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칼로리 계산 중심의 전통적 다이어트 문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건강 목적에 맞춰 음식을 선택하는 이른바 ‘기능적 식사(functional eating)’가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세대별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음식 섭취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문화 변화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이 된다”라는 오래된 격언은 이제 “당신은 당신이 기록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호주 라이프스타일 매체 바디앤소울(Body+Soul)이 발표한 ‘헬스 오브 더 네이션 2026(Health of the Nation 2026)’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 다수가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닌 특정 건강 목적을 위해 식단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호주인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건강과 웰빙 전반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기능적 식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2에 달하는 68%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건강 목표를 염두에 두고 식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요 동기는 장 건강, 에너지 증진, 면역력 강화, 정신 건강, 기분 개선 등으로 나타났다.
바디앤소울 콘텐츠 디렉터 자키 무니(Jacqui Mooney)는 “기능적 식사의 급부상은 2026년 건강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무니는 “이번 조사 결과는 호주인들이 영양의 중요성과 식탁 위 음식이 지닌 힘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음식은 더 이상 단순한 섭취 대상이 아니라 건강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세대별 차이
요리 영양학자 이샤 케타루스(Isha Ketaruth)는 젊은 세대가 제한적이고 억압적인 ‘다이어트 문화’에서 결정적으로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82%, 밀레니얼 세대의 77%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음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타루스는 “이제는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대신, 의도적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시대”라며 “근육 증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진, 운동 후 회복 등 구체적인 건강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식사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전략
케타루스는 기능적 식사의 핵심을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식물성 단백질 우선 섭취 ▲식단 계획을 통한 음식물 쓰레기 감소 ▲대량 조리 후 보관 ▲제철 식재료, 냉동 및 통조림 식품 활용 등을 제시했다.
기술 활용
기술 역시 식생활 변화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니는 “현재 호주인 약 3명 중 1명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식단을 계획하고, 장을 보고, 단백질 섭취량 등 거시영양소(macros)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타루스는 “앱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데이터 추적이 일상화됐지만, 최근에는 이를 보다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건강 인식으로 연결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앱 분석
사회·의료 인류학자 수잔나 트른카(Susanna Trnka)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영양 앱이 제공하는 정보의 정밀성을 꼽았다.
트른카는 “많은 영양 앱이 무료이거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며,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 성분을 개인 맞춤형으로 실시간 분석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 인류학과 교수다.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의 21%는 칼로리 또는 거시영양소 추적 앱을 사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앱으로는 마이피트니스팔(MyFitnessPal),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Nike Training Club), 헤비(Hevy) 등이 꼽혔다.
보충제, 영양제 인기
또한 영양제 섭취 역시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졌다. 멀티비타민을 포함한 보충제 섭취 비율은 밀레니얼 세대 28%, Z세대 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통업 대응
호주 대형 유통기업 울워스 그룹(Woolworths Group)의 건강·영양 매니저 알렉산드라 스킵시스(Alexandra Schepsis)는 “고객들의 건강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스킵시스는 “무료로 제공되는 매장 내 ‘프레시 아이디어(Fresh Ideas)’ 매거진에는 식품팀이 개발한 수십 가지 레시피가 실려 있으며, 사내 영양사와 식이요법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해당 레시피에는 고단백, 고식이섬유, 글루텐 프리, 유제품 무첨가, 채식, 비건 등 다양한 식단 태그가 표시돼 있다.
맞춤 식단
스킵시스는 “온라인에서는 제철 재료 기준으로 레시피를 필터링할 수 있으며, 통곡물 섭취 증가나 당류 감소 등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식단 목표에 맞춰 맞춤형 식사를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호주에서는 음식이 더 이상 ‘살찌지 않기 위한 선택’이 아닌, 데이터와 목적에 기반한 건강 관리 수단으로 재정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는 1981년~1996년 출생으로, 2026년 기준 약 30~45세를 의미하며, Z세대(Gen Z)는 1997년~2012년 출생으로 약 14~29세에 해당한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