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일 토요일 오후, 블루마운틴 Wentworth Falls 백경 그림 작가의 집에서 올해로 세번째 ‘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A Literary Gathering’ 문화 잔치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겨울 한가운데 피어난 ‘8월의 크리스마스’ 잔치에 시드니는 물론 센트럴 코스트, 뉴캐슬, 배서스트 거주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3년 전 심은 문학의 씨앗.. 사진과 도예, 회화까지 품으며 그 영역 넓혀가
청산에서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문학이라는 작은 씨앗 하나로 3년 전 시작됐다. 그 씨앗은 올해 문학을 넘어 사진과 도예, 회화까지 그 지경을 넓혀 문인과 예술가들이 전시와 북 토크를 통해 서로 다른 예술 세계를 한 자리에서 나누는 뜻깊은 시간으로 성장했다.
이 자리에는 삶과 자연,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에 담아온 한국의 이승희 시인과 호주에서 자연 환경과 풍경이 품은 시간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한성주 자연·풍경 사진 작가, 흙이 가진 따뜻한 숨결을 작품에 담아내는 정귀락 도예가, 그리고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작은 그림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백경 작가가 함께 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참석자들은 본채와 뒷마당 너머 별채에 전시된 세 작가의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전시장이라기보다 ‘한 편의 문학 산책’으로 느껴졌다.
이승희와 백경.. 기린 그림 선사한 인연, 블루마운틴 초대로 이어져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문학에만 머물지 않고 사진과 도자기, 그림까지 함께하는 자리로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한 작가와 정 도예가가 흔쾌히 뜻을 함께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한 작가는 여러 차례 블루마운틴을 오가며 전시를 준비했고, 정 도예가 역시 귀한 작품들을 내놓아 전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작년 길상호 시인에 이어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승희 시인을 초대한 백경 씨는 “7년 전 시 창작 수업에서 인연을 맺은 이승희 시인에게 작은 기린 그림을 선물한 적이 있다. 지난 해 우연히 그 그림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는 글을 읽고 다시 연락하게 됐고 그 인연이 이번 초청으로 이어졌다”며 이 시인 초대 배경을 설명했다.

한성주 · 정귀락 작가가 한인 교민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는 ‘처음’
또 각각 속한 작품 세계에서 굵직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작가가 한인 교민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3년 연속 사회를 맡은 박경 수필가는 올해도 여인의 몸에 실크가 감기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담긴 특유의 차분한 진행으로 참석자들을 작품 속으로, 예술가들과의 대화로 이끌었다.
이날 작가들은 각자의 창작 철학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며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어떻게 사람과 삶을 연결하는지 참석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 작가는 “Hartley 에서 3년 전까지 장작 가마를 가지고 작업하다가 현재는 가스 가마를 짓고 백자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앞으로는 군청 작업도 할 예정이다. 시드니와 멜번에서 전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 성주 작가는 “문학인들은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며 “시와 글, 사진은 매체는 달라도 결국 작품으로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공간”이라며 “비록 하루지만 너무 즐겁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현장의 감동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경.. 특유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시 같은 그림’ 소개
백경 작가는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 다섯 점을 소개하며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을 그림 일기를 통해 설명했다. ‘지구 병원’이라는 작품의 작품 노트를 들어본다.
“하루에 한 번씩 나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이사를 나온다. 반대편 세상으로 건너가 뜬구름을 잡고, 생각을 키울 나무 한 그루와 생각을 담을 집 한 채를 짓는다. 보름달이 빈 새장 안으로 들어와 허무를 가득 채우면 다시 생각의 사다리를 끊고 현실로 돌아온다.”
이어 시드니 문인 6명이 대표로 이승희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대철은 ‘식물의 밤’을, 김미경은 ‘오늘 별이 뜨는 이유’에 대해, 신현숙은 ‘나무 타는 법’, 스텔라는 ‘호박’, 김도화는 ‘나는 당신의 허기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김용덕은 ‘봉숭아 물들다-솔에게 2’를 낭송했다.
이승희 시인은 자신의 시 낭송과 함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개인적으로 버드나무를 좋아한다는 이 시인은 <나는 버드나무가 좋아서> 낭송 후 시가 가질 수 있는 환상성에 대한 설명을 했다. 또 시적 언어가 갖는 환상성이 아니라 시의 환상성이라 부를 만한 것을 어떻게 시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아끼는 작품 가운데 하나인 ‘어떤 마음에 대하여’를 소개했다.
호주의 계절은 한국과 반대로 걸어간다. 호주에서라야 느낄 수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 그녀는 내년에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갔다.

전소현 프리랜서 기자 sointheforest@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