 말다툼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어쩔 수없이 운동을 할 때 핸드폰을 들고 나와 음악을 듣기에 이르렀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나를 쳐다봐도 개의치 않으니 사람이 어느 한 곳에 빠지면 이럴 수도 있구나 싶다.

김호중이 부르는 네순도루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나로 하여금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도 아름다운 음악을 통하여 마음이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심금을 울리는 노래로 서로 사랑하게 되고 위로를 준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통하여 마음을 표현하는 성악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영혼을 사로잡는 목소리를 매일 듣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그의 하늘을 찌르는 고음이 시원하게 뻗어갈 때, 듣는 이가 힘을 얻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신이 우리에게 듣는 기능을 만들어 준 것은 아름다운 소리를 통해 삶에 지쳐 있는 영혼이 더욱 풍성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은 아닐까.

김인호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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