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은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2년 만의 첫 금리 인상으로, 공식 기준금리는 3.85%로 올라섰다.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로 돌아오기까지 1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결정은 호주 노동당 정부가 압승 이후 3개월 뒤 발표할 예정인 예산을 앞두고 내려진 것으로, 가계는 물론 노동당의 경제·재정 운용 기조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RBA 통화정책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번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물가 판단 수정
RBA는 국제 경제에서 우려됐던 무역 차질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국내 경제의 과열 정도를 과소평가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RBA는 성명을 통해 “2022년 정점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됐지만, 2025년 하반기에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경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왔으며, 이번 인플레이션 상승의 일부는 생산 능력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그 결과 물가가 당분간 목표 범위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요인
인플레이션 재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계 소비 증가, 기업 투자 확대, 정부 지출 증가가 지목됐다. 또한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추가될 것으로 분석됐다.
RBA가 새로 공개한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오는 6월까지 4.2%, 12월에는 3.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중시하는 근원물가 지표인 절사평균 물가(trimmed mean inflation)는 6월 3.7%, 12월 3.2%로 전망돼, 목표 범위를 상당히 웃돌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 반응
이번 금리 인상은 재무장관 짐 차머스(Jim Chalmers) 박사가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는 비판을 “정치적 동기에서 나온 주장”이라며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직후 발표됐다.
금리 인상 발표와 동시에 열린 의회 질의응답에서 차머스 장관은 자유당과 국민당 의원들의 야유 속에 질문을 받았으며, 경제 상황 악화의 책임을 전임 보수 연합(Coalition) 정부와 대외 요인에 돌렸다.
차머스 장관은 “독립적인 호주중앙은행(RBA-Reserve Bank of Australia)이 오늘 발표한 성명 어디에도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언급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가 압력의 주된 원인은 민간 수요”라며 “우리는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과 훨씬 약한 재정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생활비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야당은 내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야당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출 논쟁
일부 경제학자들은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실제로 정부 지출 증가율은 6월까지 3.8%로 상향 조정됐으며, 이는 기존 전망치 3.6%보다 높다.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이 민간 부문의 생산적 활동을 밀어내는 ‘구축 효과(crowding out)’를 일으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RBA는 기업 투자가 기존의 1% 성장 전망에서 3.7% 성장으로 크게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가계 소비 증가율도 2.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생산성
반면 주택 건설 투자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올해 상반기 주택 건설 성장률은 3.7%로 기존과 동일하지만, 이후에는 1.8%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이전 전망치였던 3.1%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경제의 공급 여건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생산성 증가율은 기존 0.9%에서 0.6%로 하향 조정됐다. 2028년 6월까지도 0.7%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실질임금 악화
임금 상승률은 3.1%로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임금은 6월 기준 –0.9%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이며, 실업률은 소폭 상승해 4.4%에 이를 전망이다.
RBA는 향후 1년간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경로를 반영했으며, 이는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두 차례 이상 더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계 부담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85%가 되면서, 수도권 평균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연간 약 $1000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다시 긴축 사이클로 전환한 사례다.
총리 발언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금리 인상에 앞서, 노동당 정부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상승하는 금리를 “물려받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개회 기도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알바니즈 총리는 “우리는 6%대 인플레이션을 물려받았고, 금리 인상은 우리가 집권하기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을 돕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 반론
AM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와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블록섬(Paul Bloxham) 등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공공 지출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민간 부문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차머스 장관은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휴가 관련 지출이었다”며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항상 의견 차이는 있다”며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며 폭넓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 공방
차머스 장관은 정부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높였다는 주장을 거듭 부인해 왔으며, 과거에는 금리 인하 중단에 대해 “수백만 호주인이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 “높은 금리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경제의 핵심은 공공 수요가 아니라 민간 수요가 성장의 주된 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차머스 장관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데 있어 재무장관으로서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이경미(Caty)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