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방송 논쟁
호주에서 이민자 밀집 지역의 모스크 확성기 기도 방송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를 다문화주의라는 명분 아래 국가가 민족별 공동체로 분리되는 현상의 또 다른 사례로 보고 있다.
호주 일간지 칼럼니스트 제임스 모로우(James Morrow)는 최근 기고문에서 폴린 핸슨(Pauline Hanson)의 지지율 상승 배경을 이해하려면 시드니 남서부 라켐바(Lakemba)를 살펴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라켐바 지역 모스크는 금요일 예배 시간에 기도 호출 방송을 확성기로 송출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이 승인될 경우 매주 지역 주민들은 신자 여부와 관계없이 아랍어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를 듣게 된다. 기도문에는 “알라는 위대하다”, “알라 외에 신은 없다”, “기도하러 오라”, “구원을 향해 오라”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모로우는 이러한 방송이 정오에 울리는 교회 종소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경계해 온 호주 사회에서 이는 매우 노골적인 종교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단순히 신자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리는 것을 넘어 공공 공간을 점유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일부에게는 “이곳이 무슬림의 땅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두고 “다문화주의의 즐거움”이라고 비꼬았다.

잇따른 논란
모로우는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여러 사건을 언급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이슬람국가(ISIS) 조직원들과 결혼했던 여성들의 귀국을 취재하던 사진기자들과 언론인들이 건장한 무슬림 남성들로부터 거친 위협과 모욕을 당한 사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Hamas)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Sydney Opera House) 인근에서 벌어진 논란성 시위, 그리고 사망한 헤즈볼라(Hezbollah) 지도자들을 추모하는 예배가 일부 모스크에서 진행된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일부 호주인들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떠안은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고 주장했다.
기대와 현실
모로우는 다문화주의가 처음 호주 사회에 홍보됐으며, 어쩌면 강요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더 강하고 더 풍요로운 국가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좋은 커피와 다양한 음식 문화, 흥미로운 이웃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는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가 자주 사용하는 “다문화 국가는 우리의 강점”이라는 표현과 함께 “새로운 이주민들은 세관을 통과하면서 과거의 증오를 내려놓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모로우는 현실은 당시 약속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켐바의 사례가 좌파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기존에 지배적이었던 호주 문화를 한 단계 끌어내리기 위해 추진한 다문화 정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민족별 집중
그가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발칸화(Balkanisation)’ 현상이다.
이는 서로 다른 민족 집단이 각기 다른 지역에 집중 거주하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생활하고, 자신들의 종교를 믿고, 자신들의 음식을 먹고, 본국의 언론을 소비하면서도 호주 주류 사회에 충분히 통합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모로우는 이러한 비판이 이슬람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호주가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국가라면 중국계, 인도계, 레바논계 등 특정 민족이 특정 지역이나 선거구를 사실상 지배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치인들이 특정 선거구에 밀집한 민족 집단의 표심을 의식해 정책을 결정하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계산
모로우는 토니 버크(Tony Burke) 내무부 장관이 자신의 선거구 내 대규모 무슬림 유권자층을 의식해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가자지구(Gaza Strip) 출신 주민 2,000-3,000명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호주노동당(Australian Labor Party)이 시민권자에게만 복지수당과 국가장애보험제도(NDIS-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를 제공하자는 자유당·국민당 연합(Coalition)의 제안에 대해 소수민족 사회의 반발을 유도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모로우는 정치권이 진정으로 이민자 통합을 원한다면 이민자들을 호주 사회에 적극적으로 편입시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지금은 금기어처럼 취급되는 ‘동화(assimilation)’ 개념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화 논란 재점화
그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대규모 이민자 집단을 통합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민족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을 방치한 뒤 선거 때마다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해당 공동체에 영합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로우는 알바니즈 총리가 언급하는 평화로운 다문화 유토피아는 역사적으로 실현 사례를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다른 문화와 인종, 종교에 대한 관용을 가능하게 했던 가치들을 훼손할 위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리스 민스(Chris Minns) 뉴사우스웨일스(NSW-New South Wales) 주총리가 다문화주의 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필요성을 언급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또한 다민족 국가로 자주 거론되는 싱가포르(Singapore) 역시 강력한 자유주의 국가라기보다는 사회 통합을 위해 일정 수준의 국가 개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사례
모로우는 싱가포르가 ‘민족 통합 정책(Ethnic Integration Policy)’을 통해 각 지역과 아파트 단지의 민족 구성이 국가 전체 인구 비율과 비슷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주민들이 다양한 민족 출신 이웃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호주에서는 수많은 이유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정 민족 공동체가 보유한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커지는 반발
모로우는 알바니즈 총리와 노동당이 “되돌릴 수 없는 변화”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라켐바 모스크의 확성기 기도 방송 신청은 호주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권자들이 폴린 핸슨(Pauline Hanson)에게 눈을 돌리며 정치권을 향해 “잠깐, 그렇게 서두르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이상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 이 기사는 The Daily Telegraph에 게재된 제임스 모로우(James Morrow)의 오피니언 칼럼 ‘Labor government’s multiculturalism a recipe for division and rejection of Aussie values’를 번역·정리한 글입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