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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련의 한방 역학 살롱(45)

21/11/2020
in 칼럼

한의학에서 바라본 우리 몸의 장기들(4)

 

불과 서른 전후의 나이에 환청에 시달리던 여성이 만성 변비를 치료한 후 환청 및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자신감을 되찾은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듯 이 여성은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약 2년간 겪어왔다. 취침 전 약 1시간 동안 가수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에 대고 영어로 지껄이는데, 막상 정신을 차리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전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자신이 심각한 정신질환에 걸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그녀는 그로 인해 소심했던 성격이 더욱 위축되어 대인기피증과 무력감에 빠지고 말았다. 점차 집 밖에 나서기를 두려워하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없노라 토로하였다.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니 사정이 몹시 딱했다. 몇 년 전 유학을 선택한 그녀는 부득이하게 부모의 도움을 받는 처지였는데 동급생들에 비해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언어 장벽으로 마음고생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예상 외로 쉽게 극복되지 않는 문화적 차이, 금전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 오랜 해외 체류에서 오는 고독과 건강 악화가 그녀를 더욱 지치게 했다. 본시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최대한 빨리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밤낮을 안 가리고 자신을 채찍질하였으나 그런 성격이 오히려 독이 된 듯 했다. 타고난 심성이 요령이나 게으름이라는 것을 모르고 오로지 한 길로만 매진하는 고지식한 타입이라 유학 생활이 무척 팍팍했을 터였으나, 타고난 영리함과 실천력으로 필자의 말을 믿고 따라준 것이 지금도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필자가 그녀의 사주에서 찾아낸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그녀가 소심증과 우울증에 노출되기 매우 쉬운 체질이라는 점이다. 한의학에서 보는 소심증이란 신장의 왕성한 기운이 심장을 상하게 할 때 종종 나타난다. 오운육기(五運六氣: 목화토금수의 오행으로 기후변화의 정상과 이상을 분석하는 학문)에서 말하는 자오소음군화(子午少陰君火)의 체질로서 근심걱정이 많고 늘 불안감이 든다. 결벽증이 생기며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는데다 심한 스트레스가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로 소음인체질 계열에서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난다. 두 번째로 우울증은 심장의 과도한 열기로 인해 폐가 상할 때에 나타난다. 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치솟으며 서글픈 기분이 든다. 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으로서 폐 계통에 병증이 생기며 관절통, 두통 등을 동반한다. 이는 반대로 소음인체질을 제외한 나머지 체질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불균형한 체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니 그녀의 몸 상태가 엉망이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본래 신장의 기운이 지나치게 왕성하여 심장의 기운을 심히 억제하고, 따라서 자꾸만 억눌리던 심장의 기운이 갈 곳을 잃고 가뜩이나 부실한 폐를 더욱 상하게 하였으며 그로 인해 폐와 쌍을 이루는 대장의 기능까지도 약화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늘 숨이 차고 가슴이 뛰며 화장실에 가는 일이 전쟁을 방불케 했으니 소심증과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 리 없다. 결과적으로 낮 시간에 학교에서 들었던 강의나 학우들과의 대화가 늘 머릿속을 맴돌았을 것이며 그것이 뇌와 각종 장기들에 각인되어 있다가 잠들기 전 심신의 긴장이 이완된 상태에서 고스란히 되돌아와 환청을 유발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선천적인 체질의 불완전함 때문이며 이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긴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관리에 의해 상당 부분 개선 가능한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정기신(精氣神)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서양에서도 흔히 ‘Mind, Body, Spirit’이라는 구호를 외치는데 매우 유사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적절한 상생과 상극을 유지할 때 인체의 건강은 최고의 상태에 이르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깨어지면 전체적인 조화가 무너지면서 각종 병증을 초래하는 것이다. 오장육부는 늘 이처럼 일정한 흐름 속에서 작동하고 있으니 병이 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한 부분만 골똘히 들여다볼 일이 아니라 일상의 활동과 습관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태련 / 현 김태련 한의원 원장,

태을명리연구원 원장

02 9787 3567 / 0434 262 800

www.kimsholisticmedic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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