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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한인작가회 산문 광장- 그대의 따뜻한 손

21/11/2020
in 칼럼
시드니 한인작가회 ‘산문 광장’

막사무스의 저서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을 보면 흠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애초 신은 인간을 흠이 있게 만드셨다고 했다.

나는 누구여야 하며 당신은 누구입니까?

멍청하고 감정이 느린 나 때문에 답답하고 미쳐버리겠다는 그를 피해 거리로 나왔다. 캄캄한 밤 아무도 없는 거리를 무작정 걷는다. 갈 곳이 없었다. 채찍을 피해 어디 가서 숨어버리고 싶다.

어머니는 나에게 누구와도 잘 살 거라고 하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억울한 일이 있어도 말대꾸 한마디 않고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너를 잘 안다’며 ‘복 받고 잘 살 것이다’고 늘 칭찬을 해주었다. 남편은 밖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짜증을 부릴까? 나는 그의 짜증에 웬만하면 대꾸를 안 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큰 어려움도 견디며 내색하지 않는다. 그는 계속 잘못만 지적한다. 상황설명을 하면 이젠 변명까지 한다고 다시 시작한다. 아무 대답이 없는 내게 울그락 불그락 퍼부어대고 무엇이 깨지고 더 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아 잘못했다고 하면 흥분하여 극에 달한 이제서야 시인하는 것은 무엇이냐며 다시 따진다. 어떻게 할 것 인가. 무작정 나올 수 밖에 없다. 어디로 갈 것 인가. 몸이 약한 나를 애태우며 ‘이것이 사람구실을 하려나 모르겠다’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안아주시던 어머니는 어디 계신지.

여기가 어디인가. 아주 먼 옛날 나 어릴 때 꿈꾸던 동화의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주눅이 들어 모든 것에 자신이 없어진다. 이렇게 아프게 살아야 하나? 너무 아파. 가까운 숲 속에는 이름 모를 새들이 평화스럽게 노래하고 때 맞춰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려 계절을 알리고 지천으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은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지 않은가. 깜깜한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차고 신선한 바람이 뺨을 어루만지며 나를 감싸준다. “정신 차려 이것아.”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잘 생각해봐. 동화의 나라에는 갖은 시련을 겪은 다음에는 반드시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지. 처음부터 아름답지 않았다. 큰 시련 뒤에 행운이 찾아왔지. 나는 넓은 잔디 위에 편안히 누웠다. 어머니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남자들은 어린애와 같단다. 엄마가 자식 다루듯이 사랑하고 표현해야 한단다. 네가 사랑을 갈망하고 표현해주기를 원하듯이 남자는 더 강하게 원한다. 강한 남성일수록 사랑을 확인 받고 싶고, 그렇게 강한 비판은 사랑 받고 싶은 또 다른 표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너도 남편을 깊이 사랑 하면서도 속과 다르게 사랑하지 않는 척, 냉랭하게 대하지 않았느냐 이상하지? 강한 척한 남성은 깊은 슬픔에서 엉뚱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관심을 가져달라 아우성을 치는 거야. 슬퍼하지 마라. 그는 너의 사랑을 갈급하고 있다. 현명한 여인은 수시로 확인시켜주고 또 먼저 표현한단다. 비뚤어지고 더 심할수록 정성껏 더 힘껏 표현하고 감동받을 때까지 노력하고 노력하는 거야. 드디어 뜨거운 감동을 받아 환희에 찬 그의 영혼을 보여주어 네가 원하던 동화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것 같은데 어때 이제 집으로 가는 게.”

어지러운 방에 그가 힘없이 누워 있었다. “자신 없는 개가 짖는 거야. 화가 나면 큰 소리로 대꾸해봐. 묵묵히 앉아있는 너를 보면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아니? 미처버릴 것 같아. 어느 개가 짖느냐고 무시하는 것 같아. 내가 화를 내면 눈 딱 감고 우선 내 화를 풀어줘. 아무 대꾸 없는 너에게 점점 화가 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져. 모든 것 부셔버리고 싶어 발악할 때 겨우 잘못했다고 하면 나는 무엇이 되느냐?”고. 담배를 깊숙이 들어 마시며 창백한 얼굴로 그가 말했다. 서로를 미처 이해 못해 얼음으로 굳어가던 오해가 녹아 내리고 열등감에 갇혀있던 나를 깨웠다. 막사무스도 그의 저서에서 흠이 없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말라고 조언하지 않았던가. 애초 신은 인간을 흠이 있게 만드셨다고 하지 않았던가. ‘불쌍해. 너무 불쌍해’ 눈물이 나왔다. 최고의 지성인이라는 그가,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그가 이렇게 약할 줄이야. 나의 큰 소리가 그를 일으켰다. “알았어요.” 그 역시 큰 소리로 수없이 “Love You, I love You!” 하며 나를 껴안았다.

이정금 / 수필가, 시드니한인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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