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운항 중단
호주의 높은 항만 비용과 복잡한 규제가 국제 크루즈선의 호주 운항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크루즈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크루즈선사협회(CLIA-Cruise Lines International Association)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버드 대르(Bud Darr)는 호주가 크루즈 산업에 지나치게 높은 비용과 복잡한 규제를 적용하면서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르는 호주의 항만 이용료와 터미널 이용료뿐 아니라 식료품과 수하물 등의 지상 처리 비용, 도선료 등 크루즈선 운항에 필요한 각종 비용이 모두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크루즈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비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환경 관련 규정은 준수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생물보안과 관련된 규제가 국제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대르의 설명이다. 정부가 부과하는 승객 관련 세금인 이른바 ‘헤드 택스(head tax)’와 연안무역법(Coastal Trading Act) 개정 움직임 등도 업계의 부담으로 지목됐다.

주요 선사 잇따라 철수
호주 크루즈 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선사들의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큐나드(Cunard)와 버진 보이저스(Virgin Voyages)가 호주 시장에서 철수한 가운데, P&O 크루즈(P&O Cruises)는 2025년 호주 사업을 카니발 크루즈 라인(Carnival Cruise Line)으로 통합하면서 브랜드를 종료했다. 디즈니 크루즈 라인(Disney Cruise Line)도 호주 운항을 재개할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인들이 크루즈 여행을 위해 해외로 항공편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르는 크루즈 산업의 문제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호주가 스스로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주 정부가 크루즈 업계의 고용과 인력 유지, 보상 및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방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안무역법 개정안이 현재 국제 크루즈선에 적용되고 있는 일부 면제 혜택을 없앨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 크루즈선은 현재 일반적인 면허 수수료와 현지 산업별 임금기준의 적용과 관련해 일정한 면제를 받고 있는데, 법 개정이 이 같은 예외를 폐지할 경우 호주 운항 비용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르는 이러한 규제와 비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크루즈선사가 호주까지 선박을 운항한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가 현재의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중단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기여도 $1.1bn 감소
실제 호주 크루즈 산업의 경제적 기여도도 감소했다. 지난해 크루즈 산업이 호주 경제에 기여한 규모는 전년보다 $1.1bn 감소한 $7.3bn으로 집계됐다.
대르는 크루즈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제한된 수의 선박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되는 크루즈선은 328척에 불과하며, 호주가 이 선박들의 운항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루즈선 한 척을 건조해 운항에 투입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막대하다. 일반적인 크루즈선의 건조 비용은 $US1bn을 넘으며, 대형 선박의 경우 $US2.2bn에 달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크루즈 목적지는 카리브해 지역으로, 전 세계 크루즈선 배치의 43%가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르는 이처럼 크루즈선이 운항할 수 있는 지역과 선박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크루즈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 결정자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제도 검토
호주 정부는 크루즈 산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 관련 제도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캐서린 킹(Catherine King) 교통장관은 크루즈 산업이 관광산업뿐 아니라 호주 경제 전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킹 장관실 대변인은 연안무역법 개정안에 관한 보고서가 현재 장관에게 제출된 상태이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국제 크루즈 산업에 대한 현행 면제 조항을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면제는 오는 202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다.

유럽도 규제 강화
호주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크루즈 산업을 둘러싼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크루즈선 관광객 증가로 인한 과잉관광 문제가 주요 도시와 관광지에서 논란이 되면서 일부 지역은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을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Venice)는 대형 크루즈선의 도심 진입을 금지했으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은 2035년까지 해양 크루즈를 완전히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와 마요르카(Mallorca)는 크루즈 승객에 대한 관광세를 인상했으며, 그리스 산토리니(Santorini)와 미코노스(Mykonos)는 하루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르는 크루즈선 운항을 제한하는 방식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러한 접근이 지나치게 단기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크루즈선이 언제, 어느 항구에 입항하고 몇 명의 승객을 태우고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되지 않는 관광객 증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구와 방문 날짜, 승객 수, 승객의 특성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만큼 관광객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관광 수요를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변화도 변수
크루즈 산업이 직면한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혔다. 특히 올해 유럽에서는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Danube River)과 라인강(Rhine River) 일부 구간의 수위가 수㎝까지 떨어지면서 강을 운항하는 리버 크루즈가 큰 차질을 빚었다.
대르는 올해 상황이 이례적으로 심각했으며 장기적으로도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기후 여건이 리버 크루즈 운항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으며, 크루즈선사와 승객 모두 안정적인 운항 환경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지나가고 크루즈 운항 환경이 다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신문 편집부 herald@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